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래된 풍경, 07~17년 이야기

김주영 작가 홍어, 객주의 무대 청송 5일장 진보장날, 버스터미널 할매들

by 비단왕 2024. 6. 18.

이 포스트에 사용된 사진들은 2007년 8월에 촬영된 사진들임을 알려드립니다 

 

영덕 강구항

 

2007년 8월 초, 

천안에서 무궁화호 기차를 타고 동대구에 간 일이 있었다 

동대구에서 영덕 강구항에 가려고 S의 차를 얻어 타고 북대구 인터체인지로 진입을 했다

북대구에서 부산 방향으로 10여분 정도를 더 달리다가 다시 대구 포항 간 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영천을 거쳐 안강을 지나고 홍해읍을 지나, 송라의 어느 바닷가 휴게소까지 갔다

 

이미 어둠이 내리고 있는 시간

송라의 바닷가 어느 휴게소에서 음료를 마시며 잠시 쉬었다가

동해 바닷길을 따라 영덕 강구항에 들어왔을 때는

도시를 탈출하여 피난온 난민들의 차량들로 강구항 해변 도로는 이미 포화상태였다.

모두들 피서객들 차량이었다 

강구항 근처 민박집을 알아봤지만 민박집들은 이미 난민들로 꽉 들어차 있었다 

이런 날은 어디서 하루를 보내야 하나? 

하는 수 없이 바닷길을 버리고 첩첩산 주왕산 길을 따라 청송 쪽으로 향했다 

 

사람들은 산으로 바다로 환정하게 싸돌아 다니고 

거리는 피난을 떠난 도시처럼 텅 비어 있어 

한산하다 못해 스산하기까지 한 이 도시,,,

 

먹이를 찾아 이 스산한 도시의 골목에서

어슬렁 거리는 개와 고양이를 본 일이 있는가?

인간들이 먹다가 버리고 간 찌꺼기를 찾아 

골목골목 누비고 다니는 개와 고양이들,,,

나는 개나 고양이가 아닌 호랑이고 싶다 

주왕산 꼭대기까지 기어 올라가 

조용한 최후를 마치고 싶은 호랑이고 싶다 

 

조용필의 노래 가사를 좀 빌리자면 

자고 나면 위대해지고 

자고 나면 초라해지는 나는 지금 

영덕 강구항의 비린내 풍기는 어시장 어느 골목에서 

잠시 쪼그려 앉아 고민을 해 본다 

 

어디로 갈거나? 

이 야망에 찬 강구항 대게 거리의 휘황한 불빛 

그 항구의 불빛 아래 내가 하루 머물 곳은 이미 없다 

 

"저기요 ~ 하룻밤 쉬어갈 만한 방이 있나요?"

"지금 비어있는 방은 없는데요" 

 

비린내 풍기는 강구항의 휘황한 거리에서 

민박집 주인장의 기관총 세례를 받고 그만 거꾸러진다 

철퍼덕~~~ 

워매~~~ 환장하겠네 

 

청송군 진보면에 있는 어느 여관방

 

결국 영덕 강구항에서 퇴출당한 나는 다시 산등성이 하나를 넘어 영덕 읍내로 쫓겨갔다 

읍내 도로변에 우뚝한 모텔문을 열고 두리번거렸으나 

모텔 카운터에는 아무도 없고 카운터 유리창에 

"방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런 문구가 휑하니 처다 보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비단왕은 주왕산 자락을 넘어 어둠 속을 달리다 보니 

멀리 작은 마을에 불빛이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마을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 속을 한 시간 동도를 달려서 처음 만나는 불빛,,, 

그 불빛은 마치 길 잃은 사람이 발견한 갈릴리 불빛과도 같았다 

 

가까이 가 보니 그 마을은 청송군 진보면이라는 작은 산골 마을이었고,

이미 시간은 자정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산골 마을 자정시간이면 이미 모두 소등하고 꿈나라로 가는 시간,,,

주변을 살펴보니 진보 버스 터미널 부근에 웬 여관 간판이 하나 보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어라? 여기도 여관 카운터가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카운터를 이리저리 살피고 있는데 여관 주인인 듯한 아지매가 눈을 비비며 

카운터 문을 열고 빼꼼 치다 보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나도 궁상맞아 보이는 상황,,,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일단 다짜고짜 질러나 보자

"방 하나 주슈!"

이 말에 여관 아지매는 군소리 없이 여관 키를 하나 내주면서 삼층으로 올라가란다 

얼라? 이게 웬 일,,?

이제 그만 포기하고 길거리 노숙이라 하려고 그냥 질러 본 말인데 상황이 생각지 않게 돌아가네 

그때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앞으로 "방 있습니까?"라고 물어보는 대신 

그냥 지금처럼 다짜고짜 "방 하나 주슈!"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하기로,,,

 

산골 여관 주인 아지매가 안내해 준 방으로 들어가 봤더니 

그래도 여관방은 정리 정돈이 꺠끗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침대 패드는 얼마나 세탁을 하지 않았는지 시커먼 때에 절어 있었으며 

군데군데 얼록까지 져 있었다 

또한 여기저기 머리카락까지 붙어 있어 

이 위에서 자야 할지 아니면 맨바닥에서 자야 할지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방을 최소하고 밖으로 나가면 푹푹 찌는 한여름 더위에 삶은 고구마가 될 것은 뻔한 일,,,

하는 수없이 때에 절어 있는 침대패드를 벗겨낸 다음 맨 매트리스 위에서 뒤집어 자기로 했다 

 

그래도 물은 잘 나오는 편이어서 샤워라도 했으니 그것으로 만족을 해야 하겠지? 

어차피 시골 동네 여관방은 다 그렇고 그런 것을,,,

아직 밖에는 24시 마트가 불을 밝히고 있었다 

마트로 쪼르르 달려가 맥주 한 병과 마른안주를 사 가지고 한잔 쭈욱 들이키니 

그런대로 이 여관방이 싫지는 않았다 

 

이 여관에도 에어컨이 있기는 있었는데, 에어컨이 하도 요상시럽게 생겨서

도대체 이게 무슨 에어컨인가 살펴보았더니, 삼성 에어컨도 아니고,

엘지 에어컨도 아니고, 위니아 에어컨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옛날 금성 에어컨인가...? 대우 에어컨인가...? 했더니 그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저 에어컨의 정체는 도대체 뭐지? 

아무리 강풍으로 돌려놔도 더운 바람만 나오는 이 에어컨의 정체는?

아주 옛날 국내에서 에어컨을 만들지 못할 때 외국에서 들여왔던 에어컨일까?

여하튼 나는 그날밤, 저 더운 바람이 나오는 에어컨 하고 밤새도록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수시로 욕실을 드나들며 샤워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그래도 차가운 물은 펑펑 잘 나왔으니 이런 여관방이라도 잡았다는 것에 대하여

감사하며 하룻밤 보내야겠지?

 

다음날 아침 나와보니 이곳은 삼보장 여관이라고 하는 곳이었다 

하룻밤 보내는데 찜찜하긴 했지만 빈방 있다는 주인의 성의를 봐서라도 

하룻밤 잘 자고 간다고 해야겠지? 

그렇지 않았으면 길바닥에서 라면 박스 깔고

파리, 모기, 해충들에  뜯겨가며 노숙했을지도 모르니까,,,

 

청송 진보의 삼보장 여관에서 나와 장터로 가 보았더니 마침 장이 서고 있었다

청송5일장 진보장날은 끝자리가 3일, 8일 날이다

이날은 8월 들어 첫 번째 서는 장이었다.

주변 산세도 우뚝우뚝한 것이 강원도의 어느 첩첩산중 마을에 온 듯한 느낌이다 

 

청송군 진보면 진안리에서 펼쳐지는 장은 청송군의 면 단위 장날 중에서는 그래도 가장 규모가 크다.

진보 버스 터미널에서부터 시내 도로변으로 길게 장이 늘어서고 있는데

이곳 할매들이 인근 주왕산과 일월산에서 캐온 산나물 같은 것도 꽤 많이 펼쳐놓고 팔고 있었다 

그리고 시장 안쪽으로는 자그마한 어물전도 있었는데, 영덕 강구항이나 포항이 가까워서인지

그래도 생각보다 어패류나 생선들이 꽤 싱싱해 보였다

저기 앞에 보이는 푸른색 공중전화박스 바로 옆 골목으로 조금 들어가 보니

진보 시외버스 터미널이 호젓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터미널에는 할배와 할매들이 무더운 날씨에 숨을 헐떡이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청송군 진보 버스 터미널

 

청송군 진보면은 경상북도의 정 중앙인 주왕산 북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예부터 영덕의 해안 지방과 청송, 영양, 안동 등, 산간지방 사람들이 자주 왕래하며 거래를 하던 시장으로

이 지방 사람의 작가 김주영의 "홍어" "객주"라는 소설의 주 무대가 되기도 했었던 곳이다

그중 "홍어"라는 소설은 T.V 문학관 드라마에 설날 특집으로 몇 차례 방영이 된 것으로 기억을 한다

소설 "홍어"는 한 겨울 폭설이 내린 어느 산골 외딴집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다

 

집을 나가 서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

그리고 그 아버지를 기다리는 어머니의 이야기로부터 이 소설은 출발하는데 

이렇게 겨울을 배경으로 해서 시작되는 스토리라서

추석 명절이 아닌 설 명절에 방영을 해 주었던 것이 아닐까?   

 

그리고 소설 "객주"는 1800년대 후반,

이장, 저장, 요장, 그 장을 환장하게 떠돌아다니며 장사를 하던 보부상들을 중심으로,

이 지역에 살고 있던 사람들의 삶과 애환을 담은 9권이나 되는 방대 한 소설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장터가 여러 곳이지만

그중 김주영의 고향이었던 청송의 장터 이야기가 이 소설의 주 무대이기도 하다  

 

진보 버스 터미널 내에 자리한 정류소 떡집

 

이곳은 진보 버스 터미널 대합실과 마주 보고 있는 상가들 모습이다

이곳에는 떡 방앗간과 고추 방앗간 같은 방앗간들이 몇 군데 몰려 있었다.

또한 이 지역은 영양과 함께 청양고추의 원산지이기도 하면서,

이곳 청송 진보 출신의 작가 김주영 소설의 무대가 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청송 진보 버스 터미널

 

진보 버스 터미널은 산골의 면 단위 정류장 치고는 그래도 꽤 널찍한 터를 가지고 있었다

수시로 드나들고 있는 시외버스들로 보아, 영덕 해안 지방과, 청송, 영양, 안동지역 등,

산간 지방을 연결해 주는, 예부터 경상북도 중부지방 교통의 요지였지 않았을까? 

진보 버스 터미널에는 시외버스와 시내버스가 같이 드나들고 있었는데,

대합실이라고 쓰여 있는 표지판 앞에 영양, 임암, 일월 직행 ,, 이라고 쓰여 있었다

안내 표지판을 보아하니 이곳은 시외버스를 타는 정류장 같았다  

 

이날 따라 여름 햇볕이 무척이나 뜨거웠다

버스를 기다리던 할매들도 축 ~ 늘어져 숨을 할딱이고 있다.

이곳은  신촌, 괴정, 청송 감호소나 영덕 방향으로 가는 시내버스 정류장인 듯했다

마치 청송 진보출신 작가 김주영의 소설 "객주"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할매들이 아침 일찍부터 장터에 들려 이것저것 필요한 물건들을 한 보따리씩 사가지고

머리에 이고시내버스 정류장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아마 장을 봐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시내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이 날이 팔월 들어 첫 번째 장날이었던 지라, 숨이 텁텁 막힐 정도로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었다

 

이날은 8월 3일 청송5일장 진보 장날

8월의 뜨거운 햇볕이 진보 장터에 작렬하고 있다

뭔 햇볕이 이렇게 강렬하게 내려 쪼이며 발작을 일으키는지

대합실 앞 시멘트 콘크리트 바닥도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장터 마당의 가로수들도 머리를 풀어헤친 채 빈혈을 일으키며 거꾸러지고 있다

매미는 발악발악 발악적으로 소리를 질러대고

사람들은 뜨겁게 내려 쪼이는 햇볕아래 이마가 벌겋게 달아올라 있다

 

8월의 여름 햇볕이 시내버스 대합실 마당에 작렬할 때마다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할매들도 어깨를 축 ~ 늘어 뜰이며 열받은 고무줄처럼 늘어지고 있는 중이다

장터에서 생필품을 사 가지고 머리에서 내려놓은 할매들의 가뿐 숨소리,,,

문뜩 김주영의 "홍어"에 나오는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인고의 세월

바람나 집을 나간 아버지를 위하여 홍어를 사다가 걸어놓는 어머니

아무리 홍어가 지칠 줄 모르는 정력을 가지고 있다 해도

결코 아버지를 빗대어 홍어를 걸어 놓았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기다림의 세월 속에 그리움과 함께 잘 말라가는 홍어

하지만 인고의 세월과 함께 잘 말라가는 홍어와는 달리

어머니의 마음은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폐폐해 져만 갔다

걸어 놓은 홍어가 마르고 달토록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

어느 날 어머니는 조각천을 가지고 풀무질을 하기 시작한다

불면에 허덕이며 잠을 설치는 밤

어머니는 밤새워 풀무질을 한다

이 기나긴 밤이 문득 슬프게 느껴지는 것은 진정 아버지에 대한 원망 때문은 아닌 것이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가슴 깊은 곳에서 저 홍어처럼 바짝 말라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는 시린 가슴을 쓸어안고 스스로 선택한 그 길을 홀로 가고 있을 뿐이다  

 

끝자리가 3일, 8일 열 리는 청송 5일장 진보 장날 

청송군에는 청송장을 비롯하여 진보장, 부남장, 도평장, 안덕장, 화목장 등이 있다

그중 청송장과 진보장이 가장 큰 편이라고 한다

청송군 진보출신 작가 김주영 소설 "객주"에 위하면, 예전에 이곳에서 보부상들이 활동하던 시절에는

안동장, 영양장, 진보장, 청송장 등을 보따리 짐을 메고 돌아다니며 장을 펼쳤다고 한다

지금의 장꾼들도 그 시절의 코스를 그대로 밟아 장을 돌아다닌다 

예전과 틀린 것이 있다면 예전에는 보따리를 등에 메고 돌아다니면서 장사를 했고

요즘에는 화물트럭에 갖가지 상품을 싣고 다니면서 장을 펼치는 것, 이것만 다를 뿐,

다니는 코스는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진보장은 한일합방이 되고 난 바로 그 후, 1910여 년대 초반부터 마을 일부가 장터였다고 한다 

장터의 역사로 치자면 지금으로부터 약 90여 년의 세월이 흘렀으니,

장터로서는 매우 유서가 깊은 곳이기도 하다

이곳 출신 작가 김주영의 소설에 위하면,

집 울타리만 나가면 장꾼들이 북적거리며 장을 펼쳤다고 하니까,

시장이 따로 없었고 마을 입구에서 장이 섰었던 것 같다

 

얼마 전 진보장을 한 바퀴 돌아봤을 때도 진보시내 도로변에서 장이 길게 펼쳐지고 있었으니

아마 그 전통이 9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진보의 주변에는 주왕산과 일월산 같은 제법 깊은 산들이 즐비하게 있기 때문에

봄철에는 산에서 직접 뜯어온 산나물을 팔기도 하고,

가을과 겨울에는 청양고추가 한창 제철을 맞아 호황을 누린다고 한다

나는 그 매운 청양 고추라 해서 충청남도 청양군에서 청양고추가 많이 생산되는 줄 알었다

그런데 어느 날 청양시장에 들러서 이 지역에서 청양고추 하는 사람들 다 어데 갔냐고 물었더니

청양에서는 청양고추가 없다는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청양고추는 경상북도 청송과 영양에서 많이 생산되는 고추라고 한다

그러니까 청송과 영양의 첫 글자를 하나씩 따서 고추 이름을 붙였는데,

그 고추가 바로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청양 고추라는 것이다  

 

청송 5일장 진보 장날

 

진보 장날은 시장이 따로 없고, 이렇게 진보면 시내 도로변으로 길게 늘어서서 장을 펼친다

사진에 보이는 저 끝쪽에서 직진으로 가면 영덕으로 가는 길이고, 우회전하면 청송읍으로 가는 길이다

이곳이 바로 청송출신 작가 김주영 소설의 "객주"와 "홍어"의 주 무대가 되는 곳이기도 하다

"객주"라는 소설은 1,800년대 후반 봇짐 둘러메고 장바닥마다 떠도는 보부상들과,

그 시절 산골에서 살던 사람들의 애환을 그린 장편소설로서

작가가 청송에서 어린 시절을 지냈던 기억을 더듬어서 쓴 소설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홍어"라는 소설은 열세 살 남자아이와 어머니,

이렇게 단 둘이 조촐하게 사는 어느 첩첩 산골에 폭설이 내렸다

그리고 하얗게 눈 덮인 설원을 배경으로 집 나가서 돌아오지 않는

바람둥 이 아버지를 기다리는 어머니의 모습으로부터 소설은 시작된다

그 추운 날 처마에 홍어를 치렁치렁 매달아 놓고

집을 나간 아버지를 이제나 저제나 올까? 기다리 는 어머니 ,,

부엌 연기에 까맣게 그을려 말라비틀어진 홍어를 매달아 놓은 것은

바람둥이 아버지를 빗대서 그랬었던 것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바람둥이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이 동시에 교차를 했었기 때문이리 ,,

여자가 혼자 집을 지키며 삯바느질을 해서 아이를 키우기란 얼마나 힘겨운 일일까?

바짝 말라비틀어진 홍어의 모습은 바로 집안일에 무심했던 바람둥이 아버지의 모습이었을 것이고,

인고의 세월을 보내면서 삭은 맛을 내는 것은 헌신적인 어머니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김주영 소설에 "홍어"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멸치"라고 하는 소설도 있다

"홍어"가 집 나간 바람둥이 아버지를 기다리는 어머니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라면,

"멸치"라는 소설은 아버지의 무능함에 눈물을 머금은 채

집 나간 어머니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착잡한 아버지의 심정을 그린 것이다

 

그러니까 김주영 작가는 한때 해산물 시리즈로 베스트셀러를 장식한 것이다

해산물 시리즈로 베스트셀러를 장식하다니 ,,, 참으로 대단한 내공의 소유자가 아닐 수 없다

지금도 칠십이 가까워지는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또 현대문학에 연재될 장편을 쓰고 있다나?

그리고 김주영 소설 속의 장터거리는 작가의 고향인 청송이 소설의 주 무대였기 때문에

경상북도와 청송군은 이곳에 객주 테마타운을 조성한다고 들었었던 적이 있었다

문화 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공사에 착수한다고 들었었는데

지금 현재는 어떻게 사업이 추진되어 가고 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청송 5일장, 진보 장날 

앞에 보이는 길로 그냥 곧장 가면 안동이다 

자동차로 약 30~40분 정도 거리쯤 될까? 

진보 장터의 중심부라 할 수 있는 신보 삼거리
청송 5일장 진보 장날

 

진보 장날, 거리 난전에서 과일과 야채를 펼쳐놓고 파는 할매들 

이날은 영상 30도를 웃도는 무척 무더운 날씨였다 

 

작열하는 팔월의 뜨거운 햇볕 아래 진보 장터 개들은

혓바닥을 길게 내민 체 개 거품을 물어가며 할딱 거리고

방앗간 집 검은 고양이는 마루 밑에 자빠져서 뱃가죽을 바닥에 쭈욱 깔고 낮잠에 빠져 있다

사람들은 산으로 바다로 환장하게 돌아다니고

거리는 피난을 떠난 도시처럼 텅 비어있어 한산하다 못해 스산하기까지 하다

진보 장터의 가로수들도 빈혈을 일으키며 축 늘어져 있는 중

더위에 허덕이며 잠을 설쳤던 어느 낯선 여관에서의 하룻밤

그 끈끈한 기억들이 또 어디론가 덩크덩 거리며 실려 가고 있었다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날, 진보 장터를 떠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