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완연한 어느 봄날,
묵호 중앙시장에서 장칼국수를 먹고 속초 동명항 부근에 있는 전통시장에 잠시 들렀다가
다시 또 바닷길을 따라 북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사진 촬영 날짜를 보니 22년 4월 9일이던가?
완연한 봄이기는 했지만 대한민국 최북단 대진항은 무척 추웠다
전날 저녁에 도착해서 차 안에서 잠을 자는데 손 발이 무척 시워울 정도였으니,,,
두꺼운 극세사 이불에 오리털 침낭을 뒤집어쓰고 잠을 잤는데도 밥새 몸은 덜덜 떨렸다
속초 중앙시장은 몇 차례 가서 이불 팔아먹은 적은 있지만 고성군은 이번이 처음이다
혹시 고성 전통 시장에 이불 가게라도 있나?
살펴보니 하나 있기는 있었지만 시장이 너무 스산한 것 같아 그냥 대진항으로 오게 되었다
해가 넘어갈 무렵 항구에 들어오면 다음 순서는 잠자는 일 밖에 없다
한적한 부둣가 옆에 차를 정박하고 다음날 새벽 6시경에 일어났나?
날이 밝아 오고 있었고 날씨는 완전 겨울 날씨였다
4월에도 두터운 잠바를 꺼내 입어야 했으니,,,
밤사이 아무도 없는 고성 대진항
왠지 고립감이 밀려왔다
인적 없는 부두의 적막감과 더 이상 올라가면 휴전선으로 꽉막힌 동네라서 그랬을까?
그래도 수산 시장 옆, 공중 화장실은 밤새 불을 켜놓고 있어 노상 방뇨는 피할 수 있었다
지금 시각 새벽 6시,,
아직 북평 전천강 아저씨와 영월 동강 촌아저씨는 두꺼운 이불을 푹 눌러쓰고 취침 중,,,
나 혼자 대진항 어판장까지 슬슬 걸어 보기로 했다
한적한 대진항 부둣가 무쇠 난로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시간, 너 댓 명의 아줌들이 그랜져 승용차를 몰고 와서 여기서 우르르 내렸다
아니, 이른 새벽부터 누구야?
수산시장도 죄다 문이 잠겨 있는데,,?
알고 보니 그 아줌들은 부두에서 바닷일을 하고 있는 아줌들이었다
여기서 잠시 가리비 조개를 손질하다 갔으니,,,
나는 그랜저 승용차를 타고 와서 우르르 내리기에 새벽잠이 없는 아줌들이 바닷바람을 쐬러 온 줄 알았다
그런데 가리비 조개를 손질하러 온 아줌들이라니?
그래서 잠시 스치는 생각,,,
와~~ 이 동네 해녀 아줌들은 부자네?
그랜저 타고 와서 가리비 조개를 손보고 가다니,,,?
새벽 시간, 해녀 아줌들이 부산을 떨다 간 자리는 다시 고요 속에 잠겨 있었고
선상에서 불을 피우고 무엇을 그리 다듬고 손질하다 갔는지
대진항 부둣가는 다시 침묵 속으로 잠기기 사작했다
대진항 수산시장은 아직 고요 적막 속에 잠들어 있는데 어판장은 엄청 분주한 모습이다
1톤 수산물 트럭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으며 마을 사람들은 고기 다듬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속초에서도 북쪽으로 40여 Km나 더 가야 하는 고성 대진항,,,
6.25 동란이 끝난 후에는 북에 고향을 둔 실향민들이 집단으로 자리 잡고 살았다고 하는 항구다
실제 여기서 북쪽으로 15Km만 더 가면 북녘 땅이고 서쪽으로 10여 Km만 더 가도 북녘땅이다
묘하게도 강원도 고성군만 북쪽으로 묘죽하고도 깊숙이 쑥 들어가 있는 형국이다
이 항구 산 언덕에 있는 등대 앞에만 있어도 북쪽 외금강이 훤히 보인다
고성군 하면 경남, 남해안에도 있다
경남 남해의 고성군과 강원도 동해의 고성군은 동명이군이다
강원도 고성군의 일부는 아직 북한에 있다
고성군의 북쪽과 서쪽은 북에 일부가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일까?
남쪽에 있는 항구들과 마찬가지로 그저 평화롭게만 보이니,,,
날이 밝아오니 여기가 최전선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북한이 될 뻔한 땅,
고성군 대진항 어판장은 새벽부터 수산물을 흥정하는 사람들로 뜨겁게 달구워지고 있었다
고기를 흥정하는 사람들로 어판장은 북적북적했고
그 사이로 얼음을 실은 손수레가 부산하게 움직였다
예전에 듣기로 대진항은 명태가 엄청 나오는 항구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날 보니 명태는 안 보였다
그래도 어판장 어디쯤인가 명태가 있을까?
사람들 틈에 휩쓸려 여기저기 살펴봤지만 명태는 끝내 보이지 않는다
이날 고성 대진항에서 가장 많이 나온 수산물은 가자미였다
여기도 가자미, 저기도 가자미,,,
가자미가 온통 대진항 어판장을 가득 메웠다
다음은 임연수
이날 임연수도 가자마 못지않게 참 많이 나왔다
예전에는 임연수가 시장을 가득 메우다시피 했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요즘은 임연수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 넘들,, 대진항에 다 몰려 있는 거 있지?
임연수는 좀 싱거운 생선, 명태처럼 담백하기만 하고,,,
어판장 앞에는 중국집도 있었다
이른 아침 시간 문이 굳게 잠긴 항구의 중국집,,,
사실 중화요리는 내륙에서 보다 어느 낯선 항구에 있으면 더 먹고 싶어 진다
사람들은 바다에 왔으면 바다 생선을 먹어야지 무슨 중화요리냐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내 식성은 참 유별나다
한적한 바닷가 작은 항구에 중국집이 보이면 중화요리가 먹고 싶어 지니,,,
이른 아침, 대진항 어판장 부근에 문이 열려 있는 식당 하나가 있었다
부두 식당이라고,,,
메뉴는 생태 찌개, 도루묵찌개, 물곰탕, 도치알탕 등이었다
우리 동네 충청도 서해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메뉴였다
요것은 부두 식당 앞에 있는 생선들이었는데 횟대라는 생선이라고 한다
요걸로 생선 구이도 해 먹고 횟대 찌개나 매운탕도 한다나?
이날 처음 본 생선이었는데 고기는 참 이쁘게 생겼다
이날 새벽, 어판장에서 사 온 생선이라나?
부두 식당 벽에 걸린 사진
요것이 고성 초등학교라나? 고성 중고등학교라나?
당시는 학교 주변에 초가집들이 많았나 보다
6.25 전쟁이 끝나고 10년 후인 60년 대 사진이라나?
이때만 하더라도 북에 고향을 두고 온 사람들이 고성의 항구를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한다
농사 지을 땅이 없었던 사람들에게 그래도 돈벌이가 될 수 있었던 항구,,,
그래서 그들은 남쪽의 대진항에 모여 집단촌을 이루었다나?
속초처럼 아바이 마을은 없었지만 마을 전체가 아바이 마을이나 마찬가지,,,
그런데 시골 항구의 시골 식당치고 가격은 좀 빡센 듯,,,
만만히 보고 들어가기는 했지만 생소한 메뉴들에 갑자기 대략 난감해진
북평 아저씨와 영월 동강 촌아저씨,,, 그리고 비단왕 ,,,
어라? 대충 알겠는데 망챙이와 삼숙이는 또 뭐임?
삼식이는 알겠는데 삼숙이는 또 뭐지?
에라~~ 모리겠다
명태 찌개 먹으러 왔으니 일단 질러나 보자
아줌씨! 여기 명태 찌개 돼요?
하고 물어보니 명태 찌개는 안 되고 대구 매운탕은 된다나?
해서 그걸로 낙찰,
아침부터 대구 매운탕을 시켜 쳐묵쳐묵 하는 북평 아저씨와 영월 동강 촌아저씨
대구 매운탕을 한 숟가락 뜨며 북평 아저씨가 영월 촌아저씨에서 대뜸 물었다
북평 아저씨 : 그대가 고향 영월에서 입심이 그렇게 좋다며?
(자기소개를 해 봐라?)
영월 촌아저씨 : 저는 입이 없습니다
(하긴,,, 식당을 입으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니,,,)
북평 아저씨 : 입 없는 것은 그만두고 나에게 눈을 돌려다오
(내용이 좋으면 껍질이야 상관없지,
보이는 입도 입이요, 보이지 않는 입도 입이라, 아직 말을 쓸 줄 모르는군)
영월 촌아저씨 : 입 생긴 뒤에 돌려 드리겠으니 기다리세요
어허! 이것들,, 대진항에 와서도 척척 들어맞네,
그런대로 장단을 맞추고 있으니,,,
명태 없는 동해에 대구가 대빡이라더니,,,
맛이 생태 못지않네
그런데 이것은 입이 없다고 하더니 먹기는 잘도 먹더고만
그 사이 입이 생긴 걸까?
'길 위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뭔 이름이 이래? 고랭지 정선 타임캡슐공원? 전지현 차태현 엽기 소나무길? (54) | 2024.05.03 |
---|---|
아홉가지 맛? 임계 골지천 구미정, 정선 아우라지 옥산장 여관 콧등치기 국수 (41) | 2024.05.02 |
이매창 엄마 신사임당, 허균 누나 허난설헌! 대관령 옛길서 만난 두 여인 이야기 (29) | 2024.04.23 |
조선시대 최악의 유배지는? 제주도? 함경도 삼수, 갑산, 북청? 예산 추사 김정희 고택! (27) | 2024.04.22 |
길 가다 우연히 만난 구례 산수유 벚꽃길! 쌍계사 화개 십리 벚꽃길인가? 했더니 (18) | 2024.04.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