이 포스트에 사용된 사진들은 2020년 8월에 촬영된 사진들임을 알려드립니다
오늘 저녁은 어디서 술 한잔 할까?
저녁시간, 봉암리 집을 나서며 녹동 아저씨가 나에게 한 말이었다
소록대교 아래에 자리 깔고 마른 멸치에 1.5리터 맥주 한잔! 어때?
대답은 오케이~~~
그래서 봉암리 집에서 소록도 대교 아래로 시적시적 걸어왔다
봉암리 집에서 여기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 ,,
소록도 대교 앞, 바다 정원에 도착하니 어느덧 붉은 해는 장흥 천관산 위에 걸려 있었다
한하운 시인의 황톳길처럼 ,,
저 저녁노을을 보고 한하운 시인은 수세미 같은 해라고 했던가?
전라도 길, 소록도로 가는 길
한하운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 막히는 더위뿐이더라
낯선 친구 만나면
우리들 문둥이끼리 반갑다
천안 삼거리를 지나도
수세미 같은 해는 서산에 남는데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 막히는 더위 속으로 절름거리며 가는 길
신을 벗으면
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다비를 벗으면
발가락이 또 한 개 없어졌다
앞으로 남은 두 개의 발가락이 없어질 때까지
가도 가도 천리길
먼 전라도 길
한하운이 이 시를 쓸 때는 일본 패망 후인 49년 4월 봄이었다지?
그 멀고도 먼 길을 찌가다비 하나 신고 천안 삼거리를 지나 고흥 소록도 까지 걸었다?
(찌가다비:작업화인지, 버선인지의 일본 말)
천안 삼거리는 60년대만 해도 비포장 자갈길이었다
그러면 전라도 길은 어땠을까?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이었다?
수세미 같은 붉은 해는 서쪽 하늘에 걸려 있었고 ,,,
저녁노을이 붉게 물든 지금의 소록도 대교처럼 ,,,
1930년~~ 70년 대까지는 한센인들이 이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소록도로 들어갔다고 한다
세상 사람들은 일본인들이 한센인들에게 저질렀던 악행이 더 잔인했다고 하지만
사실인 즉, 일본이 패망하고 한국인 관리들이 소록도로 들어왔을 때 그 악행은 정점에 달했다고 한다
당시 시인 한하운도 저 수세미 같은 붉은 노을을 보았겠지
자신의 운명처럼 ,,
소록도와 마주하고 있는 섬, 녹동항 바다 정원
수세미 같은 붉은 해도 천관산 너머로 자취를 감추고
멀리 거금도 대교 불빛이 갈릴리 불빛처럼 반짝인다
어느 무더운 8월의 여름밤
녹동항 바다정원은 무척 끈적였다
누가 만들었을까?
바다의 귀족이라는 도미가 가던 길 멈추고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다
저 삼국사기에 기록된 백제의 평민, 도미 부인을 보는 듯,,,
백제의 도미 부인은 참 예뻤다지?
그래서 백제 개로왕이 자기 여자로 만들려고 온갖 음모를 꾸몄다지?
그래서 도미 부인의 눈알을 빼 장님으로 만들었다지?
그 도미 부인이 지금 인공섬으로 와 눈을 번득이고 있는 것 같다
작은 사슴을 닮은 섬이라고 해서 소록도라는 이름이 붙여진 섬 소록도
소록도에 무슨 사슴이 있었을까?
아하~~ 한센인들을 두고 한 말이었을까?
인간 세상의 온갖 멸시와 천대를 당하며 쫓겨 다니다
스스로 병을 치료해 보고자 소록도로 왔던 한센인들 ,,,
그들은 모두 이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소록도로 건너갔다
한번 들어가면 언제 나올지 희망도 기약도 없는 소록도행,,
그들이 선하디 선한 사슴이었다면 일제 강점기의 관리들은 피에 굶주린 이리 떼?
그래서 남자는 강제 정관수술을 시키고 여자는 강제 불임 수술을 시켰다고?
그렇다면 그 일본인 관리들이 8.15 해방과 함께 쫓겨가고
40년대 후반, 친일파 한국인 관리들이 소록도에 들어왔을 때는?
마라고?
그 친일파 한국인 관리들의 들의 악행은 일본인 관리들을 능가했다고?
3일 열 끼를 굶은 이리떼들과도 같았다고?
친일 한국인 관리들은 폭행이 더 심했고 그 폭행이 어찌나 심했던지
한센인들이 집단 반발을 하자 그냥 총으로 쏴 죽였다고?
그래서 한센인들은 작은 사슴이 되었다고?
그래서 소록도라?
다시 녹동항 부두로 돌아오니 저 멀리 거금도 대교 불빛이
마포 종점 당인리 발전소처럼 불빛만 반짝인다
은방울 자매의 마포종점처럼 ,,
밤 깊은 마포종점
갈 곳 없는 밤 전차
비에 젖어 너도 섰고
갈 곳 없는 나도 섰다 ~~
바다 건너 거금도에
불빛만 아련한데 ~~
돌아오지 않는 사람
기다린들 무엇하나
첫사랑 떠나간 녹동
녹동은 서글퍼라 ~~
이제 여기 자리 펴고 맥주 한잔 해볼까?
녹동 아저씨가 24시 편의점으로 쪼르르 달려가 1,5리터짜리 패키 맥주하나 사 가지고 온다
녹동 아저씨가 패키 맥주 한잔 들이켜더니 한마디 한다
"나 ,, 아들에게 유언했다! 나 죽으면 화장해서 저기 바다에 뿌려 달라고,,,?"
"에고~~ 뭔 욕심이 그리도 많다냐?
살아서 실컷 바다를 봤으면 됐지, 죽어서까지 바다로 가려고?"
깊은 밤, 끈적이는 여름밤,
여기에 자리 하나 깔고 맥주를 마시는데
저 앞, 고흥 녹동항 여객선 터미널에 아리온 제주호가 정박하여 끄덕끄덕 졸고 있다
저 배는 오후 9시경에 소리 없이 녹동항 여객선 터미널로 들어와
다음날 오전 9시경이면 또 소리 없이 제주도로 간다
"우리 낼 아침 제주도나 갈까?"
"제주도? 거긴 뭔 재미로 가?"
"바가지 쓰는 재미,,
바닷가 난전에서 뿔소라 대여섯첨 썰어주고 5만 원씩 받지 않나?
흑돼지 비곗덩어리 한판 구워주고 15만 원씩 받지 않나?
갈치조림 2인분에 7~8만 원씩 받지 않나?
어때? 우리도 바가지 쓰러 제주도 한번 가보자!"
"내일도 녹동항 여객선 터미널에서 아리온 제주호 타고
바가지 쓰러 제주 가는 사람들 참 많을 텐데 우리까지 꼽사리 끼자고?"
"그래! 바가지 천국, 제주도! 녹동 시장에서 바가지 하나씩 사서 아예 쓰고 가면 되지?"
"제주도 것들이 그리 허술한지 알아? 쓴 바가지 위에 또 바가지 씌운다?"
"에효~~~ 어쩌다 제주도가 바가지 동네가 되었다냐?
그냥 여기 부두에서 자리 깔고 맥주나 마시자!"
점점 깊어가는 한여름 밤의 녹동항 부두
바닷물이 파도에 철썩이는 소리와 배들끼리 부딪는 소리만 들린다
철썩~~ 삐이이익 ~~~ 철썩 ~~ 삐이이익 ~~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자!
주머니에 예쁜 비암 장어 한 마리 집어넣고 ,,,
다음날 아침,
해장이나 하려고 녹동항 바다 정원 앞으로 실실 걸어 나왔다
어디 짬뽕 잘하는 중국집이 없나? 두리번두리번 ,,
그런데 녹동항 바다정원 앞에 웬 중화요릿집이 이렇게 오롯이 있었다
어젯밤에 보이지 않던 중국집이 ,,,
드디어 짬뽕이 나왔는데 우와~~~ 해산물이 엄청 들어 있었다
새우, 갑오징어, 바지락, 마른 해삼 등,,
이것만 가지고도 소주 두어 병은 먹을 수 있을 듯,,,
그러고 보니 중화요릿집 주인은 태권도 5단이라는 단증까지 가지고 있었다
태권도 5단이라면 실력이 만만치 않을 텐데,,,
날짜를 보니 2019년 받은 단 증이었다
그런데 이제 연로해서 더 이상 중화요리 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한다
이제 이쯤에서 그만둘까? 생각 중이시라나?
이것뿐만이 아니다
서예도 엄청 잘하신다
태권도로 치자면 서예 8단 쯤 되려나?
그렇다면 이 분은 태권도 5단, 서예 8단, 중화요리 솜씨 9단, 도합 22단인데
이제 그만 접을까? 한다니 참 아쉽다
또 어디 가서 이런 짬뽕 맛을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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