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트에 사용된 사진들은 2008년 12월에 촬영된 사진들임을 알려드립니다
태안 몽산포 해수욕장은 무척 넓고 광활한 해수욕장이다
몽산포에서 청포대 해수욕장으로 바로 이어지기 때문에 더욱더 광활해 보인다
지금이야 어떨지 모르지만 2008년에는 이렇게 한산했다
여기 해수욕장에서는 맛조개가 무척 많이 난다
아마 모르면 몰라도 맛조개가 지천에 널려 있다는 소문이 퍼져
요즘은 몽산포 해수욕장 맛조개가 씨가 마르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다
아산 아저씨가 몽산포 해변을 걷다가 무엇인가 발견했나 보다
가던 걸음 멈추고 무엇인가 열심히 들여다본다
이리 와보라고 ,, 맛조개 엄청 많이 있다고 하기에 가까이 가봤더니,,,
할매가 어디서 잡아왔는지 큰 다라에 맛조개가 가득했다
할머니는 백사장에서 잡아온 맛조개를 팔고 있었는데 큰 비닐봉지에 한가득 만 원이었다
"아오~~ 몽산포 해수욕장, 맛조개 참 많이 잡히네요"
이렇게 이야기했더니 맛조개 할머니는
"요즘은 맛조개 없시유~~ 하루 종일 돌아다녔는데 이것밖에 못캤시유~~
이제 맛조개도 씨가 말랐나 봐유"
ㅎㅎ 이것 밖에?
이것 밖에가 이렇게 많아?
아마 맛조개 잡이 할머니는 잘 잡힌다고 이야기하면 우리가 발 벗고 들어가 다 잡을 줄 알았나 보다
여하튼 만 원어치가 이렇게 까만 비닐봉지로 한 가득이다
어떻게 먹냐고 물었더니 회로 먹어도 좋고 살짝 데쳐 먹어도 좋다고 한다
그리고는 하는 말이 맛 좋고 영양 많은 맛조개 많이 드시라는 말만 거듭한다
"맛 좋고 영양 많은 맛조개 많이 드셔유~~~"
우리가 맛조개 한 봉지 사는 것을 본 아가씨들도 맛조개 한 봉지 샀다
호젓한 겨울 바다를 거닐던 아가씨들이었다
그러더니 또 다른 겨울 해변의 연인들이 맛조개 할머니한테 오고 있었다
여하튼 이 맛조개 잡이 할머니, 사람도 없는 한적한 몽산포 해변에서 재미가 솔솔 했나 보다
그나저나 이 맛조개를 어디로 가서 먹나?
몽산포항 수산시장에 가서 살짝 데쳐 달라고 해 볼까?
아산 아저씨는 몽산포 해수욕장에서 산 맛조개를 들고 몽산포항 수산시장으로 갔다
수산시장 치고는 아주 자그마한 수산시장이다
몽산포 수산시장을 한 바퀴 돌다가 여기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여기로 들어가 볼꺼나?
배에서 직접 잡아다 판다는 운봉호 횟집이었다
운봉호 횟집에 들어갔더니 이 아줌
어디서 이렇게 많이 잡아왔냐고 묻는다
"잡은 게 아니고요, 해수욕장에서 맛조개 파는 할머니한테 샀어요!"
이렇게 이야기했더니 맛조개를 물에 벅벅 씻어서 일일이 살을 발라내 몇 번을 닦아서 내준다
그 량이 어떻게 많은지 우리는 먹다 먹다 남아서
반은 여기다 남겨두고 나왔다
그리고는 몽산포항 방파제로 향했다
몽산포 방파제는 그렇게 하루 해가 저물어 가고 있었다
몽산포항 방파제 거의 끝부분에 았을 무렵
저 방파제 끝에 무엇인가 심상치 않은 거울 하나가 보였다
가까이 가 보니 "당신의 양심을 버리시겠습니까?"
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는 양심의 거울이
몽산포항 방파제의 가장 끝 부분에 세워져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게 왜? 도대체? 여기에 세워져 있을까?
양심의 거울이라면 인구가 밀집된 도시의 쓰레기 무단투기 현장 같은
골목길에 세워져 있는 것이 일반적인 통례인데
이곳은 거울에서 보다시피 사람 하나 없는 아주 한적한 곳에 세워져 있다
나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사방을 한 바퀴 둘러보았지만
주위에는 방파제서 낚시하는 낚시꾼들 두 세명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일단 사진부터 한 장 박고 뒤를 돌아보았으나, 몽산포항 방파제는
역시 오가는 사람 하나 보이지 않았고 항구에 정박 중인 어선들만이 고요 속에 흔들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저 문구는 누구를 두고 하는 말일까?
이곳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이 헝클어진 옷을 단정하게 고쳐 입고
정갈한 몸과 마음으로 고해성사하라는 의미에서 저 거울을 세워 놓은 것은 아닐 것이고...
횟집에서 회 한 접시 먹고 이빨 속에 고춧가루가 끼었는지 들여다보라고 세워 놓은 것은
더욱더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이렇게 고요적막하고 한적한 곳에 저런 거울을 왜 세워 놓았을까?
우리 동네 쓰레기 투기지역에도 저와 비슷한 거울이 세워져 있는데
저 거울 하나 설치하려고 해도 70만 원이 넘는 만만치 않는 돈이 들어간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곳도 쓰레기 상습투기 현장?
하지만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쓰레기를 투기할 만한 사람들은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도 이 거울을 들여다볼 사람이 없다면 나라도 한 번 들여다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나도 이 양심의 거울을 들여다보며 과연 나는 다른 사람들의 허물을
당당하게 지적할 할 수 있을 정도로 떳떳한 사람인가를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다
하지만 나도 양심의 거울 앞에선 떳떳지 못한 부분들이 많았다
물건 팔아먹을 때 믿지 지도 않으면서 믿지고 준다는 이야기도 했었고
물건 한 번 팔아서 조금 남았는데도 본전에 준 것이라고 선심 쓰는 척했었으며
손해 보지도 않으면서 그렇게 팔면 손해 본다고 했었고
물건 살까 말까 망설이는 사람에게 물건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도 여기 있는 것이 다라고 했으며...
그리고 특히 길거리에 담배꽁초도 틱틱... 몇 번 내 던졌던 사실이 있었던 사람이기에
나도 이 양심의 거울 앞에서 고해성사를 하자면
이곳에 쓰레기 투기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할지라도 고발할 자격이 미달되는 사람이다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어느 계층을 가릴 것 없이 믿음과 신의가 무너저가고 있다
입만 벌리면 민주주의를 내세우고 국민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인다는 일부 정치인들도
상황에 따라서는 민주주의 이념과 국민의 목소리를 저 버리기 일쑤다
자신의 가슴 깊은 곳에서 울려져 나오는 자신의 목소리가 아닌 어느 정치인이나
특정 연예인들이 내뱉었던 말이나 행동들을 하나의 정화도 없이
그대로 쏟아내고 있는 일부의 언론들도 이런 불신을 키우는데 한몫하고 있다
사실 말이 나온 김에 하는 이야기지만 저 양심의 거울을 이곳에다 세워 놓을 것이 아니라
그동안 정치인들과 유착하여 뇌물을 주고받았던 사람들의 사무실이나
상습 부동산투기로 불로소득을 올렸던 사람들의 사무실...
그리고 특히 농사도 짓지 않는 땅을 농사짓는 땅으로 허위 신고하여 쌀 직불금을 부당 수령했던
고위 공직자의 사무실에 세워 놓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곳에 쓰레기를 무단 투기할 만한 사람들은 일백 명중에 한 명...?
아니... 이삼 백 명 중에 한 명 정도 될까 말까 할지도 모른다
한데 농림수산부 자료에 위하면 이번에 쌀 직불금을 부당수령해 간 사람들로
의심이 될만한 사람들은 모두 9천 명 가까이 되었고
그중 고위 공직자들도 50명 이상이나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에 쌀 직불금을 신청했다가 쌀 직불금 부당 수령문제가 불거지자
쌀 직불금 수령 최소 신청을 한 사람들만 해도 4천여 명 가까이 된다고 한다
때문에 이곳에 양심의 거울을 세우기 전에 그들의 사무실에 먼저 세워놓는 것이 순서가 맞지 않을까?
그들 모두 양심의 거울 앞에서 우선적으로 고해성사를 해야 할 사람들이기에,,,
돌아 나오는 길에 방파제 아래쪽을 보니 방파제 아랫부분에서는
두 명의 낚시꾼들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바로 옆에는 이런 경고 문구가 세워져 있었다
어린 물고기들을 잡지 말라는,,,
그리고 위 사항을 위반 시에는 수산자원 보호령에 의거
500만 원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도 있다는 ,,
그리고 그 옆에는 낚시 어선의 안전 운항을 위한 준수사항 표시판도 세워져 있었다
낚시어선 업자 및 선원은 음주상태에서 낚시어선을 조종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또 이런 경고문도 세워져 있었다
이곳에 불법으로 폐기물을 투기하거나 소각할 경우 폐기물 관리법에 위한 규정에 위하여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가만히 보니 방파제 끝에 세워진 양심의 거울이 이 문제 때문에 세워진 것 같았다
그런데 이곳에 폐기물을 투기할 사람들은 드문드문 들어오는 여행객들밖에 없지 않은가?
여행객들이 이곳에서 술 마시고 찌개 끓여 먹고 그리고는 남는 쓰레기들을 얼마나 버려 댔으면
저런 양심의 거울을 저곳에다 세워 놓았을까?
저 CCTV는 시가가 얼마나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요소요소마다 설치된
대개의 디지털 방식 CC TV는 한대당 600~700백만 원 정도를 홋가 한다고 한다
그런데 저 CC TV도 쓰레기 무단투기를 감시하는 장소에 설치하기 이전에
좀 전에 이야기했던 부정행위 현장에 먼저 설치를 하는 것이 올 바른 순서가 아닐까?
좀 전에 이야기했던 부정행위를 했던 사람들의 집과 사무실 부근에,,,
저 녀석들 사진 좀 박아 보려고
"야! 너네들 여기 좀 봐바!"
하고 몇 번씩 이야기를 했는데도 저 녀석들은 들은 척도 안 하고
저렇게 시큰둥하게 딴 곳만 치다보고 있었다.
저 녀석들에게는 어떤 말을 해도 말귀의 봄바람이고 소귀에 경읽기였다
여하튼 저 녀석들도 눈만 뜨면 매일같이 마주 보는 인간들이 지들 눈에는 시답지 않게 보였던 모양이다
하지만 저 녀석들이 일백 년... 아니... 일천 년 이상을 산다 해도
위장술에 능수능란한 인간들의 속은 한 치 앞도 들여다보지 못할 것이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청명한 하늘과 마냥 평화롭게만 보이는 황혼빛 노을의 바다
그 어느 곳에도 검은 기름이 유출되었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은 작년의 절반 수준에도 훨씬 미치지 못했었다고 한다
태안의 다른 지역에 비하여 기름이 많이 흘러들지는 않았다고는 하지만
저 바다 위에 떠 있는 저녁놀의 어선들처럼 이곳의 주민들도 침묵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다
12월의 차디찬 황혼빛이 눈부시게 작렬하고 있는 겨울바다 몽산포
빠른 속도로 밀려드는 밀물은 부둣가를 강타하며 온종일 철썩거리고
아귀들은 머리를 풀어헤친 체 허공에 매달려 황혼빛에 벌겋게 달아오르고 있다
다른 물고기들에 비해 입이 유난히 큰 아귀!
옛날 각설이 타령을 들어보면 먹는 귀신은 아귀라고 했다
한 발 달린 딱귀이 ~
두 발 달린 까마귀이 ~
세 발 달린 동노귀이 ~
네 발 달린 당나귀이 ~
먹는 귀신은 아귀라 ~
엿장수 각설이 타령의 가사에서도 나오 듯이 저 아귀는 자신의 몸통보다도 입이 더 크다
식성도 얼마나 좋은지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포식하는 물고기로 알려진 생선들이다
이제 그 생선들은 태안의 몽산포 항구에서 저녁 바람에 촉촉이 잘 마르고 있다
몽산포항은 태안 읍내에서는 20분 안쪽으로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지만
천안에서는 자동차로 2시간 30분 이상 달려와야 하는 거리다
지금은 홍성과 태안을 연결시켜 주는 서산 AB지구 방조제가 들어서고
서해안 고속도로에 자동차 전용도로까지 들어서 있어 쉽게 올 수 있지만
서산 AB방조제가 완공되기 전인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태안의 모든 길은 읍내만 빼놓고는 거의 비포장 길이었다
당시는 버스도 하루 두세 번 정도 다녔었는데 모두 비포장 길이였으므로
몽산포항 부근의 낡은 목조 슬레이트 집들은 버스 한 대만 지나가도
흙먼지에 지붕이 온통 뿌옇게 변하곤 했었다
몽산포항은 태안읍에서 안면도로 가는 길목의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으며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자동차로 오려면 흙먼지를 뽀얗게 뒤집어쓰며 들어와야 했었던 곳이다
당시엔 몽산포 해수욕장에도 모텔이나 여관이 없었으며 여관식 민박집도 없었던 시절이었다
그때 나는 태안시장에서 일을 마치고 안면읍시장으로 갈 때 간혹 한 번씩 들렸었던 곳이기도 하다
당시는 몽산포 항구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배기에는 마른 멸치나 새우 같은 것들도 지천으로 널려 있었는데
어부들이 말리다가 마을 언덕에 흘리고 간 멸치나 새우 같은 것들도 상당히 많았었다
마을 언덕을 잠깐만 돌아다니며 주워보면 금세 한 주먹이 되곤 했었다
그리고 구멍가게로 가서 두꺼비 그림이 그려져 있는 소주 한 병 사다가
그놈으로 안주해 먹으면 안주는 남아 돌아가고 소주는 항상 모자라곤 했었다
마른 멸치 안주해서 두꺼비표 소주 마시고 바라보던 당시의 항구 풍경들은
왜 그리 고즈넉하고 평화롭게 보였던지 나는 지금도 그때의 기억들을 잊지 못한다
마른 멸치와 마른 새우 한주먹 주워 먹으며 바라보던 몽산포항!
남자들이 새우나 멸치 같은 것을 잡아 올 때쯤이면 선착장은 마을 아낙들로 북새통을 이루었고
온 동네 아낙들은 물을 길어와 멸치나 까나리 같은 것을 솥에다 집어넣고 자글 자글 끓였다
그리고는 그것으로 멸치 액젓이나 까나리 액젓을 만들곤 했었다
그래서 늘 다시 오고 싶은 그런 항구의 기억으로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몽산포항 나지막한 언덕배기에 듬성듬성 자리 잡은 어촌 마을
그곳에는 집집마다 사람의 인기척이 없다
바람에 어선의 깃발이 펄럭이는 소리와
이따금 끼룩거리는 갈매기들의 소리뿐
사람의 소리라곤 전혀 들리지 않는다
모두 어디로 마실을 갔던지 아니면 그물을 손질하고 있나?
몽산포항 부둣가에는 집 앞마당마다 그물이 널려 있고
그물을 손질하는 사람들은 한마디 말이 없다
할 말을 잃은 태안의 어민은 묵묵히 그물을 손질하고 있었으며
귀가 시간을 잃어버린 마을 개는 그림자 길게 끌고 침묵 속에 앉아 있다
항구의 부둣가에는 황혼이 내려앉고 있었으며
어선의 깃발들이 저녁 바람에 펄럭이는 소리가 무심히 들려온다
이제는 통통배 소리도 들리지 않고 갈매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항구는 그렇게 고요히 저물어가고 있었으며 이따금 철썩거리는 파도에 어선들이 흔들리고 있었다
밀물이 노도처럼 밀려오는 태안 몽산포 선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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