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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내가 본 가장 한국적 고갯길, 소백산 마구령 고치령(정감록 십승지 단양 의풍리)

by 비단왕 2024. 6. 22.

이 포스트에 사용된 사진들은 2018년 6월에 촬영된 사진들임을 알려드립니다 

 

봉화 일소암에서 풍기로 가는 지방도

 

봉화 물야에 있는 일소암에 잠시 들렸다가 물야초등학교 수식분교장을 지나 풍기로 향하고 있는 중,,,

풍기에서 중앙고속도를 타고 단양 IC로 빠져나와 단양에서 충주를 거쳐 천안으로 가려고 했으나

 

얼떨결에 무심코 소백산 고치령을 넘는 길목으로 접어들었다

고치령은 경북 영주시 단산면에서 충북 영춘면 의풍리로 넘는 아주 오래된 고갯길이다

 

영주시 단산면에서 소백산 고치령으로 가는 길목

 

고치령이 시작되는 영주시 연화동, 상좌석 마을

 

고치령 버스 통행불가

고치령은 뚝 떨어지는 급경사가 많은 데다 도로폭도 비좁고 중간중간 비포장길이 많다

그래서 버스 같은 대형차들은 통행이 불가하고 1톤 정도의 차량들만이 이 고개를 넘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소백산 고치령 너머 마을, 단양 의풍리와 영주 남대리 마을은 

이제껏 버스를 타고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한 마을이다 

 

경북 영주시 단산면에서 충북 영춘면 의풍리로 넘는 고치령 초입

 

수목이 울창하게 우거진 소백산 고치령

 

울창한 숲 속, 고치령 급커브 길

 

백주대낮에도 으시시한 소백산 고치령

 

쌍도끼 든 산도적이 곧 튀어나올것 같은 분위기...소백산 고치령

 

 해발 760m, 소백산 고치령 정상

경북 영주에서 충북 영춘면이나 강원도 영월로 넘는 고갯길은

풍기에서 단양으로 넘는 죽령이 있고 영주 부석사에서 남대리로 넘는 마구령이 있다

 

그리고 영주 단산면에서 영춘 의풍리로 넘는 바로 이곳 고치령이 있는데

고치령은 포장도로와 비포장 도로를 번갈아 가며 달려야 한다

해발 760m 고치령 정상 부분은 비포장 길이고

의풍리로 넘는 내리막 길에서 또 비포장 길을 만나게 된다

 

해발 760m, 고치령 정상에 세워진 표지석

소백산 고치령은 백두대간인 태백산과 소백산을 이어주는 고갯길이라 할 수 있고

소백, 태백, 양백지간 주변이 모두 일천미터가 넘는 험한 고봉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런 이유로 이곳 일대 대부분이 외적의 침입이 없었던 곳으로

예부터 정감록에 나오는 십승지의 마을로 불려지기도 했다

 

소백산 고치령 정상에 세워진 이정표

고치령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보부상들이 등짐과 봇짐을 지고

경상북도와 충청북도를 오가던 길목이기도 하지만

조선초에는 세조에게 왕위를 찬탈당한 단종과

그의 삼촌 금성대군의 한이 서려있는 고갯길이기도 하다  

 

조선초 세조 때 경북 영주 순흥으로 유배된 금성대군이,

강원도 영월로 유배된 단종을 복위시키고자 밀사들을 시켜 이곳 고치령을 넘나들게 하였다

 

그러던 중, 결국 당사자인 단종과 금성대군은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채 둘 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말았다

이런 이유로 이곳 고치령 정상에는 단종과 금성대군을 모신 산령각이란 사당이 세워졌다

 

고치령 정상에서 국망봉으로 가는 등산로

 

고치령 정상에서 국망봉으로 가는 등산로

 

등산로 안내도 - 영화동 삼거리  코스, 소백산 마구령 코스

 

소백산 고치령 정상에 세워진 산령각

앞에 보이는 사당은 조선 7대 임금인 세조의 동생 금성대군과 대군의 조카 단종의 혼을 달래려고

세운 산령각이다. 저 산령각에는 단종과 금성대군이 나란히 앉아 있다

 

영월 사람들은 단종이 죽어서 태백산 산신령이 되었다고 믿었고

영주사람들은 금성대군이 죽어서 소백산 산신령이 되었다고 믿어왔다 

조카인 단종과 삼촌인 금성대군이 죽어서 이곳 고치령 산령각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소백산 고치령 정상에 세워진 산령각

산령각에는 태백산 산신령이 된 단종과 소백산 산신령이 된 금성대군의 영정이 있다

사람들은 소백과 태백 사이의 양백지간인 이곳 고치령에

금성대군과 단종이 혼이 되어 만나는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그러니까 이곳엔 태백산 산신령과 소백산 산신령이 버티고 있는 곳이다 

다시 말해 잡귀 접근 불가지역이다

 

산령각에서 내려다 본 소백산 고치령

 

소백산 고치령 정상 비포장 길

 

고치령 정상에서 충북 단양 영춘면 의풍리로 내려가는 산악길

 

급커브 급경사, 소백산 고치령 산악길

 

수목이 울창하게 우거진 소백산 고치령

 

백주대낮에도 으시시한 소백산 고치령

 

소백산 고치령 비포장 자갈길

 

이곳은 고치령 정상에서 충북 단양 영춘면 의풍리로 내려가는 내리막길인데

비좁은 비포장길이 의풍리 마을까지 상당히 길게 이어져 있다

 

고치령 정상에서 단양 의풍리로 내려가는 비포장 자갈길

 

고치령 정상에서 비포장길을 따라 먼지 풀풀 날리며 얼마나 내려왔을까?

아직도 첩첩산중인데 길 옆으로는 실개천이 있고 외딴 농가도 보인다

 

그러곤  또다시 채소밭 길  

 

소달구지처럼 덜커덩.... 럴커덜.... 먼지를 풀풀 날리며 옥수수 밭을 지나간다

옥수수 밭이 제법 큰 것을 보아 주변에 농가가 있는 마을이 나오려나 보다 했는데.... 헐 ~

 

백토마는 다시 산속으로.... 산속으로.... 또 빨려 들어가기 시작한다

 

이거 도대체 어디까지 가야 농가 있는 마을이 나오는 거야?

그잖아도 길옆 숲이 너무 우거져서 등골이 오싹하기만 한데 ,, 

이건 가고.... 가고.... 또 가도 첩첩산중이라

 

채소밭을 지나고 울창한 숲을 지나고 옥수수밭을 지나고 또다시 첩첩산중길로 빠져들었다가

옥수수밭 첩첩산중, 옥수수밭 첩첩산중, 목수수밭 첩첩산중, 또 옥수수밭 첩첩산중....

몇 번을 반복하며 달려왔더니 이번엔 진짜 농가가 있는 마을이 나왔다

 

여기는 단양군 영춘면 의풍리인데 천지사방 옥수수 밭이다

여기도 옥수수밭, 저기도 옥수수밭, 거기도 옥수수밭, 요기도 옥수수 밭....

 

이곳 의풍마을의 역사를 이야기하자면 고려의 국운이 한참 기울어지고 있을 무렵인

1천4백 년대부터 정감록파들이 난을 피해 이곳으로 들어와

화전을 일구며 살았다고 하는 것이 마을의 시작이라고 한다

이 말대로라면 이 마을에서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5백 년 전이라 할 수 있다

 

정감록은 어느 누가 언제 저술을 했는지 알 수 없는 기묘한 책인데

우리나라가 외세에 숫한 침략과 수탈을 당하고 있을 무렵인

병자호란이나 임진왜란 때쯤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단양군 영춘면 의풍 2리 마을

 

정감록에 보면 난을 피할 수 있는 마을 열 군데를 나열해 놓았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라에 란이 일어나거나 외세의 침략을 받았을 때

그래도 목숨 보존하고 살 수 있는 곳은 이런 첩첩산중 오지마을이었던 것이다

정감록에 나오는 십승지지 마을을 일일이 나열해 보자면 대략 이렇다

 

 영월의 정동 쪽 상류(영월군 상동읍 부근)

풍기의 금계촌(영주군 풍기읍 금계동 부근)

합천의 가야산 남쪽의 만수동

부안의 호암 아래와 변산 동쪽

보은 속리산 아래의 증항(충북과 경북의 경계지역인 시루봉 아래)

전남 남원 운봉 지리산 아래의 동점촌

화산의 소령고기(봉화군 춘양면 부근)

무주의 무풍 골짜기(덕유산 부근)

공주의 유구천과 마곡천 사이

 

그리고 바로 이곳

충북 단양의 영춘(영춘면 의풍리, 부석면 남대리, 하동면 와석리)이다 

그러고 보니 정감록 십승지 마을 반절은 모두 이 소백산 부근에 모여 있는 것 같다 

정감록을 어느 누가 썼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런 거라면 나도 쓸 수 있다

대충 딱 봐서 교통 억쑤로 불편하고 사람들 접근하기 힘든 첩첩산중이면 십승지지 마을 하면 된다

 

아... 그런데 한 가지 중요한 게 빠졌다

천지사방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첩첩산중이지만 그래도 농사를 지어먹고 살 수 있는 넓은 들판과

평야지대가 없으면 십승지지 마을에서 탈락, 내지는 실격이다

이런 이유로 고봉으로 둘러싸인 첩첩산중이 남쪽보다 훨씬 더 많은 북쪽에는

십승지지 마을이 하나도 기록되어 있지 않은 것 아닐까?

 

농사가 잘 되려면 우선 날씨가 추우면 안 되고 비도 잘 와야 되고

넓고 기름진 평지나 들판이 있어야 하고 또 무엇보다 북쪽 오랑캐들의 횡포를 피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모든 조건을 두루두루 갖추고 있는 이곳 영춘면 의풍리 마을은 

정감록 십승지지 마을로써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필자는 확신을 한다  

 

사방팔방 1천 미터가 넘는 고봉으로 둘러싸인 산 중에

제법 큰 마을을 이루고 있는 영춘면 의풍리

 

정감록 십승지지의 마을 의풍리!

이곳으로 들어오는 길목은 세 곳인데

그 하나는 부석면 임곡리에서 해발 820m의 마구령을 넘어오는 길이고

또 하나는 영춘면 동대리에서 구절양장 해발 800여 m나 되는 배틀재를 넘어오는 길이고

또 하나는 방금 넘어왔던 해발 760m 고치령을 덜크덩 덜크덩.... 뿌연 먼지 일으키며 넘어오는 길이다

 

영춘면에서 들어오는 배틀재는 최근 도로포장공사를 끝내서 쉽게 들어올 수 있지만

영주 부석면에서 마구령을 넘거나 영주 단산면에서 고치령을 넘어서 오려면

그 험준한 산세에 등골이 오싹해 옴을 느낄 것이다

그렇게 구절양장 고갯길을 넘어서 의풍리에 도착하면 또 한 번 눈을 의심하게 된다

와 ~ 이런 곳에도 넓은 평야가 있고 넓은 들판이 있었네... 하면서,,,

 

단양군 영춘면 의풍 2리 버스 승강장

 

정감록 십승지 마을 단양 영춘면 의풍리는 오랜 세월 동안 버스 승강장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의풍리에서 동대리를 지나 단양 영춘면으로 넘는 베틀재가 포장되면서 

마침내 군내 버스가 들어오게 되었다 

 

사진으로 볼 때는 이곳이 깊은 골짜기 마을이라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을 정도로 평평한 분지가 많다

하지만 이곳은 1천 m가 훨씬 넘는 봉황산, 선달산, 어래산, 마대산의 기라성 같은 고봉에 둘러 싸인 

영춘면 의풍리 마을이 확실하다

 

정감록 십승지 마을,, 영춘면 의풍 2리 마을에서 마구령과 김삿갓 계곡 방면으로 가는 길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