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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 이야기

설 명절, 시간 정지된 전라도 시골 5일장 고흥 도화 장날(발포 해수욕장)

by 비단왕 2024. 3. 14.

11월 23일 목요일 아침 

숙소인 녹동 주공 아파트에서 벌떡 일어나 또 길을 나섰습니다 

고흥군 최남단 바닷가 시장, 고흥 도화시장으로,,,

 

오늘도 걷는다 마는 정처 없는 이 발길 ~

지나온 자국마다 눈물 고였다 ~~ 

선창가 고동 소리 옛 닐이 그리워도 ~ 

나그네 흐를 길은 한이 없어라 ~ 

 

누구의 노래더라? 

비단 왕 가는 곳이 목적지가 없으니 정처 없는 발길이 맞기는 한데

지나온 자국마다 눈물 고였다는 말은 또 뭔 말인가? 

그리고 또 선창가 고동소리에 옛님이 그립다,,라는 말은? 

 

그렇다면 이 사람은 분명 녀자한테 차였거나 

아니면 이루지 못한 사랑을 비관하여 정처 없는 길을 떠난 사람? 

비단 왕도 정처 없는 길을 떠난 것은 맞지만 지나온 자국마다 눈물 고인 곳은 없는데,,,

그것이 이 노래를 부른 사람과 비단 왕의 차이점이라면 차이점이랄까? 

 

지나온 자국마다 이판 사판 공사판,,

그렇다면 비단 왕은 막가파? 

맞습니다 

비단 왕은 완전 막가파죠 

그렇다면 오늘도 막가파의 막가는 이야기를 슬슬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날은 11월 23일 목요일, 고흥 5일장 도화 장날 

그런데 워찌 된 일인지 시장에 사람 하나 안 보이네요 

분명 맞는데,,

고흥 도화 장날은 끝자리가 3일, 8일이니까 바로 오늘이 장날 맞아요 

내가 잘못 찾아왔나? 

눈을 비비며 앞을 보고 뒤를 보고 옆을 보아도 틀림없는데,,,

 

고흥 5일장 도화 장날 

장터를 보니 분명 장터가 맞기는 맞는데요 

워매~~~ 뭐 요런 요상시런 장터가 다 있당가? 

현수막을 보니,,, 추석 명절 준비는 먹거리가 풍부한 전통시장과 함께!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는데요 

아니,, 지금 겨울로 가는 초입인데 이게 도대체 뭔 말? 

아하~~ 추석 명절에는 장이 섰다는 얘긴가보다 

그렇다면 고흥 도화장은 설 명절 때도 장이 선다? 

여기서 비단 폴아 묵으려면 설 명절 때 다시 와야겠네 ㅋ

 

기왕 왔으니 고흥 도화 장터나 한 바퀴 돌아보고 가야겠네요 

이렇게 장터가 버젓이 존재하고 있었는데요 

왜? 찾는 사람 하나 없을까요? 

아하~~~ 면사무소 앞에 농협 하나로 마트를 비롯,

대형 마트가 두세 개 정도 우후죽순으로 들어섰던데요

아마 그런 영향 때문에 그런가 봅니다  

그렇다면 이 동네서 비단 폴아 묵기는 물 건너갔다는 얘기?  

 

마치 70년 대를 연상하게 하는 고흥 도화 장터 거리

고흥군에는 5일장이 서는 장터가 참 많은데요 

그중 가장 큰 장터는 고흥 읍내에 있는 고흥 장날, 그리고 녹동 수산시장에서 서는 녹동 장날 

그 외, 동강 장날, 과역 장날, 나로도 봉래 장날, 대서 장날, 도화 장날 등이 있습니다 

그중 대서 장날과 도화 장날은 추석 명절이나 설 명절 때 와야 할까 봅니다 

 

70년 대에서 시간이 정지된 고흥 도화 장터
70년 대에서 시간이 정지된 고흥 도화 장터
늦가을 햇살에 콩이 잘 말라가는 고흥 도화 장터
70년 대에서 시간이 정지된 고흥 도화 장터
70년 대에서 시간이 정지된 고흥 도화 장터

고흥 도화 장터 뒷골목은 이렇게 옛날 선술 집 비슷한 건물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데요 

마치 그 모습들은 비단 왕 사는 동네, 충청도의 70년대 시장 골목 풍경을 떠올리게 하네요 

 

시간이 막 가다가 70년 대에서 딱 멈춘 듯,,,

시간조차 흐르지 않는 뒷골목의 선술집....

그래도 예전엔 선술집과 주 선생들이 끊이지 않고 흥청 거리던 시절이 있었겠죠?

 

돈 없는 사람들이 어쩌다 돈 생기면 드나들던 곳

주머니에 돈은 좀 있지만 아직 외로운 사람들도 드나들었던 곳

 

홍도야~~ 울지 마라~ 

옵빠가 있다아~~~

아내의 나갈 길을 너는 지켜라~~~

 

한 잔 술에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는데... 

아무리 목청을 돋우며 노래 불러도

홍도의 사랑은 결코 흐르지 않았던가?

 

이제 세월이 한참 흐른 후, 

어느 낯선 마을, 전라도 고흥 도화 장터 뒷골목에 들어서니 

그때 우리 동네 충청도 시장서 보았던 주점의 주모들이

아줌씨였던가? 할망이었던가 

 

이제 그만 떠나자! 

주머니에 예쁜 꽃 비암 한 마리 집어넣고,,,

렛스 고우~~~ 

테레비 넥타이를 목에다 걸고 

짚신 신~~~ 고 다니는 멋쟁이여 ~~

유리 없는 안경에다 사팔뜨기에 

돼지 같은 목소리로 노래 부르자 랄랄라 ~~~ 

막걸리도 한 잔, 소주도 한 잔~~

 

이 순간 어디선가 돌아 하나 날아왔었지 

아이고 아야~~ 

어떤 넘이여?

 

도화 장터에서 나로도로 향하면서 바라본 도화면 발포해변

 다도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바닷가 언덕!

그곳엔 오줌방울 떨어지는 소리 들으며 잠시 희열에 잠기는 어느 여행객 하나가 있었다

 

나 여기 희열에 잠겼노라!

오줌방울 떨어지는 소리 들으며

연거푸 가죽 피리가 울리더니

허연 백수가 마늘 밭에 낙하하는구나!

.

당신은 바다

나는 마늘 

백수가 낙하하면

당신의 물방울 세례에

나의 잎새는 촉촉이 젖어 옵니다

 

가을 햇살 눈부신 어느 날!

당신의 물방울 소리는  

저 수평선 너머에서도 내 귓가에 들려옵니다

 

나는 당신의 즐거운 노래나 슬픈 노래나

하나도 빠짐없이 다 듣고 있습니다

 

그러다 부르르 몸을 털면

물방울 소리 멈추고

당신은 한 번도 뒤돌아 보지 않은 채

저 수평선 너머로 그냥 가버리십니다 그려!

 

그러다 햇살 따뜻한 봄날이 오면 

또 올 줄 알아요

 

나는 밤이나 낮이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닷바람을 맞으며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오줌방울! 나는 마늘밭!

 

도화 장터에서 나로도로 향하면서 들려본 도화면 발포 해수욕장
녹동 주공 아파트로 향하면서 바라본 거금대교 저녁 놀
녹동 주공 아파트로 향하면서 바라본 거금대교 저녁 놀

비가 오려나~~ 눈이 오려나~~ 억수 장마 지려나~~~

하루 종일 비가 오락가락하는 바닷가의 늦가을 

결국 먹구름이 해를 먹어치우고 말았네요 

 

포스팅을 마치고 뭔가 하나 빠진 것 같아 동영상을 하나 만들어 봤습니다 

배경음악은 곽성삼 님의 "귀향"이란 곡인데요 

요즘 음악 사이트마다 이 곡이 많이 뜨더라고요 

곽성삼 님은 80년 대 언더그라운드 포크 가수로서

경기도 용인의 어느 시골 마을에서 살았었는데요 

소식 끊긴 지 10여 년이 지나니 지금은 어느 하늘 아래 살고 있는지 알 수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