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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 가다 우연히 만난 구례 산수유 벚꽃길! 쌍계사 화개 십리 벚꽃길인가? 했더니

by 비단왕 2024. 4. 13.

봄날, 구례구역에서 구례읍으로 가는 십리 벚꽃길

 

봄날, 구례구역에서 구례읍으로 가는 십리 벚꽃길

 

이 길을 화사한 봄날 달리다 보면 꼭 떠오르는 벚꽃길이 또 있는데요 

그 길은 다름 아닌 하동 화개 십리 벚꽃 갈 ,,,

화개 쌍계사 십리 벚꽃길 하면 또 떠오르는 사람이 있죠

그는 다름 아닌 하동 악양에 사는 섬진장 박시인 ,, 

그러면 섬진강 박시인이 누구냐 하면 정태춘 님 노래에 등장하는 분인데요 

노래 가사는 대략 이렇습니다 

 

연분홍 봄볕에도
가슴이 시리더냐 ~
그리워 뒤척이던 밤
등불은 껐느냐 ~ 

 

여기까지는 좋았는데요 그다음 대목이 좀 지랄이더라고요  

봄은 왜 오고 지랄이야
꽃 비는 또 오고 지랄
십리 벗길 환장 해도
떠날 것들 떠나더라 ~~
무슨 강이
뛰어내릴 여울 하나 없더냐
악양천 수양버들만
머리 풀어 감더라 ~~ 

 

난 처음에는 섬진강 박시인이 벚꽃을 보고 푸념하는 줄 알았죠 

그래서 나는 이런 언어를 구사할 줄 아는 사람은 국내에서 단 하나 

박남준 시인 밖에 없다고 했더니 ,, 오잉? 

이건 자기 이야기가 아니라나? 

그럼 누구냐고 했더니 대뜸 하는 소리가 

어느 화사한 봄날 화개에 갔더니 쌍계사 십리 벚꽃길에

웬 남자가 주저앉아 술병을 들고 중얼중얼 푸념하던 소리라고 하네요 

아내와 자식들에게 버림받은 어느 비련의 남자의 푸념 섞인 중얼거림,,,

봄은 왜 오고 지랄이야 

꽃 비는 또 왜 오고 지랄 ~~~

 

듣고 보니 이해가 가더라고요 

아내와 자식들에게 버림받고 길바닥 신세가 된 사내가

십리 벚꽃길이 제아무리 이쁜 들 이쁘게 보였겠어요? 

지랄같이 보였겠지요 

 

구례구 역에서 구례읍, 남원읍으로 가는 십리 벚꽃길 

이날 순천 중앙시장에서 길을 잘못 들어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로 들어왔더니 그렇게 나쁘진 않네요 

화계 쌍계사 십리 벚꽃길과도 같은 구례 십리 벚꽃길을 만났으니,,,

 

구례구 역에서 구례읍, 남원읍으로 가는 십리 벚꽃길

 

기왕 국도로 들어왔으니 전주까지 국도로 달려볼까? 

가다가 운 좋으면 또 십리 산수유 길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르니까 ,,

여기서 우회전하면 지리산 화엄사와 하동 쌍계사 길이고

그대로 직진하면 남원, 전주라고 표지판은 친절하게 알려 주고 있었습니다 

 

거기서 20분 정도 달렸을까? 

우와~~~ 진짜 산수유가 온 동네를 노랗게 물들이고 있었습니다 

군내 버스 승강장 표지판을 보니 신학? 

신학이 어딘지 잘 몰라도 아직 구례군을 벗어나지 못했으니 여기는 구례군이다 ,, 에 오백 원을 걸었죠 

 

우와~~~ 그런데 이게 웬일이래? 

산수유가 군락을 이루고 있으니,,,

여기서 한참을 있었는데 군내 버스 하나 안 지나가고 승객들도 하나 없는 버스 승강장 

일단 여기다 백토마를 박아놓고 저 노랗게 물든 수채화 같은 마을을 걸어갔다 와야 할 것 같습니다 

 

버스 승강장에 바라본 길 건너편 마을

 

차들은 듬성듬성 지리산 자락 남원을 향하여 달리고 

비단왕은 바로 이 자리에 백토마를 박아 놓고 사방을 두리번거려 봅니다 

어디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고 있는지,,,

하지만 아무리 눈 씻고 둘러봐도 사람의 그림자 하나 얼씬하지 않는 구례의 외딴 동네, 

여기서 움직이는 물체라고는 비단왕 밖에 없네요 

 

산수유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하는 구례의 외딴 마을

 

산수유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하는 구례의 외딴 마을

 

이쪽 마을에도 가보고 싶고 길 건너편 마을에도 가 보고 싶은데 어디부터 갈까요? 

손바닥에 침을 뱉고 튀겨 보니 앗~ 침이 길 건너편 마을로 튀네요 

그러면 우선 길 건너편 마을부터,,,

 

토치마을이라 ,,, 

거, 마을 이름 한번 걸쭉하네 

 

어쩐지,,, 

마을 이름이 참 걸쭉하다 했더니 이것이 다 왜구들 소행이었더군요  

그냥 학마을, 학고개로 놔뒀으면 얼마나 좋아 

이제야 버스 승강장에 쓰여 있던 신학마을이 왜 학마을이라 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온통 노란색으로 물든 구례 토치? 아니 아니 ,, 학마을

 

카메라 줌을 당겨서 활영한 구례 학마을

 

카메라 줌을 당겨서 활영한 구례 학마을

 

다음은 반대편 마을을 돌아봐야겠지? 

일단 굴 다리를 건너서 어슬렁어슬렁 걸어가 봅니다 

봄에는 사뿐히 즈려밟고 가야 하는데요 

즈려 밟을 꽃잎도 없고 화창한 날씨에 맥이 풀리다 보니 어슬렁 걸을 수밖에,,,

 

산수유가 군락을 이루는 마을 앞으로는 꿈결처럼 내가 흐르고,,,

여기서 봄 볕을 받으며 한참을 주저앉아 있었더니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 

홀로이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파릇한 풀포기가 돋아 나오고 

냇물이 봄바람에 해적일 때에 ~~~

 

다리 위에서 한참을 주저앉아 있다 건너고 보니 오잉? 내온교였습니다 

마침 길을 가던 촌로 하나가 낯선 사람의 수상한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지나가고 ,,  

 

남도 이순신 백의종군길? 

400년 전, 당신들이 추앙하는 이순신 장군께서 이 길을 지나갔다면 

오늘은 비단왕이 백의종군하듯 이 길을 지나가나니, 

산수유나무 아래 거적때기나 하나 펴 주소 

인생무상, 일장춘몽이나 하고 가야겠어요 

 

구례 외산 보건 진료소
구례 외산 보건 진료소

 

구례 외산 보건 진료소 앞,  산수유 

 

이런 길을 가면서 그냥 갈 순 없지 

노래라도 한 구절 흥얼거리며 가야지 

그러면 어떤 노래를 부를까? 

경상도 밀양 아리랑을 불러 볼까?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 ~~

정든 님이 오시는데 인사를 못해~~ 행주치마 입에 물고 입만 방긋 ~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이 노래는 이 분위기에 너무 방정맞은 거 같고,,

그렇다면 강원도 정선 아리랑? 

 

눈이 오려나~~ 비가 오려나~~ 억수 장마 지려나~~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마악 모여든다~~~

 

아니 아니,,, 이건 너무 청승 맞고,,,

그렇다면 절라도 진도 아리랑? 

 

바람은 손 없어도 나무를 흔들고
이 몸은 팔이 있어도 님을 못 잡는구나 
 국화는 피어서 서릿발에 울고
가시낸 자라서 임의 손에 우네 

 

놀다가세 ~~ 놀다나 가세 ~~
저 달이 떴다 지도록 놀다나 가세 
 십오야 밝은 달은 구름 속에 놀고
이십 안짝 큰 애기는 내 품에서 논다 
 저기 가는 저 처녀 엎으러나 지거라
일쎄나 주는 듯이 보듬어나 보자 

 

아! 이 노래,, 절라도 진도 아리랑이 그래도 이 분위기에도 좀 어울리는 것 같네 

 

하! 날 한 번 참 조타 

마을 입구 산수유나무 아래 자빠져서 나도 푸념을 한 번 혀? 

연분홍 봄볕에도
가슴이 시리더냐 ~
그리워 뒤척이던 밤
등불은 껐느냐 ~ 

 

봄은 왜 오고 지랄이여? 

꽃비는 또 왜 오고 지랄 ~~~

 

아~ 이보소! 

날도 참 좋은데 거기 주저앉아 웬 청승이요? 

 

동네 경치 한번 참 좋수다 

자고로 살기 좋은 곳은 죽기도 좋은 곳 

오늘은 내 인생 마지막을 여기서 보낼까나? 

 

놀다가세 ~~ 놀다나 가세 ~~
저달이 떴다 지도록 놀다나 가세 

 

앞 길도 창창한 양반이? 허어~~~ 참,,, 

 

한때는 여기도 엄마, 아빠, 누나, 동생 온 가족이 모여 부산하게 살았을 법 한데 

이제는 아무도 없는 황성옛터가 되어 있었으니,,,

황성 옛터에 밤이 되면 월색만 고요하겠지? 

 

어느 봄날 길다가 우연히 만난 산수유 십리길

 

어느 봄날 길다가 우연히 만난 산수유 십리길

 

구례 외산리 마을의 봄

 

구례 외산리 마을의 봄

 

마을 사람들 ,, 잘 놀다 가요 이~~~

 

놀다가세 ~~ 놀다나 가세 ~~
저달이 떴다 지도록 놀다나 가세 

 

길 가다 우연히 만난 구례 십리 산수유길

 

산수유나무 아래서 깜빡 졸다 보니 

그 사이 어느새 60년 세월이 다 지났네 

이제 돌아가야지 

주머니에 예쁜 꽃비암 한 마리 집어넣고 

렛츠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