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트에 사용된 사진들은 2007년 6월 17일 촬영한 사진들임을 알려드립니다
2007년 강릉 단오장(端午場)에 나타난 80년 전통을 자랑한다는 세기의 동춘 서커스단
작년 2006년도에는 이 자리에 태백 서커스단이 들어왔었는데요
이번에는 동춘 서커스단이 들어왔네요.
동춘 서커스단은 1909년 한일합방 이후 1920년대 중반을 거쳐,
일제 강점기가 한참 무르익어가고 있을 무렵,
일본인 서커스단에서 활동하고 있던 이미 타계하신 박동춘 씨가
조선인 약 30여 명을 불러들여 창단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70년대, 서커스 구경을 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많을 것입니다
그놈의 서커스 구경 좀 하려고 몰래 천막 밑으로 들어가다가 걸려서
되지게 혼난 기억을 가지고 계신 분들도 있을 것이고,
서커스단원들이 묘기를 부릴 때마다 인간으로서 어찌 저런 기상천외한 묘기를 부리는지
혼이 빠져 있던 사람들도 많았죠
허장강, 서영춘, 배삼용, 백금녀, 정훈희 같이 그 옛날, 한참 명성을 날렸던 연예인들도
알고 보니 모두 동춘 서커스단 출신이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요즘의 서커스단은 그 옛날의 명성에 비해 왠지 조촐해 보이고
영세업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듯한 모습입니다.
그들이 80년 동안 천리타향 낯선 객지로만 떠돌면서 이룩했던 명성들이 요즘 시대에 와서
역사의 뒤안길로 밀려나는 것 같아, 그저 안타깝기만 하네요
옛날에는 억압받고 주눅 들었던 서민들이 주로 찾아와 고달픈 인생살이 잠시나마 위로 삼았는데요
이런 박동춘 서커스단이 이제는 큰 장터가 아니면 좀처럼 볼 수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억압받고 주눅 들었던 서민들의 꿈과 사랑과 기쁨과 절망과 애환을 함께 하며
마을 공터마다 수시로 찾아들었던 서커스단 아니었던 가요?
강릉 단오장의 동춘 서커스는 새벽 2시까지 이렇게 북적이며 불야성을 이루었습니다
동춘 서커스 앞에는 이런 놀이기구가 있었는데요
허공 높이 점프를 한 아이는 이제 초등학교 3~4학년 정도밖에 안 돼 보이더군요
점프하는 것을 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
어떤 사람들은 현기증이 났는지 눈을 감고 구경하더라고요
거의 동춘 서커스 수준의 묘기였습니다
당시 이 놀이기구 한번 타는데 5천 원이었는데요
구경하는 사람들도 손에 땀을 쥐고 구경할 정도였습니다
마치 동춘 서커스단원들 보란 듯이,,,
이번에는 이제 초등학교 갓 들어갔을까?
작은 아이가 더 높이 점프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날 점프 놀이기구를 탔던 아이들은 대부분 여자 아이들,,,
강릉의 여자 아이들은 왜 이리 겁도 없는 건데?
다음은 강릉 단오제 행사에 나타난 각설이 엿장수 품바들
2007년 6월 17일 일요일, 강릉 단오장(端午場)에 각설이 엿장수 품바들 4개 팀이 나타났네요
한 팀은 단오장(端午場) 난전 가장 서쪽 끝 길목에 자리 잡은 난쟁이 각설이들이고
또 한 팀은 난쟁이 각설이가 있는 남대천 건너편 후미진 곳에 자리 잡았고,
또 한 팀은 단오장 난전 가장 동쪽 끝, 우리가 이불 난전을 펼친 남대천 건너편에 자리 잡았습니다
2007년 6월 17일 일용일 오후
한낮 해는 중천에 떠 있고
강릉 남대천 공터 특설링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습니다
남대천 특설링 공터에는 관중들이 둘러앉아 침을 꼴깍 삼키며
오늘은 메임 게임인 강릉 바닥을 주름잡던 각설이 고수와
전국 장바닥 협회 챔피언 전설의 이불 선수의 경기가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죠
키 큰 나무 꼭대기에 태양이 걸릴 때
가장 먼저 나타난 이불장수 선수!
눈을 뒤집고 이빨을 빠드득 갈며 거품을 물고 있었습니다
곧이어 나타만 강릉 바닥 챔피언, 각설이 품바타령의 초절정 고수!
이불장수의 노려보는 심상치 않은 표정에 살기를 느꼈는지
눈치만 보면서 뒷걸음치다 전설의 이불장수에게 덜미를 잡혔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여기서 죽으나 사나 계임을 치러야 하죠
전설의 이불장수가 헐크처럼 미친 듯 표호 할 때마다
겁에 질린 각설이 선수들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타나는 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어디 갔다 오는 거야?"
"화,, 화,, 화 ,, 화장실이요"
"느그는 수영장에 가서 대소변을 보고 오냐?"
"무 ,, 무,, 무,, 무슨 말씀이세요?"
"멍청아! 옷을 뒤집어 입었잖아"
각설이 품바타령의 초절정 고수는 전설의 이불장수 선수의 살기에
부들부들 떨면서 옷까지 뒤집어 입었습니다
이날 따라 각설이 품바들이 왜 이리 많은지
단오 행사장은 완전히 각설이 품바들이 점령한 거 같네요
또 이를 구경하기 위해 구경꾼들이 구름처럼 몰려와
행사장은 어느덧 콩나물시루가 아닌 인간 시루가 되어버렸습니다
모두들 각설이 엿장수의 내 맘대로 설법을 들으려 토깽이처럼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죠
엿장수 맘대로 설법이 끝나면 각설이들은 엿을 들고 동분서주하고 있었고
또 엿 먹지 않으려고 36계 줄행랑을 치다가 몇몇은 미끄러져 자빠지고
또 어떤 이들은 각설이에게 덜미가 잡혀 엿을 따따불로 먹는 사람들도 속출하고 있었습니다
각설이 엿장수들의 노래와 걸쭉한 입담이 끝나면 으레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엿판들
그때부터 관중들은 슬금슬금 뒷걸음치며 꽁무니를 빼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각설이들은 필사적으로 엿 먹이려고 입에 거품 물고 뒤쫓고
관중들은 엿 먹지 않으려고 서로 먼저 삼십육계 줄행랑을 치다가 덜미를 잡혀
엿을 먹게 되는 일이 공공연히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이 각설이 엿장수 품바들은 단오 이불난전 옆에 진을 치고 있었는데요
6월 17일 일요일부터 6월 24일까지 장장 8일간 공연을 한다고 하네요
우리가 이불 난전을 펼친 바로 그 옆자리 공터에서 각설이들의 품바타령 공연이 있던 날
고성, 속초, 양양, 주문진, 강릉, 묵호, 북평, 삼척, 태백, 정선 대빡들은 물론
대한민국 전국을 무대로 난전을 펼치던 기라성 같은 장꾼들까지 입성
각설이 엿장수 품바 공연장은 순식간에 뺵뺵한 콩나물시루 아닌 인간 시루가 되었습니다
여기 각설이 공연장은 남자 각설이 다섯에 여자 각설이 하나였어요
각설이 품바들은 제각기 걸쭉한 입담과 더불어 노래 몇 곡 끝날 때마다
엿 판을 들고 관중들 속을 누비고 다니며 엿을 팔고 있었는데요
엉겁결에 각설이 엿장수들에게 지명당한 사람들은 한 판에 이천 원씩 주고 엿을 먹으며,
품바 공연을 계속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엿을 다 팔아먹은 각설이 엿장수들이 다음 타령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한 마디 하네요
"이제 엿 먹은 사람들은 여기서 어슬렁 거리지 말고 집에 들어가 마누라 껴앉고 자빠져 자!"
그러면 관중들은 또 한 번 턱이 어긋날 정도로 폭소를 터뜨립니다
그러고는 계속해서 제2부, 3부, 4부, 5 부 스테이지 쇼가 쉴 새 없이 계속 이어지더군요
자 이제부터 각설이들 들어간다이 ~
얼 ~~ 씨구 씨구 들어간다 아 ~ 절 씨구 씨구 들어 가 안다 아 ~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 어얼 씨구 씨구 들어간다
일자나 한 장 들고 보니 일선 가신 우리 낭군 제대 않고 휴가 왔네
두 이에 이자를 들고나 보오오니 이승만 씨가 대통령에 함태영 씨가 부통령
서 이에 삼자를 들고나 보오오니 삼천만의 우리 민족 남북통일만 기다린다
그 뒤로도 칠자, 팔자, 구짜.... 어쩌고 저쩌고.... 하더니 마지막 대목에선
남았네에 ~ 남았네에에 에 ~ 장자 한 장이 남았네에
장하도다 우리 민족, 평화에 깃발 휘날린다
어얼 씨구 씨구 잘도 한다 ~ 품바하고 잘도 하안 다아 ~
앉은 고리는 동고리이~ 선 고리는 문고리
뛰는 고리는 개고리~ 나는 고리는 꾀꼬리
입는 고리는 저고리! 품바 품바 잘도 한다
한 발 달린 딱 귀~ 두발 달린 까마귀
세발 가진 통노귀~ 네발 달린 당나귀
이리시구 저리시구 잘도 한다. 품바아~ 하아~고 잘도 한다
타령이 끝나고 걸쭉한 입담과 함께 엿판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날아다니며
각설이들의 엿먹이기 작전이 시작되자, 슬금슬금 꽁무니를 빼는 관중들과,
삼십육계 줄행랑을 치다가 덜미를 잡혀
꾸역꾸역 엿 먹는 관중들과 한동안 희비가 엇갈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곧이어 다음 공연이 다시 시작되자, 관중들은 어디서 또 몰려오는지,
어중이, 떠중이, 등신, 쪼다 할 것 없이 하나 둘, 꾸역꾸역 몰려들기 시작,
어느덧 공연마당은 순식간에 또 뺴곡한 콩나물시루 아닌 인간 시루가 되고 말았죠
저 앞 마이크 들고 품바타령 하고 있는 각설이는 오래 스물네 살이라고 하는데요
왕년에 보약 먹은 것이 잘못돼 얼굴이 팍 삭고 곰팡이 슬어 늙어 보인다 나?
누덕누덕 기운 누더기 옷을 입고, 빨강 모자에 다 떨어진 빨강 스카프를 목에 걸친 체,
서부 사나이처럼 유유히 등장하더니, 한바탕 걸쭉한 품바타령을 부르네요
누가 나를 만들었소.
어머님이 실수해서 탁주잔으로 만들었지
누가 세상을 만들었소.
전능하신 하나님이 실수해서 만들었지
실수로서 생긴 세상 탁주잔으로 빚은 인생 천지간에 몽달귀신
서서 살 땐 누워 있고 누웠을 땐 죽어있소. 죽었으니 시원하이 ~
어허이 ~ 품바 잘도 가소 ~
정을 두고 가지 마소. 미련 두고 가지 마소
어허이~ 품바 잘도 헌다 ~
어허허허 허~ 꺼이 ~ 꺼이 ~
각설이의 흐느끼는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이번에는 현인의 "비 내리는 고모령"이 느릿한 뽕짝으로 노래하네요.
느릿한 뽕짝 연주에 맞추어 흐느끼듯 노래 부르는 각설이
어머어님에 손을 놓고 돌아올 때에 ~
부엉새 도오 울었다오 오오~ 나도 울어야어었소오 ~
가랑잎이 휘날리느은 ~ 산 마루 터어억~ 으을 ~
넘어오던 그날 밤이 그리옵 고 오오오 나아 ~
어~ 머 ~ 니 ~ 이이이이이 ~ 하면서 땅바닥에 주저앉아 주먹으로 맨 땅을 내려치며
대성통곡을 하는 듯하더니, 훌쩍훌쩍 거리며 다시 일어 나서는,
앞에 앉은 노랑머리 아줌씨 앞으로 슬금슬금 기어가고 있더군요.
그리고는 그 아줌 치맛자락을 붙들고는 시큰둥하게 한 마디 한 다는 소리가
"아줌씨! 아까 엿 안 사 먹었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엿 먹어~~~~ "
그렇게 두 손으로 엿을 번쩍 들고 서있자 관중들은 배꼽을 움켜쥐고 폭소를 터뜨리고 있었으며,
또 어떤 관중은 턱뼈가 어긋날 정도로 웃다가 마당에 마구 뒹굴기도 했습니다
결국 노랑머리 아줌씨는 오천 원을 내고 엿 하나 더 사더군요
다음은 유일하게 하나 있는 여자 각설이가 요상한 스카프를 목에 걸고
엉덩이 살랑살랑 흔들며 나타나서는 한숨을 쉬며 푸념하고 있었습니다
이리저리 떠돌다가 서방님이라고 하나 얻은 것이 지랄 맞게도 생겼당게
민대가리 대머리에 축 늘어진 볼타구, 실내끼 같은 모가지에 뻥뚤린 벌렁코
쪽 찢어진 실눈에다 장구통 같은 뱃때지, 빠루 같은 갈고리 손에,
매일 빈둥 빈둥, 급살 맞을 놈 오래도 산다
그리고 그 여자 각설이의 신세타령 비스름한 노래 한 곡 끝나는가 싶었는데요
이번에는 웬 뱃가죽이 불룩 튀어나온 뚱뚱이 각설이가 빨간 브래지어에
다 떨어진 빨강 스커트를 입고 궁둥이를 살랑살랑 흔들며 엽기적인 미소를 지으며 등장,,
뚱뚱이 각설이가 마이크를 잡고 사람들을 향해 걸쭉한 목소리로 물어보네요
"새는 샌디 날지 못하는 새는 뭔 새여?"
이때 그 뚱뚱이 각설이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전설의 비단장수가 버럭 소리쳤다
"그런 새는 짭새 밖에 없어! 짭새여! 짭새!"
"염병! 지랄하고 자빠졌네! 짭새는 재수 없는 새여!"
그러면서 날지 못하는 새는 아미새라고 하면서 또 한 번 그놈의 아미새를 걸판지게 부르더군요
다 부르고 나서 또 관중들에게 칙칙한 목소리로 의양을 물어보네요
"어때? 나 잘 부르지? 또 한 번 부를까?"
이때 전설의 비단장수가 또 톡 나선다
"아미새, 그만 불러! 아미새 말고 거지 타령이나 불러봐"
이 소리를 듣고 동배가 불룩한 각설이가 빨간 브래지어를 덜렁 거리며 목청을 높이더군요
"저 위에 형님!"
"나 부른겨?"
"그려! 내가 형님 불렀지라!"
"나 귓구녁 안 먹었어 살살 말혀! 그런데 왜 푸른겨?"
"형님!"
"왜?"
"니미 뽕이다!"
이렇게 해서 단오 이불장 전설의 장꾼이 각설이에게 당하고 말았습니다
관중들은 폭소를 터뜨리고 있었는데요
전설의 이불 장꾼은 체면이 그만 구겨지고 말았네요
각설이 품바 공연은 그렇게 맹위를 떨치면서 계속되었고
이제는 하루해가 저물었지만 각설의 품바타령은 더욱더 기세 좋게 이어지더군요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고
겨우 세 살에 자살을 기도 하다가
처음으로 실패의 쓴 맛을 보았다는 각설이들,,
밤낯을 가리지 않고 삼십 년을 울고 울어
머리카락 쥐어뜯으며 통곡하다 퍼드러지고
소리치며 뒹굴고, 때리고, 부수고, 차고, 기고, 날고, 뛰고, 가슴 치고, 몸서리치고
거꾸러지고, 뒤집어지고, 이빨을 빠드득 갈아가며, 품바를 연마했다는 각설이들
병아리 잡는 데는 도끼가 대빠악 ~
고래~ 잡는 데는 바늘이 대에빠악 ~
날고뛰는 눔은 짱똘로 찍어라 ~
헤에 ~ 품바가 잘도 하안 ~ 다아
홀아비 동네에는 과~부가 대빡
과~부 동네에는 홀아비가 대빡
날고뛰는눔은 짱똘로 찍어라 ~
에헤 ~ 품바가 잘도 하안~다아~
할머니 꺼 보니 싱겁소 ~~~
비 맞은 장맛도 싱겁소!
할아버지 꺼 보니 글렀소~~ ~
아줌마 꺼 보니 반갑소 ~~~
아저씨 꺼 보니 겁나오 ~
아가씨 꺼 보니 꼴리오 ~~~~
에헤 ~ 품바가 잘도 한다
각설이 엿장수가 이렇게 품바 타령을 부르며 관중들을 희롱하고 엿 먹이려 하고 있을 때,
일부 관람객들은 슬슬 슬금 뒷걸음질 치며 줄행랑을 놓더군요
그러다 덜미가 잡히면 엿을 따따불로 먹게 됩니다
이제 남대천 공터에는 서서히 어둠이 내리고
어느덧 관중들은 또 꾸역꾸역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는 다시 탄력을 받기 시작하는 각설이 품바 공연
"데라우찌 각하! 데라우찌 각하! 전 장군이노 조센징이노 잡아노 왔스므니다"
"뭣이? 전 장군이노 조센징을?"
"하이! 각하! 그렇스므니다!"
"코끼리 발바닥에 붙은 삐룩이노 같은 놈! 제 아무리 도망가야 다람쥐 쳇바퀴 돌듯
몇 발짝 도망가지 못하고 붙잡히고 말 비링신이노 같은 시키!"
"하이! 각하! 그렇스므니다! 그 눔이야 말로 데라우찌처럼 간사하고 교활한 눔이었스므니다"
"뭣이? 데라우찌처럼?"
"하이! 데라우찌 각하! 죽을죄를 졌스므니다! 흘 흘 흘 ~ "
그러더니 다시 장면은 바뀌어 골 때리는 품바 타령으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얼 씨구 씨구 들어간다아아아 ~ 절 씨구 씨구 들어간다
왕년에 왔던 각설이 ~ 죽지도 않고 또오 왔네
에헤 ~ 품바가 잘도 한다
이때 관중석 어디선가 외치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잘하긴 뭘 잘혀?
얻어 처먹는 거나 잘하지
이번에는 폭탄 맞은 듯한 꺼벙한 머리에 다 찢어진 고무신을 신고 나타나는 각설이
자물통을 사타구니에 달고 덜렁덜렁 나타나자 화들짝 놀라며 웅성웅성 거리는 관중들
어떤 관중들은 환호와 박수갈채를 놀이마당을 뒤집어지도록 치고
할매, 아줌씨, 처녀, 춘시미, 춘오기, 향단이, 명월이 등은 혼절을 할 뻔
사타구니 자물통 각설이가 강릉의 남대천에 홀연히 몸을 나투시니
강릉 농악단 농개 들은 비구름 휘몰아 날뛰고
단오굿 패거리 단개들은 철퇴를 바람개비처럼 돌리고
관노탈극 관개들은 쇠올가미 씌우려 접근하고
술 취한 강릉 주정배이 아저씨들은 막대기를 함부로 휘두르는데,,,
사타구니 자물통 각설이가 휘오리 바람 휘몰아치는 개판 동네 개 삼 형제, 농개, 단개, 관개등이
떠억 버티고고 있는 벌판에 와서, 서부 활극에 나오는 크린트 이스웃 처럼
허리에서 손고락 권총을 꺼내더니 총 쏘기 시범을 보여 주고 있었습니다
각설이들 대여섯 명이 차례대로 서서 사타구니 자물통 각설이를 향하여 권총을 세 발씩 쏘면,
사타구니 자물통 각설이는 부동자세로 총알을 잡아 도로 쏜 사람의 총구에 정확히 꽂아 놓더군요
탕 ~ 딱 탕 ~ 딱 탕 ~ 딱!
탕 ~ 딱 탕 ~ 딱 탕 ~ 딱!
아! 야심한 밤에 이게 웬 귀신이냐?
어떤 관중들은 화들짝 놀라 줄행랑을 놓고, 또 어떤 관중들은 환호하다
넋을 놓은 체 입만 딱 벌리고 있을 뿐,,,
모두 넋을 놓고 오! 마이 갓! 을 부르짖으며 이것이 꿈이냐? 생시냐?
스스로를 깨물어 보았으나 생시였습니다
그 기상천외한 묘기를 보기 위하여 몰려드는 인간의 파도
강릉 포졸과 포도들은 질서를 잡느라 생땀을 빼고
강릉 일대의 아줌들이 기절하듯 비명을 지르는 바람에
천하의 사타구니 자물통 각설이도 비지땀을 뻘뻘 흘리고 있더군요
그리고 다시 한번 시작되는 각설이 타령,,
다 떨어진 넥타이를 목에다 걸고
집신 신~고 걸어가는 멋쟁이여 ~
유리 없는 앤경에다 사팔뜨기여 ~
도야쥐 같은 목소리로 노래 부르자! 뢀뢀라 ~
마악~껄리도 한 잔 소주도 한 잔 ~
캬아 ~ 쪼오타 ~
이렇게 한바탕 걸쭉하게 노래를 해 제키더만, 같이 온 각설이들을 가리키며 한 마디하고 있더군요
"저기 저놈들은 몽땅 고등학교 밖에 못 나온 눔들이지만 나는 대학을 나온 눔이여!"
그때 술에 거나하게 취한 듯한 아저씨 하나가 비틀비틀 나오더니
혀 꼬부라진 소리로 뭐라 뭐라 하더군요
"각설이가 뭔 노매 대학이여? 꺼억 ~ "
"아이코 성님! 오셨지라? 근디 성님 딸꾹질 하는 거 보이 술이 우라지게도 취했네! 이히히히...."
"각설이가 뭔 노매 대학이냐니까? 딸꾹 ~ "
"아이코 성님! 나가 바로 우리나라에서 그 유명하다는 강릉 경포대 대학을 나온 눔이랑게"
"에이 시발 ~ 별 눔에 대학이 다 있네. 끄으으윽 ~ "
이렇게 주정뱅이 아저씨와 각설이 사이의 실랑이를 보고 있던 관중들은
배꼽을 쥐고 폭소를 터트리더군요
"근디, 인물님! 오늘 술이 개떡이 돼 부렸소야! 그래 가지고 집에 가서 밤일이나 할 수 있간디?"
" 끄으으윽 ~ 각설이 주제에 그래도 인물님은 알아보는 구만 ,, 역쉬 인물이 인물을 알아 보는뱁. 딸꾹 ~
오늘 우리 당대의 인물님들끼리 만났승게... 꺼억 ~
노래 한판 걸판지게 불러 보자고... 딸꾹 ~ 잘하면... 내 한 장 주께... 끄으으윽~ "
"아이쿠우 성님! 먼저 한 장 주바! 배고파 못 허것써"
이런 웃지 못할 해프닝을 벌이고 있던 주정뱅이 아저씨는
각설이 엿장수 모자에 만 원짜리 한 장을 끼워 주니, 각설이는 허리를 굽신 하며 말하더군요
"감샤 허요! 감사혀! 그저 백골난망히 감사혀요 인물님!"
그러더니 또 신 바람나게 한 바탕 걸쭉하게 한 가락하고 있었습니다
인심 좋은 양반님네 심청전을 읽어 봤나. 골백번도 더 봤지
맘씨고운 심청아씨 삼백석에 몸을 팔아 맹인아비 눈을 떴네
심술 맞은 뺑덕어미 남의 것만 탐내더니 용케 죽어 지옥 갔네
복스러운 주인마님 먹다 남은 찌꺼길랑 없다 말고 보태주소
오죽하면 걸식이요 불쌍하다 우리 아가 사흘 열 끼 굶었소
아가 ~ 아가 ~ 우지 마라. 보름 굶은 나도 있다. 올 저녁만 참아다오
얼 씨구 씨구 들어간다 아 ~ 절 씨구 씨구 들어간다 ~
품바 하구 잘도 한다
이때 옆에서 각설이 장단에 맞추어 비틀비틀 춤추던 주정뱅이 아저씨가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시큰둥하게 뭐라 뭐라 하네요
"잘 하긴 뭘 잘혀! 딸꾹 ~ 얻어 쳐 묵는 거나 잘하지! 끄으으윽 ~ "
그러면서 또 만 원을 각설이 모자에 끼워 주니, 각설이들은 또 감지덕지
"성님! 생긴 건 드럽게 생겨묵었는디, 그래도 맴씨 하나는 맴에 드요! 히히히히히~ "
또 한 번 관중석에서는 폭소가 터지고 각설이들은 또 한 번 가세 좋게 노래 부르더군요
오늘 아침 얻은 한 푼~ 나리한테 바치고요~
오늘 저녁 얻은 쉰밥, 나리집 개한테 바칠라요 ~
공자님 같은 우리 나리 ~ 개살구 같은 우리 나리
곱디고운 우리 나리 ~
나으리이 ~ 나으리이 ~ 개에 나으리 ~
앗싸 로비아 ~ 좋오타 ~ 나으리 ~ 나으리 ~ 개에 나으리 ~
이렇게 해서 그 입심 걸쭉한 주정뱅이 아저씨는 각설이들에게 이 만원을 보태주고
결국엔 개 나으리가 되어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저기 서서 엿을 번쩍 들고 다니며, 아무나 붙들고 마구잡이로 엿을 먹이고 있는 사람이
바로 그 유명한 사타구니 자물통 각설이입니다
한참 노래를 걸쭉하게 부르던 중, 사타구니에 채웠던 자물통과 거시기가 부딪쳤는지
거시기를 쓸어 앉고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신음하고 있네요
"아고 아파라! 아고 아파라!"
그러면서 어떤 할매한테 허리띠를 클르면서 살 짝 보여주는 시늉을 하더군요
"자! 봐! 다 까져 부렸다"
그때 갑자기 돌발상황 발생 ,, 그 할매 팔을 걷어붙이더니
"어디 보자!"
순간 각설이가 움찔하더니 몇 발짝 뒤로 물러 나고 이 할매는 각설이를 따라가는 거 있죠?
"어디 보자니까?"
이때 전력을 가다듬은 각설이가 한숨을 돌리며 반격에 나섰습니다
"한번 하까?"
이때 할매는 한 술 더 뜨더군요
"그래! 이리 와! 한 번 하자!"
이런 기상천외한 광경을 바라보던 관중들은 또 한 번 배꼽을 움켜쥐고 폭소를 터트리더군요
뒤늦게 잘못 걸렸다는 것을 안 각설이는 꽁지 빠지게 뒷걸음치고 있었어요
결국 할매는 팔 걷어붙이고 쫓다가 결국,
둘이 얼싸안고 뜨거운 포옹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어졌네요
이번에는 사타구니 자물통 각설이가 구경온 할매에게 장모님이라 부르면서
그깟 엿 돈 주고 사 먹을 필요없다고 하네요
그리고 할매를 붙들고 통사정하더군요
"장모님! 딸 나한테 시집보내! 그러면 매일 같이 엿 실컷 먹여주께!"
다시 한번 각설이 엿장수 놀이마당은 관중들의 웃음소리도 들썩이고 있었죠
그렇게 강릉 남대천의 밤은 길어만 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당시 유일한 여자 각설이의 댓글을 여기 남겨놓겠습니다
깜찍이라고 하던가? 끔찍이라고 하던가?
언제 행님 각설리타령 한번 배워 봐야겠심더,^^
그때 혹시 엿 먹이는시는 건 아니가.ㅎㅎ 구경 자알 했심더~ 감사~ 저기 위에 엿장수들이 엿 먹이기에 난 열흘 내내 꾸역꾸역 엿만 먹다 왔지
먹통이라했소? 나가 그때 유일허게있던 여자각설인디 우째 각설이 우리보다 타령을더잘아요잉? 사진이라도지대로얼굴 잘나오게박던가 우리팀아님 어떤각설이팀인지 전혀모르것소.자료가 겁나게 많이 준비되있네 그랴~ 품바공연 대사도 딸딸외고있구먼. 어쨌거나 겁나게 반갑소 당신같은 팬이있어 행복하오.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하오.모란장에 엿먹으러 한번오쇼 오천원에세개드릴께.깜찍2;끔찍이가
그때 단오 이불장에서 기염을 토하며 열연을 펼쳤던 여성동지 각설이 아니시오?
하이고매 ~ 그때 그 각설이가 워찌 알고 여기까지 요로꼬롬 행차를 하셨다요? 워매 ~ 워매 ~ ~ 허벌라게 반가운거 ~ 동안 일양은 기체 하시고 옥체 또한 평안하시지라 이? |
강릉(江陵) 지방에 천여 년 전부터 전해 내려왔다는 강릉 관노 가면극(江陵 官奴 假面劇)은
다른 지방의 탈춤극들과는 달리 독특한 점들이 참 많다
문자 그대로 연출을 하는 사람들이 관(官)과 노비(奴)로 이루어져 있으며
또 다른 이름으로는 "강릉 탈춤" 또는 "강릉 탈놀이"라불리기도 한다
그리고 강릉 관노 가면극(江陵 官奴 假面劇)은 우리나라의 탈극 중,
연출을 하는 동안, 한마디 대사가 없는 유일한 무언극(無言劇)으로
순전히 춤과 손짓, 발짓, 몸짓으로만 연출(演出)하는 가면극(假面劇)이다
강릉 관노 가면극은 하회의 별신굿이나 동해안 무굿과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주로 강릉 단오제(端午祭) 행사 때 연출하는 가면극이다
관노 가면극은 주로 예부터 관청의 노비들이
양반을 상대로 풍자하는 놀이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가면극 시작과 함께 가장 먼저 노비 둘이 시커먼 포대자루 옷을 걸치고
불룩한 배와 함께 마당을 빙빙 돌면서 관객들을 희롱하며 돌아다닌다
시커먼 포대 자루 옷에는 둥그런 대나무를 집어넣었는지
그 모습이 마치 둥글둥글한 공을 보는 듯했다.
그리고 칼을 차고 있는 칼잽이 같은 관노도 있다
우산 같은 모자를 뒤집어쓴 사람은 양반이고 각시탈을 쓴 사람은
미색과 솜씨가 뛰어난 기생 같아 보이는데
양반은 우산형 모자를 뒤집어쓰고 함부로 날뛰는
시커먼 관노들과 달리, 위엄 있는 모습으로 수염만 쓰다듬고 있었으며,
각시탈은 노랑 저고리 다홍치마를 입고 행사 내내 수줍은 모양으로 탈 춤을 추었다
그러고는 장내를 휘젓고 돌아다니며 때와 장소에 거리낌 없이 각시와 입을 맞추고 있었다
우산형 검은 모자를 뒤집어쓴 양반을 각시탈이 수줍은 모습으로 뒤따르고
검은 포대자루 관노들 넷이서 그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우산형 검은 모자를 뒤집어 쓴 양반이 거드름을 피우며 마당을 돌고 있다
그리고 검은 도포자루 관노들이 그 뒤를 따라 마당을 휘젓고 다니며
양반과 관객들을 희롱하고 있다
검은 포대자루 관노들의 춤이 점점 거칠어져 가며
재물과 미색만을 탐했던 양반들을 향하여 희롱인지 조롱인지 알 수 없는 몸짓을 한다
그리고 양반은 노하면서도 겁먹는 모습으로 변해간다
시커먼 포대자루 관노들은 멀리서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고
양반과 각시탈은 서로의 애정표현을 서슴지 않고 있다
한참 잘 나가는 듯했던 양반탈과 각시탈이 무엇이 안 맡았는지 티격태격하고 있다
그리고 각시탈이 수줍은 척 양반탈을 홀리고 있는 듯,,,
급기야는 양반탈과 각시탈이 애정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양반탈은 각시탈에게 이것저것 소중한 물건들을 마구 퍼주면서 물량 공세를 편다
하지만 수줍은 척하는 각시탈은 양반탈에게 받은 물건을 내동댕이치는데,,,
그 틈을 이용, 시커먼 포대자루 관노들은 거칠어지기 시작,,
서로 칼을 들고 칼싸움을 하면서 튀어나온다
시커먼 포대자루 관노들이 거칠게 칼싸움을 하면서 양반을 함부로 놀린다
또한 각시탈도 희롱하면서 강제로 끌어안고 춤을 추자고 하는데
이 광경을 지켜보던 양반탈은 갑자기 당황하기 시작한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양반탈은 시커먼 관노들에게 소리친다
하지만 시커먼 관노들은 펄쩍펄쩍 뛰면서 계속적으로 양반탈을 위협한다
노발대발하던 양반탈은 시커먼 포대자루 관노들을 밀어 제치고 각시탈을 찾아 오지만
관노들은 둘이 서로 번갈아 가며 양반탈을 희롱할 때 관노 하나가 각시탈을 뺏어 온다
이렇게 관노들과 양반탈의 밀고 당기는 한판 대결이 끝난 뒤
양반탈은 각시탈에게 구시렁구시렁 자신의 결백을 증명이라도 하듯
긴 수염에 목을 칭칭 감고 목매다는 시늉을 한다
한동안 그렇게 양반탈과 각시탈이 엎치락뒤치락하다가 결국 서로 화해를 하면서 끝을 맺는다
여기는 강릉 관노 가면극 바로 앞에서 벌어지는 그네 대회 현장이다
연변에서 왔다는 아가씨들 널 뛰는 모습이 거의 묘기 수준이다
저 정도 높이까지 널을 뛰면 이층 이상 높이는 되지 않을까?
아슬아슬, 곡예를 하듯 기상천외한 묘기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연변 아가씨들
관중들은 연변 아가씨들이 널을 뛰는 순간, 연신 손에 땀을 쥐고 있었다
"아이고~~~ 저라다 다치면 어쩌려고!"
하지만 연변 아가씨들은 아주 능수능한하게 널뛰기 묘기를 발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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