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트에 사용된 사진들은 2018년 6월에 촬영된 사진들임을 알려드립니다
근덕 맹방해수욕장을 지나 삼척시내로 들어오니 어느덧 날은 저물고 있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삼척항 수산시장 회센터 부근에서 노숙을 해야 할 것 같다
삼척항 수산시장에는 어선들이 침묵 속에 정박하고 있었으며 부둣가에서는 비릿한 냄새가 풍겨왔다
나는 삼척 정라진항의 허름한 민박집에 거처를 마련해 놓고
비릿한 냄새 풍기는 삼척항 수산시장 회센터를 기웃거리며 돌아다녔다
다행히 오늘은 노숙은 아니다
삼척항 수산시장을 어슬렁 거리다 도착한 곳은 삼척항 뒷골목에 있는 진성식당!
우리는 이 식당으로 들어가 2층으로 올라갔다
미국맨이 식당 2층에서 식사가 나오기 전, 우선 막걸리와 소주 한 병씩 가져왔다
밥은 나왔는데 골뱅이는 언제 나오냐고 물었더니.... 머라고?
골뱅이는 삶는데 조금 시간이 걸린다나?
얼마나 걸리냐고 했더니 골뱅이는 한참을 삶아야 한다나....?
아니... 골뱅이는 펄펄 끓는 물에 집어넣고 2~3분 정도만 삶으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런데도 여기 삼척항 진성식당 아짐은 한참을 삶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나는 골뱅이를 삶는 새로운 노하우가 있나 보다 생각하고 잠자코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20분을 기다리고 30분을 기다려도 이상하게 골뱅이가 나오지 않는다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뇌리를 스친다
혹시.... 이 아짐.....골뱅이를 개떡을 만들어가지고 오는 거 아녀?
한 40여분쯤 기다렸나?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렸던 골뱅이가 나왔는데..... 이런 니기미.....
혹시나.... 했던 골뱅이가 역시 쫄아서 개떡이 되어 있었다
손을 호호 ~ 불어가며 하나를 까보니 ~ 젠장 ~ 겁나게 질긴 거 있지?
얼마나 질기던지 꼭 찰 고무줄을 씹어 먹는 것 같았어.
어쩐지.... 골뱅이를 40여분 정도나 삶더라 했더니...
보통 골뱅이는 끓는 물에 집어넣고 2~3분 정도만 삶으면 야들야들해서 먹기 좋은데
이건 뭐..... 그냥 찬 물속에 집어넣고 40여 분을 논스톱으로 끓이는 거 있지?
그러니까 완전 졸아가지고 찰고무줄처럼 질겨지는 건 당연한 거지
그건 그렇고.... 이걸 우야노?
산 골뱅이 맛 좀 보려고 삼척항까지 왔는데.... 이건 뭐 찰고무줄이 되었으니,,,
삼척항은 민박집도 80년대 쪽방 스타일이다
한 사람 누우면 그냥 꽉 찰 것 같은 80년 대 장미 여인숙 스타일,,
요런 골방이 글씨 4만 원이라고,,,?
4~5년 전 내가 강원도 시장 돌아다니다가 여기서 하루 잔 적이 있었다
그때는 이거보다 훨씬 큰 방이 2만 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 그방 크기의 반절도 안 되는 요런 쪽방이 4만 원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날이 휴가철도 아니고 주말도 아닌 그냥 5월 14일 일요일 저녁이었다
일요일 저녁이면 수도권 어느 곳의 시설 좋은 모텔을 가도 4만 원이면 다 해결된다
그리고 요런 쪽방은 서울과 수도권 고시촌에 가면 하루 만원? 하면 딱 맞을 민박집이다
방 앞에 자그마한 냉장고와 욕실이 따로 있었지만 요것도 두 사람 앉아 있기에는 빡센 크기다
그냥 한 사람 앉아서 상펴고 밥 먹고 술 마시면 딱 맞는 크기다
그래도 욕실은새로 리모델링해 놓은 것 같았다
무척 좁았지만 한 사람 서서 샤워하기엔 충분했었으니까...
대충 욕실에서 고양이 세수하고 삼척항 횟집에서 먹다 남은 골뱅이를 여기서 알맹이를 다 빼 버렸다
그리고는 가위로 써는데 얼마나 질기기에 미끈덩 거리며 잘 썰어지지도 않는다
여하튼 이날은 일진이 좋지 않은 것 같았다
80년 대 스타일, 장미 여인숙 쪽방이 걸리지를 않나?
또 생고무줄 같은 골뱅이가 걸리지를 않나?
니기미 ~ 운수 사나운 하루였다
그 비좁은 골방에서 두 사람이 누우니 대그빡은 한쪽 벽에 와닿고 발바닥은 또 반대쪽 벽에 와닿는다
아메리칸 맨은 여기서 캔 맥주를 한 캔 마시고 내는 1.6리터짜리 패키병맥주를 비워 버렸다
그러고는 벌러덩 누워 ~ 드르렁 쿠울 ~ 퓨우 ~
이렇게 입맛을 다시며 잠을 자다 보니 어느덧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삼척 정라진항에는 오징어 배들이 항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항구 어시장은 수족관들마다 오징어들이 꽉 들어차 가까이서 쳐다보기만 해도 물을 쫙쫙 쏘아댄다
가파른 산등성이 마을 빨랫줄에도 오징어가 빨래집게에 물려 있었고
부둣가 오징어줄에는 빨래와 오징어가 동시에 사이좋게 잘 마르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삼척항에서도 오징어가 잘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어제저녁 아메리칸 맨과 삼척항 수산시장에 갔었지만 회센터 수족관마다 오징어는 없었다
그때는 삼척항에 가면 할머니들이 오징어회를 만원에 8마리를 회로 썰어주기도 했었는데.....
요즘 삼척항에는 오징어뿐만 아니라 곰치도 잘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 삼척항의 오징어와 곰치국은 부르는 게 값이다
예전에 뱃사람들은 곰치(물곰)가 그물에 걸려 올라오기라도 하는 날이면
먹지도 못하는 것이 걸려 올라왔다면서 즉시 바다로 내 던져 버리곤 했다고 한다
생긴 것도 미련 곰탱이처럼 생긴 데다 덩치는 또 얼마나 크던가?
그런 녀석들을 바닷물에 다시 집어던지면 텀벙 거리는 소리가 나서 "물텀벙"이라 부르기도 했었고
곰탱이처럼 우직하게 생겨서 "물곰"이라고 불려지기도 했다
또 메기처럼 생겼다고 해서 물메기라고 불려지기도 하는데
예전의 뱃사람들에게는 그물에 걸려 올라와도 달갑지 않은 고기였다
그러던 곰치가 이제는 없어서 못 먹을 정도의 귀한 음식이 되어 버렸다
삼척이나 동해의 곰치국은 이곳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와서 먹고 갈 정도로 유명해졌다
때문에 삼척항 곰치국 전문점에도 곰치국을 먹으러 오는 사람들의 발 길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그렇게 많이 잡혔던 곰치들이 잘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요즘은 곰치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나....?
아침시간, 삼척항의 어느 민박집에서 나와 해장으로 곰치국이나 먹으려고 항구를 어슬렁 거리다가
갑자기 떠오른 생각... 그래! 삼척 중앙시장 어시장에 한번 가보는 거야!
삼척 중앙시장 가본 지도 어언 10여 년.... 지금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그때는 삼척 중앙시장 어시장 부근에 해장국집도 많고 선술집도 많았었다
그래서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삼척 중앙시장으로 향했다
삼척 중앙시장 골목길을 빠져나오니 시장 주차장이 보였다
아침시간이라 그런지 시장 주차장은 대체적으로 한산한 분위기...
여유 있게 차를 파킹하고 곰치국을 하는 해장국집을 찾아 시장 쪽으로 실실 걸어간다
주차장에 차를 파킹시키고 나오긴 나왔는데 이건 뭐야?
문을 열어 놓은 상가들이 하나도 없으니...
이런 ~ 그냥 삼척항 해장국집에서 아침 먹고 갈걸 공연히 삼척 중앙시장으로 왔나?
시장 안으로 들어왔으나 시장 안쪽도 사정은 마찬가지... 문이 열려 있는 집이 하나도 없었다
그중 식당 간판들도 몇 개 보였으나 모두 문이 닫혀 있었다
젠장 ~ 이거 이러다가 아침 해장도 못하고 그냥 나가게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
드디어 삼척 중앙시장 어시장 발견!
불을 환하게 밝혀놓은 어시장은 문이 활짝 열려 있었으며 시장 안에는 어물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그래도 요 부근에는 해장국집들이 좀 있겠지... 그리고 곰치들도 많이 잡혀 왔겠지
10여 년 전 까지는 장사차 가끔 한 번씩 드나들던 어시장이었는데
그 모습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었다
이 어시장 주변으로는 선술집과 해장국집들이 참 많았다
그때 여기서 산오징어를 사가지고 가면 주변 해장국집에서 썰어주고 초고추장과 양념값만 받았었다
혹시.... 곰치를 사가지고 가면 곰치국도 끓여 주려나?
아니 아니.... 곰치는 덩치가 워낙 커서 그거 한 마리 잡으면 곰치 해장국 열 그릇도 더 나올 텐데...
이렇게 나름대로 상상을 하면서 어시장 옆에 있는 해장국집 골목으로 발길을 옮겼다
10여 년 전... 늦 가을비가 스산하게 내리던 삼척 중앙시장 어시장 부근의 선술집 골목!
바로 이 골목 선술집에서 막걸리 한잔 마시고 노래를 불렀다
술은 삼척 막걸리에다가 안주는 어시장에서 사 온 오징어 회!
산오징어가 만원에 네 마리였던가? 다섯 마리였던가?
그걸 가지고 가면 인심 좋은 주모가 정성스럽게 썰어주고 초고추장 값하고 막걸리 값만 받았다
이제 그로부터 십여 년 세월이 흐른 지금, 나는 또다시 이 골목에 나타났다
그때 그 시절의 삼척중앙시장 어시장 부근의 선술집 골목으로...
따끈한 곰치국에 해장술 한잔 하려고...
그런데... 그런데... 베라 먹게도 여기도 모두 문이 닫혀 있었다
물론 어시장에도 곰치 한 마리 없었고...
그 시절 그 추억을 떠올리며 어렵게 어렵게 찾아왔는데 이게 뭐야?
조져 버렸다! 완존히...
어시장 수족관에 물고기들도 그때처럼 기체일양 만강하신데
왜? 그때 그 주모들이 하던 선술집들은 모두 문이 닫혀 있는 건데?
하는 수 없이 아메리칸 맨과 나는 어시장을 빠져나와 해장국집을 찾아 또 어슬렁 거리기 시작했다
또다시 시장 골목길을 기웃거리며 어슬렁 거리다 보니 전주 국밥집이 보이는 것 아닌가?
이때 내가 반가운 마음에 아메리칸 맨에게 소리쳤다
헤이! 아메리칸 맨! 여기 국밥집 있다 ~ 전주 국밥집!
에이! 해임! 여기까지 와서 국밥 머거요?
고랴? 고럼 다시 찾아보자! 곰치 해장국집을!
이렇게 해서 아메리칸 맨과 나는 또다시 이 집 저 집 기웃기웃....
삼척 중앙시장의 남양 뚝배기집, 삼겹살 곱창구이 전문 소담, 그리고 소머리 국밥집 힐링
아침 시간, 문이 닫혀 있는 삼척 중앙시장의 대평식당
아침 시간, 문이 닫혀 있는 삼척 중앙시장의 오뚜기 식당
드디어 곰치 해장국집 발견
그런데 이 곰치 해장국집은 내가 발견한 것이 아니라 같이 동행한 아메리칸 맨이 발견한 것이다
나는 눈을 옵션으로 달고 있기 때문에 멀리 있는 것들을 잘 못 본다
하지만 아메리칸 맨은 눈이 무척 밝다
몇백 미터 전방에서도 속도 측정 카메라의 렌즈가 열려 있는지 닫혀 있는지를 확실하게 식별한다
그것도 시속 100Km로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곰치국을 하는 식당은 오구사 식당이었는데 삼척 중앙시장 들어가는 입구 바로 옆에 있었다
그걸 모르고 그 넓은 시장을 두어 바퀴 헤갈을 하고 다녔으니...
삼척 중앙시장 입구에 있는 곰치국 맛집, 오구사 식당 - 삼척시 남양동
그런데 곰치 해장국이 일 인분 1만 3천 원이었다
4~5년 전 삼척항에서 7천 원인가? 팔천 원인가? 먹었는데 언제 이렇게 졸라게 오른 거야?
그래도 곰치국을 먹으려고 삼척항에서부터 삼척 중앙시장까지 헤갈을 하고 돌아다녔으니
매우 올랐어도 먹고는 가야것제?
오구사 식당 주인장께 곰치국 되냐고 물었더니 쪼금만 거두리라고 한다
곰치를 시장서 가져와야 한다나? 어쩐다나?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20분이 지나도.... 30분이 지나도...
곰치를 가지러 간 주인장은 돌아오지 않았다
30분이 조금 지났을까?
시장서 곰치를 가져온다던 주인장이 드디어 곰치 한 마리를 들고 헐레벌떡 나타났다
"왜 이리 늦게 오셨다요?"
"하이고우 ~ 요즘 시장에 곰치가 없대요! 이거 한 마리 간신히 뺏어 왔대요"
"지는 배 타고 바다로 나가셔서 곰치를 잡아 오는 줄 알았슈!"
이렇게 해서 곰치를 시장서 가져오는데 30~40분,
요리하는데 20여분, 도합 한 시간은 걸렸나 보다
애당초 이럴 줄 알았다면 그냥 선지 해장국 한 그릇씩 시켜 먹고 가는 거였는데.....
주인장이 쪼끔만 거두리라고 해서 기두렸더니 ㅋ
그 쪼금만이 한 시간이 될 줄 누가 알았나?
어찌 됐건 목 빠지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 곰치국이 한 시간의 긴 기다림 끝에 나왔다
곰치국은 말 그대로 물곰(곰치)과 묵은지 김치가 어우러져 완성된 음식이라 하여
물곰(곰치)의 "곰"자와 김치의 "치" 자를 한 자씩 따서 "곰치국"이라 불려졌다고 한다
때문에 발효음식이라 불려지는 묵은지 김치와 물곰이 한데 어우러져
가마솥에서 자글자글 끓어 나오면 이렇게 곰치국이 되는 것이다.
간도 묵은지 김치로 맞춘다
맛있게 푹 삭은 김치를 넣어야 비린내가 없어지고
담백한 곰치의 뽀얀 속살과 어우러져 칼큼한 맛을 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곰치국을 처음 먹어보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그냥 김칫국의 맛...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날 같이 곰치국을 먹었던 아메리칸 맨의 표정이 꼭 그런 표정이었다
곰치국을 먹는 건지, 김칫국을 먹는 건지 마냥 헷갈리는 아메리칸 맨
아메리칸 맨이 곰치국을 먹든 김칫국을 먹든 상관없이 비단 왕은 한그릇 싹 비웠다
아침부터 삼척 중앙시장 오구사 식당에서 곰치 한 마리 아작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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