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트에 사용된 사진들은 2007년 10월에 촬영된 사진들임을 알려드립니다
거북이가 토끼 간을 찾아서 토끼를 꾀어 용궁으로 가는 이야기!
마치 옛날이야기 별주부전에 나오는 튀껭이처럼 달콤함 꼬임에 넘어간 튀껭이가
자기 간을 빼앗길 줄도 모르고 거북의 등에 업혀 바닷속 용궁으로 들어가는 이야기!
별주부전,,,
튀껭이가 용궁의 보물들을 탐내는 것처럼 나도 그 용궁마을이라는 푯말에 혹하여
안동 시장으로 가는 일을 잠시 멈추고 용궁면 회룡포와 장안사로 들어가고 있었다
문경에서 넓은 들판 길을 가로질러 안동 방향으로 약 15분 정도 달려왔을까?
문경시 신양면 부근을 지나고 있는데 길 옆에는 용궁마을이라는 푯말이 보였다
그런데 그날따라 튀껭이의 바닷속 용궁 이야기처럼 신비하게 보이는지
신양면 삼거리에서 용궁이라는 푯말을 따라 약 십여 분정도 달려왔더니
신선하게 펼쳐진 가을 들녘이 고즈넉해 보였고
회룡포를 휘돌아가는 강변의 모래밭도 밀가루처럼 곱게 펼쳐져 있어
나의 혼을 쏙 ~ 빼놓기에는 충분했다
아! 이래서 마을 이름이 용궁이라고 했던가?
별주부전에 나오는 용궁마을,,,?
바닷속 용궁이야기 대신 강물 속 용궁 이야기?
예천 용궁마을 회룡포 들어가는 입구에서 다리 하나를 건너자
회룡대와 장안사로 올라가는 푯말이 또 한 번 나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리하여 푯말이 가르쳐 주는 대로
자동차 한 대 겨우 지날 수 있는 비포장 산길을 따라 올라가기 시작했다.
구절양장길을 어지럽게 돌아서 약 7~8분 정도 올라서니 비룡산 정상!
엄청 가파른 언덕에 뭔 절집이 아슬아슬하게 세워져 있는 것이 보였다
세워진 지 천년이나 되었다는 비룡산 장안사라고 하는 절집이었다
비룡산 장안사 경내로 들어가려면 이 범종각을 지나서 들어가야 한다
장안사는 가파른 비룡산 산자락에 자리 잡고 있었기에 이곳 범종각도 벼랑에 세워져 있었다
지난 2005년 8월 12일부터 장안사 범종에서 약 일주일 간 괴이한 일이 일어났다고 한다
범종에선 방울방울 물방울이 맺혀서 밑으로 흘러내렸다고 하는데
그 흘러내리는 단물을 먹기 위해 벌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었던 일이 있었다고 한다
예부터 범종에서 단맛의 물이 나면 길조라고 했으니
기적을 일으키는 범종에게 어서들 경건한 몸과 마음으로 참배들 하라고 한다
그러면 소원이 꼭 이루어질 것이라고 이곳 장안사 주지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리고 2005년 8월 16일 SBS. TBC 다큐멘터리 프로로도 방영되었으니
한 치의 의심도 하지 말고 어서들 경건한 몸과 마음으로 참배들 하시라고 친절하게 일러 주신다
비룡산 장안사 대웅전에는 100일 대 참회기도라는 현수막이 달려 있었다
나도 참회를 할 일이 있나?
곰곰이 생각했더니 참회할 일이 너무 많아 일일이 다 열거하기조차 힘들었다
비룡산 나무들도 동안거로 들어갈 준비를 하는 10월
이제 두 달만 있으면 이 한해도 저물어 간다
이번 해도 얼마 남지 않은 10월의 길목에 들어서서 내가 지금까지 달려왔던 길을 한 번쯤 되돌아본다.
무엇이든 차지하고 채우려고만 했던 지난날의 거친 삶들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련히 스쳐간다
오늘날 우리는 저마다 자기 몫을 조금이라도 더 차지하려고
함께 하는 이웃들을 얼마나 소홀히 했던가?
채웠으면 비울 줄도 알아야 세상사 잘 돌아가고 혈액순환도 잘 될 텐데
그저 채우려고만 하고 비울 생각을 않으니 그 얼마나 답답하고 숨이 막히겠는가?
음식도 먹고 난 후, 내 보내야 속도 시원하고 후련할 텐데
먹기만 하고 내 보내지 않는다면 과연 우리들 몸은 어떻게 되겠는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나무들도 겨울이 오면 미련 없이 잎을 다 털어 버리고 몸과 마음을 모두 비워 놓았다가
다시금 봄이 돌아오면 새 잎을 피워 내는데 우리는 언제나 채우고 비우는 일에서
자유롭게 될 수 있을까?
비룡산 장안사는 용궁마을에 있어서는 고맙고 아름다운 절집이다
이곳에 장안사라는 절집이 없었다면 용궁마을 비룡산과 회룡대는 올라가는 길도 없었을 것이다
비룡산 장안사는 사실 절집이 들어설만한 공간이 넉넉지 못하다
이곳의 암자들은 비룡산의 가파른 벼랑에 세워져 있어 호기 있게 보이고
조금 위로 올라가면 유유히 흘러가는 회룡포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장안사는 대웅전 앞을 최대한 넓게 하기 위하여 범종각과 해우소
그리고 작은 암자까지 가파른 벼랑을 타고 앉아 있다
마치 높은 나무에 매달린 까치둥지처럼,,,
장안사 범종각을 지나 대웅전 쪽으로 가고 있는데 무엇인가 검은 물체가 획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얼핏 보였기에 그냥 절에서 키우는 강아지인 줄 알고 그 검은 물체가 들어간 쪽을 따라 들어가 보니
강아지가 아니라 튀껭들이였다
내 카메라는 줌 기능이 되지 않는 휴대폰 카메라이기 때문에 아주 바짝 다가서서 찍은 사진이다
그런데 튀껭이들은 도망갈 생각은커녕 오히려 날 잡아 잡슈 ~ 하면서 요상한 자세로 자빠져 있었다
이곳이 절집인 이상 어느 누구도 자신들을 해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간파했기 때문일까?
두 다리를 뒤로 길게 뻗고 벌렁 자빠져 있는 모습이 건방져 보이기는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저런 괴이한 모습은 생판 첨 구경하는지라 웃음이 절로 나오게 만들기도 한다
앞발, 뒷발을 모두 뒤로 쭉 빼고 자빠져 있는 자세가 힘들었는지
이번에는 자세를 고쳐 가지고 한쪽 발을 옆으로 길게 내민 체
"백호야 ~ 나살려라!" 하면서 더욱 느긋한 자세로 앉아 있다
내가 지들 코 앞까지 가까이 다가왔는데도 저렇게 길게 자빠져서 소 닭 보듯 시큰둥하게 치어다보는 것이
건방져 보이기도 했지만 눈빛 하나만은 순하디 순하하기만 하다
육식 동물들은 눈매부터가 귀 쪽으로 쪽 째져서 치켜 올라가 있는데
초식동물인 튀껭이들의 눈은 무엇하나 해 칠 수 있는 그런 눈빛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육식을 즐기는 동물들은 성질이 포악하고 거칠고 탐욕스럽다
하지만 초식을 즐기는 동물들은 온순하고 마냥 선량해 보이기만 하다
사람에게도 육식성의 동물적인 사람이 있고 초식성의 식물적인 사람이 있다
육식성인 사람은 초식성인 사람보다 도발적이고 일반적으로 성격이 좀 거친 편이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도 우리의 정신세계에 아주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까 어떤 음식을 섭취하느냐 하는 것은 어떤 성격을 가지느냐 하는 것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비룡산 장안사에서 나무로 된 계단을 밟고 올라오면 이처럼 회룡대가 나타난다
이곳에 올라서면 용궁면 회룡포 마을 전경이 발아래로 까마득히 내려다 보인다
돌 "회"자 용 "룡" 자를 써서 회룡포라고 하는데 여기 비룡산 꼭대기서 내려다보면
회룡마을을 한 바퀴 휘돌아가는 내성천이라는 물줄기가 금모래밭을 만들어놓고 있다.
봉화, 영주 쪽에서 유유히 흘러오던 강물은 이곳에서 갑자기 방향을 틀어 용트림하고 있는 모양이다
비룡산 장안사와 용궁면 회룡포!
둘 다 용이라는 이름이 가운데 붙어 있듯, 비룡산 회룡대에서 내려다본 회룡마을은
장안사란 고즈넉한 절집을 더욱 호기 있게 보이게 해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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