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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뭔 이름이 이래? 고랭지 정선 타임캡슐공원? 전지현 차태현 엽기 소나무길?

by 비단왕 2024. 5. 3.

동해시 북평동 전천강 산책로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시간 

전천강변에 있는 강변 아파트에서 슬그머니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아직 어두운 새벽시간인지라 그런지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곳은 동해시 북평동에 있는 전천강 산책로, 

전천강은 백복령에서 내려오는 물과 두타산 무릉계곡에서 내려오는 물이 여기서 합류한다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면 백복령 아래 쌍용시멘트 공장과 무릉계곡 입구 시멘트 공장이 있다 

그리고 하류로 내려가면 바닷가에 석탄화력 발전소가 있다 

때문에 이곳은 맑은 듯하면서도 시멘트 공장과 발전소가 가동되면 분진이 날리는 동네다 

 

동해시 북평동 전천강 산책로 새벽시간

 

동해시 북평동 전천강 산책로 새벽시간

 

이곳은 전천강 하류 

밤이면 물고기들이 뛴다 

바다 물고기와 민물고기들이,,, 

바다에서 거슬러 올라온 숭어와 민물고기, 그래서 여기는 늘 물고기들의 천국이다 

 

동해시 북평동 전천강 산책로 새벽시간

 

전천강에 날이 밝아온다 

그 새벽 무렵부터 아침이 오기까지 강변 아파트에서 슬그머니 일어나 북평 장터까지 산책을 했다 

 

날이 밝아오는 북평 장터 앞, 전천강

 

전천강 강변 아파트로 이산온 북평 아저씨도 이 전천강을 산책하는 것과 

5일에 한번 장이 서는 북평장날, 전찬강을 따라 장구경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라고 한다 

오늘은 이디로 가볼까나? 

묵호 중앙시장, 옥계 해변, 망상 해변, 삼척 정라진은 몇 번씩 다녀왔으니 

오늘은 강원도 내륙 깊숙한 곳으로 떠나볼까? 

일단 집으로 가서 아침 먹고 떠날 채비를 한다 

 

강원도 신동읍 함백리의 고랭지 채소 밭

 

동해시 북평동에서 삼척 도계읍을 지나 태백 황지시장으로 

황지 시장에서 매봉산 두문동재 터널을 지나 고한 구공탄 시장으로 

구공탄 시장에서 다시 영월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도착한 곳은 정선 신동읍 함백리 

그래 오늘은 함백리에 있는 정선 타임캡슐 공원이나 올라가 보자! 

 

올라가는 도중 길을 잘못 들어 고랭지 채소밭 한가운데로 들어서고 말았다 

비포장 흙길에다 전날 왔던 비로 길은 질척 질척,, 

긴장하고 가는 순간 그 비좁은 흙길에 차가 그만 빠지고 말았다 

에이~~~ 조졌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차바퀴는 점점 진흙 속으로 빠져든다 

이제 어떡하지? 

에라 모르겠다! 엑셀을 아주 세게 밟는 순간 차는 간신히 진흙탕 길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강원도 신동읍 함백리의 고랭지 채소 밭

 

언젠가 차태현, 전지현이 주연했던 엽기적인 그녀라는 영화가 상영된 후 

이 고랭지 채소밭은 전국에서 몰려드는 사람들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여기에 있는 소나무 두 그루도 이름이 갑자기 바뀌었다 

엽기 소나무로,,,

그 여세를 몰아 마을 이름도 아예 바꾸어 버렸다 

엽기 소나무 길로,, 

여기 고랭지 채소밭도 마을 이름이 엽기 소나무 길로 바뀌었다지? 

 

지금도 함백역 부근에 있는 마을 골목골목 돌아다니다 보면 문패의 번지수가 죄다 엽기 소나무 길이다 

이 마을 고유의 이름들이 어느 날 갑자기 다 사라져 버리고 엽기 소나무 길이라니? 

새비재골, 미륵골, 장재터골, 둔박골, 가사리골, 박대골, 새골, 밭골, 지당골, 신사당골,

서산골, 고동골, 용주골, 물방아골, 밤새골, 덕골, 안경다리 마을 등등,,

동네 고유의 이름이 얼마나 많아? 

그런데 산꼭대기 멀쩡하게 있던 소나무까지 엽기 소나무로 만들다니? 

가만 보면 이 지명을 갖다 붙인 사람들이 더 엽기적인 것 같다 

왜? 아예 엽기적인 그녀 길이라고 하지 

 

정선 고냉지 채소밭, 타임캡슐 공원

 

정선 타임캡슐 공원이라,,,

전지현 차태현이 주연을 맡았던 엽기적인 그녀라는 영화가 대단하긴 했나 보다 

소나무 두 그루, 가운데 모셔놓고 엽기 소나무라고 하더니 

소나무 아래 캡슐을 묻었다 해서 타임캡슐 공원이라는 이름까지 붙었으니,,,

 

정선 고냉지 채소밭, 타임캡슐 공원
정선 타임캡슐 공원, 행복 휴게소

 

정선 타임캡슐 공원, 행복 휴게소

 

정선 타임캡슐 공원, 행복 휴게소

 

영월 동강 산지당 촌것은 아예 복면까지 뒤집어쓰고 있으니 사진을 촬영하든 말든 내 알바는 아니고 

북평 아저씨가 카메라 들이대면 신경 좀 쓰이겠네 

일단 막걸리를 꺼내 들었으니 다음은 두부 김치가 필수 

이 외딴 고원지대 휴게소에서도 잔치국수와 두부김치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좀 신기했음

 

정선 타임캡슐 공원 행복 휴게소 메뉴판

 

정선 타임캡슐 공원에서 내려오며 바라본 정선 함백리의 산맥

 

정선 타임캡슐 공원에서 내려오며 바라본 정선 함백리의 산맥

 

고랭지 채소밭으로 오르는 시멘트 포장도로

 

여기서 바라보니 함백리 마을과 예미역에서 자미원 역으로 올라가는 철도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정선 함백리 마을 

머.... 볼 것도 없는 마을이지만, 아니.... 볼 것이 없는 마을이 아니라 놀이거리가 없는 마을이다 

아니 아니..... 볼 것도 없는 마을..... 그것이 바로 우리의 볼거리였다

하지만 이 마을에도 볼거리는 있었다 

녹슨 함백선 철도에서부터 적막 속에 휩싸인 함백역, 아직도 검은 석탄에 그을려 있는 두위봉

탄광마을, 안경다리 폐광마을, 철로변에 서너 채씩 외따로 떨어져 있는 80년대 탄광 판잣집 등....

이렇게 볼거리가 있는데도 사람들은 여름휴가철만 되면 산으로 바다로 계곡으로만 몰려가고

이곳은 아무도 찾지 않을 때가 많다 

 

적막속에 휩쌓인 함백역 -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함백은 한때 정선군 석탄산업 1번지라 불렸다  

 그렇지만 같은 정선군의 탄광촌이었던 사북과 고한처럼 아직도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간혹 몇몇 여행객들이 함백에 들어오기는 하지만 함백역만 돌아보고는 서둘러 도망치듯 내뺀다 

사람들은 함백을 아무 볼거리가 없는 그냥 폐광촌 마을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한때 석탄산업으로 번성했던 함백은 1960대부터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러던 것이 1990년 대 석탄 사양화로 인하여 탄광들이 줄줄이 폐광하기 시작했다 

거기다 함백에 하나 있는 함백역 마저 폐역이 됨으로써 사람들의 기억에서조차 점차로 잊혀 갔다 

 

이곳은 국내 철도 역사 가장 급경사를 이룬다는 예미역 - 자미원역 간 태백선 철도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기차는 산 허리를 타고 해발 700m, 자미원역까지 급경사 길을 타고 엉금엉금 기어간다 

해발 700m 자미원역에서 또 급경사길을 내려가는데

이때 차창 밖으로 산 아래쪽을 내려다보면 현기증이 일어나곤 했다 

왜냐하면 설악산 케이블카를 타는 것처럼 공중에 붕 떠서 가는 느낌이 들었으니까...

 

함백역 앞, 도로 표지판

 

함백역은 1957년 함백탄광 광업소와 함께 두위봉 자락에 산속도시가 크게 형성되자 세워진 역이었다 

그리고는 이 함백역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늘 북적였다 

하지만 그 풍요로움도 36년 만에 막을 내려야 했다 

 

93년, 함백탄광의 모든 광업소들이 문을 닫게 되자 함백역도 제 기능을 잃고 휘청 거렸고 

그리고 2천여 명이 넘던 광원들과 그의 가족들은 이 산속도시를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그 후, 하루 서너 차례 씩 다니던 여객열차마저 끊어졌다 

 

역사가 세워진 지 49년째 되던 2006년 10월 31일,

허름한 함백선의 함백역은 낡아서 위험하다는 이유로 쥐도 새도 모르게 철거되고 말았다 

물론 마을 주민들도 함백역이 철거되는 줄 몰랐다고 한다 

 

그렇게 철거된 지 2년 만인 2008년 11월,

함백역은 마을 사람들의 힘겨운 노력으로 다시 원상태로 복원되었다 

그리고는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기록사랑 제1호인 함백역으로 기록되었다 

 

해발 688m 고지에 있는 역, 자미원 역

 

자미원 역은 해발 688m 고지에 있는 태백선 철도 역사다 

몇 해전까지만 해도 제천을 출발한 태백선 무궁화호 열차나 정선선 열차가 정차했다

그리고 승객을 내려주고 태우고 갔던 역사였는데 이제 자미원 역은 신호장 역할만 하는 역사가 되었다 

 

고요속에 잠겨 있는 해발 688m 자미원 역

 

자미원 역에서 벌어곡 역으로 내려가는 길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