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트에 사용된 사진들은 2008년 8월에 촬영된 사진들임을 알려 드립니다
아침에 장릉이 문을 열자마자 첫 번째로 들어가서 단종릉과 장릉 경내를 돌아보고
곧장 덕포리 장터로 가려고 영월읍내를 지나 영월역으로 왔을 때는
또 한 차례 억수비가 오렸는지 봉래산 자락에서 검은 비구름이 밀려오고 있었다
영월 덕포리 장터는 이 영월역 바로 맞은편에서 펼쳐진다
우선 영월역사에 들어가 보았더니, 마침 여름방학인지라
태백선 열차를 타고 동해 쪽으로 여행 가려는 학생들과
여행을 마치고 서울 쪽으로 가는 학생들이 뒤엉키며 북적이고 있었다
학생들은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영월 승강장에서 배낭을 하나씩 둘러메고 들어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었으며, 또 어떤 학생들은 열차 시간표를 들여다보며
대합실에 서성 거리고 있었고, 또 어떤 학생들은 영월역 광장 그늘에 모여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다
여기는 영월 역하고 마주 보고 있는 영월 덕포리 장터이며 장날은 끝자리가 4, 9일 날이다
영월 장날은 이곳에서부터 저 위에 막다른 길 왼쪽 주택가 골목으로 장이 길게 늘어서는데,
작년 겨울이 끝날 무렵인 2월 말경에 와 보고는 다섯 달만에 다시 와보는 영월 덕포리 장터다
강원도 5일장 영월장날은 영월 읍내에 위치하고 있는 중앙시장에서 장이 서지 않고
이곳 덕포리의 주택가 골목에 길게 늘어선다.
전국의 모든 장터는 대개 시내 중심부인 시장에서 장이 서는데,
영월은 읍내에 중앙시장이라고 하는 시장이 있지만,
어찌 된 이유인지 시장에서 장이 서지 않고 이곳 덕포리 골목에서 오래전부터 장이 서 왔었다
언젠가 영월 중앙시장에 잠시 들렀을 때 시장 안에서 감자전과 수수부꾸미를 먹으면서
시장 사람들에게 그 이유에 대하여 물어봤더니,
영월 중앙시장에 장이 서지 못하도록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부득이하게 이곳 덕포리에서 장이 선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사실은 그런 이유보다도 영월 읍내에 있는 중앙시장이 너무 작고 협소하기 때문에
이곳에서 장이 서지 않을까?
그래서 그런지 이곳에서 장을 펼치는 장꾼들은
모두가 주택가 골목 노상에다 짐을 풀어놓고 마을집 담벼락이고, 남의 집 대문 앞이고,
가릴 것 없이 물건을 주욱 늘어놓고 장사를 하고 있다
강원도 5일장, 영월 덕포리 장날은 이렇게 길게 늘어선 주택가 골목에서 장이 펼쳐지는데,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시간부터 이곳 장터에는 장꾼들이 하나둘씩 몰려들기 시작한다
좌판기 설치하고 포장치고 물건을 내려서 하나하나 진열하다 보면 날이 밝아오고,
그때서야 장터국밥 한 그릇 해장으로 먹는다
그러다 보면 저잣거리에는 해가 중천으로 떠오르고 영월 군내에 있는 면 소재지에서,
그리고 영월읍내 쪽에서 장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몰려들며 본격적인 장이 서기 시작한다
이날은 팔월 들어 첫 번째로 서는 장날이었고, 또 비가 오락 가락 하면서
검은 구름이 낮게 내려앉아 있어서인지,
평상시 장날보다 장을 보러 오는 사람들의 숫자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이날 덕포리 장터는 대체적으로 한산한 분위기 속에서 장이 서고 있었다
이곳에서 저기 골목 끝까지 길게 장이 들어서는데 별의별 장사들이 덕포장으로 다 몰려든다
닭장수, 개장수, 엿장수 각설이, 생선장수, 동동주에 빈대떡장수, 메밀국수 장수, 올챙묵 장수,
몸빼옷 장수, 고무신 장수, 고무줄 장수, 좀약 장수, 이약 장수, 쥐약 장수, 물쥐약 장수 등등,,,
그리고 뻥이요~~~ 할배들을 비롯, 어물장수, 소쿠리 채반 장수, 양그릇 장수 등등,,,
모두 덕포장으로 몰려들어 하루 온종일 북새통을 만들어 놓는다
하지만 오늘은 비가 오락 가락 해서 그런지,
장꾼이나 장구경 나온 사람들은 평상시의 반절도 못 되는 것 같았다
위에 사진에서 보듯이 덕포장터는 자리가 많이 비어있고
장구경을 나온 사람들도 몇 되지 않아 한산해 보이지만,
평상시 장이 펼쳐졌다 하면, 장터를 오가는 사람들끼리 몸을 부대끼고 다닐 정도로 흥청 거린다
장단과 장타령의 가락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각설이 엿장수의 가위질 소리 철그럭! 철거럭!
쥐색끼 바퀴벌레들을 싹 잡아 씨를 말리자는 현수막을, 좌판기 앞에 걸어놓고 있는 약장수들!
그리고 파장 무렵 물건을 떨고 가려고 핏대를 올리며 외치는 생선장수 외침 소리
자아! 싸다 싸! 신경질 나게 싼 것!
너무 싸서 신경질 나! 거저다 거저!
날이면 날마다 오는 거 아녀!
기회는 이번 따악~ 한 번뿐!
기회덜 놓치고 후회덜, 덜덜덜,,, 하지 마시고 이런 때 돈 덜 벌어가!
이렇게 외치는 장꾼들 틈 바구니를 비집고 자신이 직접 지은 밭작물을 잔뜩이고 나온
할머니들도 좌판을 벌이느라 부산하고, 뻥튀기 장사의 튀밥 타게 지는 소리... 뻥이 요 오 ~~
영월 덕포리 장날은 그야말로 야단법석 북적북적, 흥청흥청, 와글와글, 시끌벅적, 웅성 웅성,,,
엿장수 가위질 소리 철그럭! 철거럭!
고무줄 장수 뽕짝 노랫소리, 쿵 짜자 쿵 짝!
누덕누덕 누더기옷에 각설이 엿장수 북소리, 두둥 두둥 둥다 둥다!
국밥집에서 오랜만에 만난 건넛마을 친구와 얼큰하게 막걸리 한잔씩 마시고
콧짠뎅이가 벌겋게 달아오른 촌로들!
한쪽 구석에서는 솥뚜껑을 뒤집어 놓고 수수부꾸미와, 감자전, 녹두 빈대떡, 올챙묵, 메밀국수를
만드는 시골 아줌들의 손이 바쁘고, 국수가락이 엄청 굵고 길어서 먹을 때
스프링처럼 탄력이 붙어 콧잔등을 팍팍 때린다는 국수!
먹다 보면 면발로 콧짠뎅이를 하도 얻어 마저 어느새 콧짠뎅이가 빨갛게 부어오른다는 콧등 치기 국수!
강원도 5일장, 영월 장날은 그야말로 70년대의 옛 모습이 그대로 살아있는
까마득히 잊혀간 옛 추억들의 흑백 사진 같은 정겨운 풍경들이 고스란히 살아 숨을 쉬고 있다.
장터의 골목길 목조로 된 양철 지붕의 집들도 거의가 다
50여 년 이상은 되었음직한 오래된 집 들인지라, 타이머쉬인을 타고
옛날로 거슬러 올라간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날은 장맛비가 하루 온종일 오락 가락 하고 있던 터라,
장꾼들과 장구경 나온 사람들의 숫자도 몇 되지 않아,
이런 풍경들을 사진에 담지 못한 것이 끝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여기는 영월 기차역에서 덕포리 장터로 들어가는 입구에 자리 잡고 있는 옷장수 노점,
아거들 티셔츠에서부터 할매들 몸빼옷까지 그래도 구색을 골고루 갖추어 놓고 있었다.
영월 기차역에서 덕포리 장터 들어가는 입구의 장터식당 앞에서,
직접 농사지은 옥수수를 따다가 거리 노상에 펼쳐놓고 팔고 있는 영월 아줌들
영월 덕포리 장터의 방앗간 앞 거리 노상에서 이불을 펼쳐놓고 있는 이불 장수 모습도 보였다
그런데 장터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보아하니 잔뜩 흐려 있는 날씨에 장구경 나온 사람들도 몇 되지 않아
오늘 장사는 별 기대감도 없는 듯했다
이곳은 짚으로 만든 삼태기를 비롯,
소쿠리, 죽비 부인, 짚신, 나막신, 삿갓, 밀짚모자 등을 파는 곳인데,
몇몇 사람들이 호기심 어린 손으로 만지작만지작 거리다 그냥 가고 있었다
이런 날 정선 장날처럼 관광객들이라도 떼거리로 몰려오면 장사가 그래도 괜찮을 텐데,
영월 덕포리 장터는 정선장날처럼 관광객들이 많이 몰려드는 곳이 아니라,
영월 군내에 살고 있는 시골 아줌들이나 할매들이 대부분의 손님들이다.
그래서 영월 덕포장터에서는 시골 할매들이 장을 봐가지고 돌아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영월 덕포리 장날은 할매들이 직접 농사지은 밭작물을 노상에 펼쳐놓고 장을 본다
그 할매들 옆에는 "시계수리"라는 글씨를 써놓고 시계와 전자계산기등을 파는 상인도 있었다
시계 하나 몇천 원이면 살 수 있는데, 요즈음도 시계를 고치러 오는 사람들이 있을까?
그리고 저기 시장 닭집은 오늘 장날인데도 문을 굳게 걸어 놓고 있었다.
닭집 문 유리창에 노계 전문이라고 써 놓았는데,
사람들은 영계만 찾는 왜 노계 전문이라도 써 놓았을까?
"시계수리" "노계전문" 이란 글씨를 써놓고 손님이 올 때를 기다린다?
차리 영계 전문이란 글씨를 써 놓던지,,,
이 아이들은 영월 덕포리 장날 구경온 관광객인 듯한데
영월 부근으로 피서를 왔다가 가는 길에 장구경을 나온 거 같았다
여기는 어떤 할머니가 주머니 깊이 들어 있던 꼬깃꼬깃한 돈을 꺼내 떡을 사고 있었다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손자 손녀 갖다 주려고 구렁이 힘줄 같은 쌈짓돈을 헐어서 떡을 사고 있는 듯,,,
할머니가 떡을 사려고 쌈짓돈을 꺼내 한 참을 들고 서 있는데
떡장수는 할머니가 달라고 하는 떡을 그때까지 포장하고 있었다
할머니가 떡 사는 것을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던 아짐도
드디어 결단을 내려 하얀 백설기 떡 한 덩이를 집어 들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무슨 생각에서인지 나를 한 번 힐끔 쳐다 보고는 어정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무도 모르게 몰래 사가지고, 혼자 몰래 먹으려고 하다가 들킨 사람처럼,,,
여기는 영월 덕포리 장터의 중심부,,,
신발 노점 앞에는 송이 약초가게
약초가게 출입문 앞 노점은 신발장수가 점령하고 있었다
황기, 당귀, 자연산 송이버섯, 도라지, 더덕은 어디로 가고 웬 신발만 죽 늘어놓고 있을까?
영월 덕포리 장터 이곳저곳 기웃기웃 거리며 돌아다니다가
빈대떡 집에 들러 감자전과 수수부꾸미 한쪽 사 먹고 영월역 주차장 앞으로 왔을 때는
갑자기 장대 같은 소낙비가 억수로 내리 붓고 있었다
이제 영월, 정선 지역에 또 얼마나 많은 비가 오렸는지,
영월의 하늘은 시커먼 비 구름이 낮게 내려앉아 있었다
'오래된 풍경, 07~17년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재예! 이 동네 우습게 보이는교? 봉화 청량산 청량사, 고지대 관창리 사람들 (14) | 2024.06.19 |
---|---|
김주영 작가 홍어, 객주의 무대 청송 5일장 진보장날, 버스터미널 할매들 (13) | 2024.06.18 |
무인석 없는 조선시대 왕릉! 영월 장릉(단종릉)영월 군수 박충원, 엄흥도 정여각 (5) | 2024.06.16 |
별주부전, 예천 회룡포 용궁마을 토끼? 비룡산 장안사, 벌렁 자빠진 토깽이들 (1) | 2024.06.15 |
수몰촌 이야기! 충주댐 완공 수몰된 구단양, 제천 청풍호 마을 한수 명오리 고가 (22) | 2024.06.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