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어 산촌에는 누가 살릴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아~~ 꽃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동해시 북평동에서 바라보면 늘 한결같이 보이는 고갯길, 백복령
그 산 너머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저 고개 넘어봤어?
아니, 아직 한 번도 못 가봤는데,,,
아니,,, 동해시 북평동에서 산 지 벌써 반년이 다 되어가는데 저 고개를 못 가봤다고?
그래서 북평동 전천강에서 기세 좋게 하늘높이 올라간 백복령을 넘기로 했어
산 아래 쌍용 시멘트 공장 아파트를 지나니 달방 저수지였고
달방 저수지를 지나니 이제 길은 점점 험해지기 시작하는 거 있지?
오아~~ 백복령 왜 이리 험한거야?
이건 이제 시작에 불과한 거지
그렇게 엄청난 급경사길과 급커브길을 S자로 돌고 Z자로 꺾고 8자로 어지럽게 돌면서 올라왔더니,,
아하! 여기가 바로 그 정선 땅이구나
비가 오려나 ~ 눈이 오려나~~ 억쑤장마 지려나 ~~~
하면서 고갯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니 정선군 임계면이었다
그렇게 백복령을 내려오다 보니 도로변에 웬 푯말 하나가 보였다
도전리,,,
어디서 많이 듣던 동네 이름인데,,
어디서 들었더라?
아하! 그 메주 스님,, 돈연이라고 하는,,
첼리스트 도완녀 씨와 같이 메주를 쓰면서 살았다는,,,
여하튼 거기를 지나 가다보니 이런 정자가 하나 보이는 것이었어
히야~~~ 누가 무슨 이유로 이 깊고 깊은 첩첩산 골짜기에 이런 정자를 세워놨지?
이 정자를 세운 사람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고 싶지 않은 사람일 것이라는 예감이 드는 거 있지?
그러니까 햇볕도 잘 들지 않는 이런 음기가 성성한 곳에 정자를 세웠지 않았겠어?
사방이 암벽과 높은 고봉으로 꽉 막힌 이런 곳에 오래 머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음기가 쌓일 텐데,,
도대체 누굴까?
이런 곳에 정자를 세운 사람이,,,
아무리 봐도 이건 숨어 살기 위해 지어졌다는 정자라고 할 수밖에,,,
나중에 집에 돌아와 이 정자의 이력을 알아봤더니 역시나
1688년 조선 숙종 때 정선 땅에 낙향한 조선 관료, 이자라는 사람이 숨어 살았다는 거 있지?
그럼 그가 누구냐? 하면 숙종 때 공조 참의를 했던 사람이라나? 뭐라나?
참의 라면 판서나 참판을 보좌했던 보좌관 아닌감?
참의라면 조선 정 삼품 벼슬인데 그런 벼슬 자리를 놔두고
이런 햇볕도 안 보이는 음기 성성한 골짜기로 왔을까?
아~~ 당시 당파 싸움에 환멸을 느끼고 정선 땅으로 낙향, 숨어들었다고?
가만있어보자!
숙종 때 당파 싸움이라면?
남인 장희빈파와 서인 인현왕후파의 싸움이었구먼
하긴, 당시는 이판 사판 막가파 진흙탕 싸움이 끊이질 않았지
한때 인현왕후 민 씨의 외척들이 대권을 잡는가 싶으면
어느새 그 대권은 희빈 장 씨 외척들의 손아귀에 들어가고,,,
그렇게 엎치락뒤치락 대권 싸움인지, 치정 싸움인지 하루도 바람 잘날 없이 싸웠지
결국은 희빈 장 씨가 사약을 받고 즉사하는 것으로 끝이 났고
그 후로 서인이었던 김만중이라는 사람이 사 씨 남정기를 써서 쐐기를 박았지
덕분에 희빈 장 씨는 조선 최고의 악녀라는 타이틀을 부여받았고,,,
그렇다면 300여 년 전 이 정자를 세운 공조 참의 이자라는 사람도 남인 장희빈 파?
그래서 홧김에 첩첩산중 정선 땅으로 낙향하여 이 골짜기에 정자를 세웠다?
스토리가 이쯤 되면 말이 되는 스토리 같은데,,,
구미,, 아홉 가지 맛인 줄 알았더니 미였네
전주, 석지, 어량, 반서, 장담, 평암, 층대, 취벽, 열수
폭포에서 물고기 비상하고 전원 경치 좋고, 정자 앞 암벽, 층층이 절벽, 정자 뒤 작은 못,
넓고 큰 바위, 석벽 사이 쉼터, 맑은 소,,,
좋은 건 다 붙여놨네
헐 ~~~ 이런 정자 봤나?
불 때는 아궁이까지 있네
아주 여기다가 알루미늄 새시 유리문까지 붙이지
300여 년 전 숙종 때 지어졌다는 정선 임계 구미정은 일제 강점기 때
다시 중창했다고 하는데 페인트 냄새가 가지지 않은 것으로 봐서 최근에 또 손을 본 듯,,,
오히려 정자의 위치는 여기가 훨 난 것 같네
햇볕도 잘 들지, 전망도 탁 트였지, 멀리 사람들의 작은 움직임도 한눈에 다 들어오니까,,,
세상만사, 물 위의 아지랑이처럼 일어났다 꺼지고
꺼졌다 일어나는 생사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으니,,,
아~~~ 이자라는 사람, 숨어 들어왔다고 했지?
그러면 할 수 없이 햇볕도 없는 골짜기로 들어가는 수밖에,,,,
여기서부터는 정선군 여량면입니다
그럼 아우라지는 뭐냐?
요즘 보니 여량역도 아우라지 역이 되었더만,,,
드디어 정선 아우라지 여량에 도착
정선 아우라지역
여기서부터는 찍어 놓은 사진이 없어 2010년 무렵에 찍은 사진들로 대처를 하겠습니다
예전의 아우라지 여량은 이렇게 고즈넉했었죠
지금 현재는 역 앞이 완전 도깨비 시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역 앞이 온통 난전들이 점령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2010년 무렵에 찍은 사진들로,,,
아우라지역에서 슬슬 걸어서 5분 정도 갔더니 옥산장 여관이 보이더군요
옥산장 여관 옆에는 새로 지은 듯한 건물 3동이 있습니다
콧등 치기 국수와 곤드레 나물밥, 그리고 감자 전과 정선 동동주 한 통 시켜 놓고
옥산장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보니 너와 지붕으로 된 흙담집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마당 앞에는 먼가 널어놓았더군요
가까이 가 보니 보리와 쌀이 섞인 밥알을 말리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그 옆에는 쌀로 된 밥알을 말리고 있었고요
옥산장 식당에 계신 분께 여쭈어 봤더니 집에서 누룽지국을 만들려고 이렇게 널어놓았다네요
옥산장 여관은 유흥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란 책에 소개되고 나서부터는
그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 길이 끊어지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한낱 시골여관에 불과했던 옥산장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한 것은
순전히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2' 덕분이었다 "
어느 책자에 이렇게 소개되었던 것을 본 적이 있었는데 이날은 그 주인공인 전옥매 할무이...
아니... 전옥매 여사께서 안 보이시더군요.
식당에는 젊은 분이 계셨는데 여쭈어 볼까 하다가 초면부터 실례가 될 것 같아 그만두었습니다
주문한 곤드레나물밥과 콧등 치기 국수가 나오기 전, 정선 동동주를 따라 주고 있는 이불장수 커플
총각김치, 깍두기, 콩나물 무침, 버섯무침, 고사리 무침, 곤드레나물 무침, 더덕무침,, 등
무침으로 시작해서 무침으로 끝장을 내주는 옥산장의 무침 시리즈
정선 동동주를 한 모금 마신 이불장수가 가장 먼저 곤드레나물을 들어 올리고 있었습니다
여자는 나물종류에 대하여 꿰뚫고 있는데 저 아저씨는 나물 종류에 대해서는 문외한입니다
그래도 맛있다고 잘 만 먹더군요
이번에는 감자부침을 뜯어먹고 있었죠.
쫀득쫀득 한 것이 맛있다고 하면서...
드디어 곤드레나물밥이 나오자 쓱쓱 비비고 있습니다
거무튀튀하게 지어진 깡 보리밥에 된장이나 간장을 넣어 쓱쓱 비벼 먹는 자연의 맛!
하지만 보리고개시절 우리들의 아버지 어머니들은 하루가 멀다 하게 서슬이 푸르디푸른
곤드레나물을 뜯어다 꽁보리밥 몇 알 집어넣고 모질게도 쓱쓱 비벼 먹었죠
말이 곤드레 나물밥이지 밥알은 몇 개 없고 가혹하게도 곤드레 나물이 훨씬 많았죠
밥상을 차릴 때마다 우리 어머니들의 가슴도 꽁 보리밥처럼 까맣게 타 들어가곤 했었습니다
이날은 이불장수 커플이 그 곤드레나물밥을 몸소 체험하고 있었습니다
곤드레나물밥을 쓱쓱 비벼서 시식하는 이불장수 커플
드디어 콧등 치기 국수도 나왔습니다.
비단왕은 이날 콧등 치기 국수를 시켰네요
그런데 정선 5일장에서 먹었던 콧등치기 국수 하고는 또 색깔부터가 다르군요
정선 5일 장터의 콧등 치기 국수는 국물이 맑은 색이었는데
이곳의 콧등 치기 국물은 약간 진한 색을 띠고 있네요
정선 5일 장터 부녀회에서 요리한 콧등 치기 국수 - 위의 콧등치기국수하고 약간 다릅니다
콧등치기 국수는 멸치를 우려낸 물에 우거지와 호박, 또는 오이 등을 넣고 된장을 조금 푸는데요
여기까지는 그냥 된장국이나 다름없습니다
이 국물에 굵게 썬 메밀국수를 넣고 끓이면 면발이 두껍고 투박해서 스프링처럼 탄력이 붙습니다
이때 국물 속에 엉겨있던 면발을 꺼내 후루룩 ~ 하면
보시는 바와 같이 굵직한 국수가락이 스프링처럼 튀어올라 콧등을 팍팍 ~ 때리게 되죠
콧등 치기 국수가락으로 콧등을 서너 번 얻어맞았더니 콧잔등이 얼얼하네요
옥산장에서 곤드레나물밥과 정선 동동주 한 통씩 마신 이불장수 커플이
아우라지역에 있는 섭다리를 건너고 있군요.
비단왕도 저 뒤를 따라 올라가 보니 섭다리가 흔들거렸습니다
"아오 ~ 섭다리가 흔들 거리네!"
비단왕이 이렇게 이야기했더니 저 아저씨는 자신의 커플을 가리키며
"이 사람이 올라와서 그런겨! 이 사람만 안 올라오면 까딱없는데..."
그때 그 아저씨 커플이 화를 벌컥 내며 눈을 흘기더군요
"머라꼬? 니 지금 말 다 했나?"
잠시동안 분위기는 험악해지고 있었습니다
"말이야 바른말이지. 안 그래?"
"느그 오늘 주거따! 일루 와!"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로 인하여 하마터면 커플 싸움으로 번질뻔했는데요
말려서 위기를 간신히 넘겼습니다
이번에는 아우라지 강변으로 나왔습니다
아우라지 강변에는 뗏목 체험 뗏배들이 주욱 ~ 널려 있었죠
정선 땅에는 수많은 아리랑 가락이 존재하고 있는데요
그 내용을 들어보면 삶의 고단함과 애환을 가락을 통하여 덤덤하게 승화시킨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아우라지 뱃사공아 / 배 좀 건네주게 / 싸리골 올동박이 다 떨어졌다
떨어진 동박은 낙엽에나 싸이지 / 잠시 잠깐 님 그리워 / 나는 못살겠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게
이것이 아우라지강 여량에서 전해 내려오는 아리랑 노래 가사의 한 부분이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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