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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풍경, 07~17년 이야기

내가 본 가장 한국적 강, 영월 정선 동강 뗏목 아리랑, 영월 장날 어라연 계곡

by 비단왕 2024. 5. 25.

이 포스트에 사용된 사진들은 2010년 9월에 촬영된 사진들임을 알려 드립니다 

 

인위적 꾸밈이 없는 초자연적인 강, 정선 동강 - 정선읍 귤암리(2010년 9월 촬영)

 

정선읍에서 비행기재를 넘어 평창으로 향하던 중, 방향을 틀어 신동읍(예미읍)으로 향했다

누가 나더러 우리나라서 가장 아름다운 강변길 하나만 이야기해보라고 한다면

나는 가장 먼저 정선 동강을 이야기할 것이다

어떤 사람은 단양에서 충주로 흐르는 남한강이 

우리나라서 가장 멋진 강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고 

또 어떤 이는 경상도와 전라도의 경계를 흐르는 섬진강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고운 모래와 저녁노을이 아름다운 섬진강은 고향집 어머니의 모습과도 같고 

깎아지른 듯한 기암괴석이 있는 남한강은 우람하고 울툭불툭한 아버지의 모습과도 같지만

정선 동강은 남성스러움과 여성스러움의 모습을 동시에 간직하고 있는 강이기도 하다

 

강 언덕엔 남한강처럼 우뚝 솟은 기암괴석이 있는가 하면 

섬진강처럼 넓고 아기자기한 백사장과 자갈밭이 있고 

또 옥수수밭 사이로 모습을 빼꼼히 드러낸 양철 지붕의 외딴 농가들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선 뗏사공들의 삶과 애환이 담겨있는 

뗏목 아리랑 노래 한토막이라도 곧 들려올 것 같은 강모습이다

 

정선 아우라지강 체험용 뗏목 - 정선군 여량면

 

정선과 동강과 영월 동강을 이야기하자면 우선 아우라지강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아우라지강은 정선군의 가장 북쪽에 위치한 강으로서 구절리에서 내려오는 송천과

임계 쪽에서 내려오는 골지천이 아우라져 아우라지강이란 이름이 붙었는데

옛날 뗏사공들이 뗏배를 띄우던 시발점이기도 했었다

 

아우라지강은 남한강 물길을 따라 목재를 운반하던 유명한 뗏목터로서

각지에서 모여든 뗏사공들이 이곳에서 벌목한 목재를 싣고 서울 마포나루까지 갔던 곳이다

이 아우라지강은 정선읍을 지나면서 조양강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흐르는데 

조양강은 정선 읍내를 한 바퀴 휘돌아 정선 동강으로 흘러든다

 

정선읍을 가로지는 조양강

 

물안개 자욱한 정선 동강 (2010년 9월 촬영)

 

정선읍에서 조양강변 길을 따라 비행기재 터널을 지나면 광하리 강변이 보이고 

광하리를 지나면서 조양강은 정선 동강으로 이름으로 바뀐다 

그리고 이곳 광하리에서부터 귤암리 - 가수리 - 운치리 - 고성리까지 약 20Km 구간을

이렇게 동강과 나란히 달릴 수 있는데 동강은 정선 고성리에서 방향을 틀어 영월 문산리로 흘러든다  

이때부터 강의 이름은 정선 동강에서 영월 동강으로 또 한 번 바뀌게 된다

 

물안개 자욱한 정선 동강 (2010년 9월 촬영)

 

영월 동강은 래프팅코스로 잘 알려져 있지만 정선 동강은 아직까지는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다

인위적으로 꾸민 모습도 볼 수없고 또 강 주변에 음식점들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정선 동강은 초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할 수 있었다

 

정선 귤암리 동강변 길

 

정선 동강변의 군내버스 승강장 - 정선군 정선읍 귤암리

 

정선 동강변의 군내버스 승강장 - 정선군 정선읍 귤암리

 

 

높은 산허리를 굽이굽이 휘어져 돌아가는 정선 동강!

귀 기울여보면 저 먼 태고적부터 덧없이 흐르던 강물의 소리와

정선 뗏사공들의 끈끈한 정이 배어 있는 삶의 모습들이 보이는 듯하다

 

남한강댐 착공 전인 60년대까지 이곳 동강은 정선 뗏사공들이 수없이 지났던 물길이었고

그들 대부분은 아우라지나 정선읍내 조양강 등에서 떼를 띄워 이곳 동강을 지나 마포나루까지 갔다

정선 아우라지강 - 조양강 - 정선동강 - 영월동강 - 영월 합수머리 - 영춘 나루터 -

단양 매포나루 - 충주 달천 - 여주 이포나루 - 양평 양수리 - 팔당 광나루,

그리고는 서울 마포나루,,, 이런 순으로... 

 

태초의 원시림 그대로, 정선 동강 (2010년 9월 촬영)

 

뗏사공이 되면은 가면은 못 오나

물결 위에 흰구름 뜨듯이 둥실둥실 떠가네

황새여울 된꼬까리에 떼를 지어 놓았네

만지산 전산옥이야 술판 차려놓게

 

- 이상 정선 뗏목 아리랑 중에서 -

 

정선 동강 (2010년 9월 촬영)

 

우리 집에 낭군님은 떼 타고 가셨는데

황새여울 된꼬까리로 무사히 다녀오세요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고개를 나를 넘겨주게

 

- 이상 정선 뗏목 아리랑 중에서 -

 

이 뗏목 아리랑에서 들어보면 "황새여울"이란 가사가 나오는데 황새여울의 위치가 어딘지

확실히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정선군 신동읍 덕천리와 영월읍 문산리 사이의 

어라연 부근을 두고 하는 말이지 않을까 싶다

영월 어라연은 단종의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곳이기도 한데

강 한가운데로는 뾰족 뾰족 솟아오른 날카로운 바위들이 수없이 많은 곳이다 

정선 동강에서 영월 동강으로 가는 자동차 길도 없을뿐더러

걸어서 간다 하더라도 지형이 워낙 험해서 접근이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길이가 30m나 되는 뗏목들이 이곳을 지날 땐 아주 위험했었을 것이고  

또한 뗏목 아리랑에서 뗏사공의 아내인지 아니면 객줏집 갈보(여인네)인지 모를 그들이  

"황새여울 된꼬까리로 무사히 다녀오세요"라고 말하는 대목이 생겨나지 않았나 싶다

 

잣봉 중턱에서 내려다 본  어라연 계곡 - 2008년 9월 촬영

 

영월 어라연 계곡은 동강의 수많은 비경 중에서도 가장 절묘한 절경을 이루고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어라연계곡을 안 보고 가면 동강을 다 봤다고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어라연(魚羅淵)이란 말 그대로 풀이해 보면 물고기들의 비늘이 비단결처럼 반짝이는 곳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물이 맑으며 물고기들의 노니는 모습들이 아름답다는 이야기다

 

정선 뗏목 아리랑에서 나오는 된꼬까리와 황새여울도 바로 이 부근에 있다

하지만 강 한가운데로 뾰족 뾰족 솟아오른 날카로운 바위들 때문에

이곳을 지나는 뗏사공들에게는 늘 공포의 대상이기도 했었던 여울이었다

 

지작년 봄철에 되돌아왔는지

뗏사공 아재들이 또 내려오네

황새여울 된꼬까리 떼를 무사히 지나니

영월 덕포 꽁지갈보야 술판 닦아놓아라

오늘 갈지 내일 갈지 뜬구름만 흘러도

팔당주막 들병장수야 술판 벌여 놓아라

 

- 이상 정선 뗏목 아리랑 중에서 -

 

영월 동강변의 덕포리 장터   - 영월읍 덕포리

 

위 대목에서 들어보면 "영월 덕포 꽁지갈보야 술판 닦아 놓아라!"란 가사가 나오는데

덕포리는 영월읍의 동쪽에 위치한 마을로서 동강이 영월읍내로 흘러드는 지점이다

아마 이 마을에는 주막도 많았고 또 꽁지갈보(객줏집 여인네)도 많았었나 보다 

그렇게 위험한 마하리의 황새여울과 거운리의 된꼬까리를 무사히 지나온 뗏사공들이 위기양양해서

영월 덕포나루 객줏집 여인네들에게 그렇게 말을 했었나 보다

"영월 덕포 꽁지갈보야 술판 닦아 놓아라!"라고 ,,

덕포리 장터는 영월 기차역하고 마주하고 있는데 지금도 끝자리가 4일과 9일엔 꼬박 장이 선다

 

영월 덕포 장날 

 

영월 덕포리 장날 서울 손님과 올챙이국수 

 

정선 동강변의 외딴 농가 - 2010년 9월 촬영

 

놀다 가세요 자다 가세요 잠만 자다 가세요

그믐 초성 달이 뜨도록 놀다가 가세요

전산옥의 산옥이는 국문의 퇴바침 이요

술집 갈보 열 손꾸락은 술잔 바침 일세

제남문 제적은 앞사공이 하구요

아가씨 중등 제적은 그 누가 하나

 

-  정선 뗏목 아리랑 중에서 -

 

정선 동강변의 외딴 농가 - 2010년 9월 촬영

 

산옥이 팔은 객줏집 베개요

붉은 입술은 놀이터 술잔일세

산에 올라 옥을 캐니 이름이 좋아 산옥이냐

술상머리서 부르기 좋아 산옥이로구나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고개로 나를 넘겨주게

 

- 정선 뗏목 아리랑 중에서 -

 

이 대목에서 들어보면 "전산옥"이라는 노래 가사가 나오는데

전산옥은 영월읍 거운리 동강변 만지 나루터에 있던 주막 여주인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 나루터에 소리 잘하기로 소문난 전산옥이라는 여인네가 객줏집을 하고 있었는데 

70년대까지만 해도 그곳엔 객줏집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P.S - 전산옥

전산옥(全山玉-1909~1987)은 남한강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객줏집 주인이다.

일제 강점기부터 1960년대까지 동강 물길을 내려가던 떼꾼들은 이곳에서 술 한 잔에 어우러졌고,

정선아리랑 가락에 고단한 몸을 달래곤 했다.

 

전산옥의 명성은 지금도 "황새여울 된꼬까리에 떼를 지어 놓았네,

만지산의 전산옥이야 술상 차려놓게"라는 정선아리랑 가사에 그대로 남아 있다.

뗏꾼들의 기억과 추억이 남아있는 이 객줏집 터는 1970년대 초반 사라졌다

 

- 이상 영월 거운리 전산옥 빈터에 세워진 안내표지판에서 -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듯한 정선 동강 - 정선군 정선읍 가수리

 

아니 먹는 다고서 맹세 맹세 했더니

술잔 보고 주모 보니 또 한 잔 먹네

못 먹는 막걸리 한잔을 내가 마셨더니만

아니 나던 색시 생각만 저절로 난다

천질에 만 질에 떼 품을 팔아서

술집 갈보 치마 밑으로 다 들어가구 말았네 

 

- 정선 뗏목 아리랑 중에서 -

 

이 대목에서 보면 뗏품 팔은 돈, 술집갈보 치마밑으로 다 들어갔다는 노래가사가 나온다

이 말이 무슨 말이냐 하면 뗏사공이 뗏목을 타고 서울 마포나루까지 가는 데는

부지런히 가야 열흘정도 걸린다고 한다

그런데 그 뗏사공 남정네들이 뗏목 타서 벌은 돈으로 객줏집에서 술도 마시고

객줏집 여인네하고 눈이라도 맞으면 대 여섯 달도 걸릴 때도 있다고 한다

당시 군수월급 만 원할 때 뗏목 한번 타면 이만 원은 벌었다고 하는데

그 돈 다 쓸데까지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한잔 마시고 두 잔 마시고 또 한잔을 마시고

목마르고 갈증 나는 데 또 한잔 먹네

술 잘 먹는 이태백이는 돈 걸머지고 놀거나

일전 한 푼 고리가 없어도 매일 먹고 논다

영월 뗏사공에 딸주지 마라

아침 조반 저녁 꼴찌메 골머리 앓네

 

- 정선 뗏목 아리랑 중에서 -

 

 

돈 쓰던 남아가 돈 떨어지니

구시월 막바지에 서리 맞는 국화라

술 잘 먹구 돈 잘 씰적엔 금수강산 좋다더니

돈 씨다가 똑떨어지니 적막강산일세

 

국화꽃 매화꽃은 몽중에도 피잖나

사람의 신세가 요렇게 되기는 천만 의외로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고개로 나를 넘겨주게

 

- 이상 정선 뗏목 아리랑 중에서 -

 

이렇게 대부분의 뗏사공들은 떼품 팔아서 떼돈은 벌었지만

객줏집 갈보(여인네)의 치마 속에다 모두 받치고

집에 돌아오면 찬 서리 맞은 구월의 빈털터리 국화 신세가 되고 말았다나,,,?

 

까마득한 기암괴석이 우뚝솟은 정선 동강 - 정선군 정선읍 가수리

 

까마득한 기암괴석이 우뚝솟은 정선 동강 - 정선군 정선읍 가수리

 

정선 동강 - 2010년 9월 촬영

 

인위적 꾸밈이 없는 초자연적인 강, 정선 동강

 

곡선이 아름다운 정선 동강길

 

곡선이 아름다운 정선 동강길

 

정선 동강은 정선읍 광하리에서 시작하여 이곳 신동읍 덕천리까지 약 30Km를 흘러온 다음

정선 동강으로서의 임무를 마치고 저 산 허리를 휘돌아 영월읍 거운리와 문산리로 흘러든다 

그때부터 강의 이름은 정선 동강에서 영월 동강으로 또 한 번 바뀌게 된다

그리고 이곳서부터 영월읍 거운리 사이에는

뗏사공들에게 늘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는 황새여울과 된꼬까리가 있다

 

고성산성에서 내려다 본 정선 동강 - 정선군 신동읍 고성리

 

고성산성에서 내려다 본 정선 동강 - 정선군 신동읍 고성리

 

삼옥재서 본 봉래산(왼쪽)과 영월 동강 - 영월읍 덕포리

 

삼옥재서 바라본 영월 동강과 봉래산(오른쪽) - 영월읍 덕포리

 

봉래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영월읍내 전경

 

정선에서 흘러온 동강과 원주, 평창 쪽에서 흘러온 서강이 

이곳 영월읍에서 합류하여 비로소 남한강이 된다.

리고 정선의 아우라지 뗏목들은 남한강을 따라

단양, 충주, 여주, 양평, 팔당으로 해서 서울 마포나루로 흘러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