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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풍경, 07~17년 이야기

생선장수 할매와 막걸리 수다! 광양 5일장 진상 장날 갈치 장수 할매

by 비단왕 2024. 5. 30.

이 포스트에 사용된 사진들은 2007년 5월에 촬영된 사진들임을 알려드립니다 

 

광양시 진상면 섬거리 철도 건널목 - 07년 5월 13일 촬영

 

광양은 삼진강을 사이에 두고 경상남도 하동군과 마주 보고 있다 

전라남도의 도청 소재지인 광주에서도 아주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이곳이 전라도인지 경상도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

 

이 건널목은 광주에서 마산 간, 남해선 철도가 지나는 길목이며 

건널목 왼쪽으로는 광양, 순천, 벌교, 보성을 지나 광주로 갈 수 있고 

오른쪽으로는 하동, 진주, 가야를 거쳐 마산으로 갈 수 있다 

그리고 건널목 건너편은 광양시 진상면 섬거리 장터다 

이날은 5월 13일, 장이 서고 있었다 

광양시 5일장 진상면 섬거리 장날은 끝자리가 3일, 8일이다 

 

진상역은 바로 이 건널목 왼쪽으로 약 200m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예전에는 광양, 순천, 하동 쪽에서 오는 상인들이 진상역에 내려

장보따리를 둘러메고 드나들었던 역이었다나? 

 

5월 12일 저녁 진상면 청암리의 농부네 텃밭 도서관에 잠시 들렸다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 보니 바로 그날이 광양시 5일 장 진상 섬거리 장날이었다 

이리하여 같이 텃밭 도서관에서 하룰 같이 보냈던 마빡 형님 차에 타고 진상 섬거리 장터에 왔다 

농부네 텃밭 도서관은 걸어서도 1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인데 

마빡 해임이 안내하겠다는데 마다할 수 있으랴? 

그리하여 마빡 해임 차에 올라타고 진상 섬거리 장터로 이랴 ~~~

 

광양시 5일장 진상면 섬거리 장날  - 07년 5월 13일 촬영

 

이곳은 진상 섬거리 장터 들어가는 초입 

장터 입구에는 신발 노점이 떡하니 진을 치고 있었다 

지금은 정오기 되어가는 시간이라 웬만한 장터 같으면 한참 북적거릴 시간이다 

그런데 한산한 것을 보니 이 장터도 점점 쇠락을 길로 접어들고 있는 듯,,,

 

그래도 어쩔 것이여? 

장보따리를 펼친 이상 자리는 지키고 있어야지 

그러다 재수 좋으면 막판에 단체 신발 몇 켤레 걸릴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보통 상인들은 물건 하나 팔리지 않는 날에는 불안, 초조, 긴장까지 되는데 

진상 섬거리에 장을 펼친 상인들은 물건 하나 팔리지 않아도 표정들은 그저 여유롭기만 하다 

팔려도 그만 안 팔려도 그만,,, 여유를 부린다 

마치 장터의 상인들은 장사를 무슨 놀이 삼아 나와 있는 듯 모두 여유로워 보였다 

그렇지 일을 놀이 삼아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돈을 많이 벌든 적게 벌든 

인생의 반절 정도는 이미 성공한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신발 노점 옆으로는 과일노점이 있었는데 사정은 마찬가지 

그래도 이 자리는 섬거리 장터 요지라고 할 수 있는 자리다 

그러나 장터는 마냥 한산하기만 하니 오늘 재수가 아주 좋지 않은 이상 재미 보기는 글러먹은 것 같다 

그래도 아짐들은 장을 펴놓고 이리저리 마실 다니고 있는 것을 보니 펼쳐놓은 장에 미련은 없어 보였다 

 

광양시 5일장 진상면 섬거리 장날  - 07년 5월 13일 촬영

 

여기는 과일장사 바로 옆 야채 노점, 

주인은 어디로 휑하니 마실을 가고 지나가는 객 하나가 점잖게 자리를 지켜 주고 있었다 

 

여기는 야채 전과 어물전이 있는 진상 섬거리 장터다 

갈치, 동태, 꼬막, 바지락, 새우, 낙지, 주꾸미, 가자미 등,, 그래도 웬만한 구색은 다 갖추어져 있었다 

진상면 섬거리 장터 상인들은 광양시나 순천 쪽에서 보다 경남 하동 쪽에서 오늘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지리상으로 볼 때도 진상면은 광양시나 순천시 보다 경남 하동이 훨씬 가깝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광양시나 봉강면, 서면 사람들은 버스를 타고 순천장을 보러 다녔고 

옥곡면, 진상면, 진월면, 다압면 사람들은 나룻배를 타거나 

버스를 타고 섬진강 다리를 건너 하동장을 주로 보러 다녔다고 한다 

옛날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왔던 이런 장 나들이 관습 때문에 하동 쪽에서 가까운 생활권인 

옥곡면, 진상면, 진월면, 다압면 사람들은 말의 억양도 다른 전라도 사람들과 사뭇 다르다 

여기 사람들의 억양은 전라도의 돌돌 말아 올리는 특유의 전라도 말씨보다 

오히려 경상도의 억센 발음에 좀 더 가깝다 

 

안으로 좀 더 깊숙이 들어가 보니 이번에는 파란 바탕에 빨간 꽃이 그려져 있는 몸뺴옷 장수를 비롯, 

야채, 생선장수들 몇몇이 몰려 있었으나 장구경 나온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주택가 좁은 골목 좌우에 좌판을 펼쳐놓고

장사꾼들이 올망졸망 모여 앉아 이야기판을 벌이고 있었다 

이 정도면 이건 장이라고 할 것도 없이 그저 놀이 삼아 나온 것이 맞지만 

그래도 진상 섬거리 장터는 오랜 옛날부터 보부상으로 잔뼈기 굵은 장꾼이 대부분이다 

 

여기는  섬거 장터의 맨 끝부분에 있는 장터, 

마당에는 마을 사람들이 널어놓은 빨래들과 장꾼들이 좌판이 한데 아우러져 

마치 70년 대의 시골마을 골목 풍경을 보는 듯하다 

 

섬거 장날은 신발 노점 하나와 과일 노점 두어 개, 그리고 야채 노점 서너 개 정도고 

나머지는 모두 어물전이나 생선 장사들이 대부분이다 

저 끝에 자리 잡은 생선장수 할매는 백주 대낮부터 막걸리 서너 병 사다 놓고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진상 섬거 장터 주변은 집집마다 빨랫줄에 빨래집게로 생선을 물어놓고 말리고 있었다 

남해바다가 지척에 있기 때문에 그런지 별의별 생선들이 마당에 마구잡이로 걸려 있었다 

저렇게 널어놓고 반찬이 없을 때마다 하나하나 떼어서 고추장이나 간장을 발라 먹는 것이 아닐까?

 

여기는 진상 섬거리 장터의 맨 끝부분,,

헐 ~ 그런데 이게 웬 일? 

생선장수 할매가 좌판을 벌여놓고 막걸리를 마시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 수상해서 기웃기웃거리고 있는데 이 할매, 막걸리잔을 건네주며 같이 한잔 하자고 한다 

옳거니 잘됐다 

그러잖아도 오늘 농부네 텃밭 도서관에서 하루 더 있기로 했는데 이런 때 안 마시면 안제 마시나? 

그래서 그 할매가 따라주는 막걸리 기꺼이 받아 마셨다 

그리고는 섬거리 장터 생선 장수 할매와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니 어느새 알딸딸,,,

물건은 팔아 놓은 거 하나 없는데 막걸리만 퍼마시고 있으면 될까? 싶어 할매에게 뭐라 했다 

 

"손님 없다고 이렇게 막걸리만 마시고 있으면 워쩐다요? 

그래도 소리라도 냅다 질러서 손님이라도 불려야 되지 않겠심니껴?" 

 

"내두 옛날엔 장바닥에서 내 목청 따라갈 사람이 없었제 

옛날 장바닥에서 내가 했던 거 한번 보여줄까?" 

그러더니 이 할매, 팔을 걷어 부치며 좌판에서 동태 두어 마리 덥석 집어 들고 외치기 시작한다 

 

"자아! 골라~~ 골라아~~ 날이면 날마다 오는 명태 아이오! 싱싱한 명택 오천 원에 세 마리! 

자아~~ 사이소! 사이소! 명태 사이소~~~" 

"할매요! 생선 그리 파는 거 아니요! 내 팔아 볼 테니 좀 앉아 계셔 보이소!" 

그리고는 그중 가장 크고 긴 갈치 한 마리 덕석 집어 들었다 

 

막걸리도 거나하게 얻어 마셨으니 이제 막걸리 값을 좀 해야 되겠다 싶어 

생선 파는 것좀 거들어 주기로 작적, 갈치 한 마리 집어 들고 외치기 시작했다 

 

"이거이 뭐시냐? 갈치여 갈치! 팔딱 팔다~악 뛰면서 눈을 떴다 ~ 감았다~ 하는 갈치!

워따 쓰느냐?  일천 원짜리 시내버스를 타고 다리가 후들 ~ 후들 ~ 떨리시는 분!

한 마리 갔다 잡숴봐!  즉빵 나 부려!

글구 오줌이 맥칼 없이 두 갈래 세 갈래 갈라져서 나오시는 분!

한 마리 같다 잡숴! 그러면 끝장 나부려! "

 

이렇게 막걸리 몇 잔 마신 김에 갈치 한 마리 들고 떠들어 주었더니만 이번에는 이 생선 장수 할매가

왕년에 실력을 발휘하여 한번 해본다고 명태 두어 마리 들고 또 흔들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어떤 삼십 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아짐이 오더니

갈치 만 원어치 달라고 해서 세 마리 팔아 묵고, 또 지나가는 아즈매 하나가 명태 오천 원어치 달라고 해서

명태 세 마리 팔아묵으니 그래도 졸지에 만 오천 원어치는 팔아먹은 거 아이가?

 

"할매요! 오늘 을매나 팔았소!"

"지금까지 이만 원 팔았따"

 

"그럼 지금 팔은 것 빼면 오천 원어치 밖에 못 팔은 것 아이요?"

" 그러머 됐지 을매나 더 팔아묵노?"

 

지금 점심시간이 다 되어 가는디 오천 원 팔아가지고 되겠소?"

" 그래도 오늘은 장시 잘 된 거 아이가? 다른 날 같으면 날 샐 때까지 꽁치고 있을 때도 있고마"

 

"오늘은 좀 많이 팔아 가이소"

이런 이야기를 두서없이 주고받고 있을 때 어디론가 슬그머니 내뺐던 마빡해임이 나타났다

 

막걸리 서너 병 갖다 놓고 두어 병은 게눈 감추듯 퍼마셨으니 기분은 알딸딸,,,

이번에는 생선장수 영감까지 나타나서 마빡해임, 영감, 할매, 나 ,, 이렇게 넷이서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비단장수 꼬막 오천 원, 명태 오천 원어치 도합 만 원 팔아 주었으니 

이제 할매는 만 원 팔아 놓고 있는 상태였다 

 

막걸리 사발이 오고 가기를 몇 차례, 

백주 대낮부터 콧잔뎅이와 얼굴이 벌게진 할매가 왕년의 무용담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내가 옛날에는 물건을 한 보따리 머리에 지고 하동장, 진상장, 옥곡장을 돌아다니다 봉께

내 머리빡이 다 이렇게 된 것 아이가?"

그러면서 머리를 보여 주었는데 머리 가운데에는 머리털이 다 빠져 있었다

 

"아니, 도대체 뭘 얼마나 지고 다녔기에 머리가 요로케 다 빠져 부렸다요?"

"옛날에는 장꾼들 모두가 머리에다 짐을 지고 다녔던 보부상들 아이가? 

내가 40년을 넘게 물건을 한 보따리씩 머리에 지고 광양바닥 장이란 장은 죄다 돌아다녔제"

 

"그럼 왕년에는 돈 좀 벌으셨겠고만"

"글제 글제, 옛날엔 장바닥에 장만 펼치면 한 나절도 안 돼서 물건 몽땅 팔아 버렸제"

 

"그럼 자녀분들은 이미 다 자리 잡았을 텐데 장사 고만 하셔도 되시것네"

"내가 이 장사해서 애들 대학까지 다 보냈다는 것 아이가?"

 

"근디 아제는 워디서 왔노?"

" 난 충청도 천안에서 왔심더"

 

" 하고 매~ 멀리서도 오셨네!. 그래 이 먼데까지 워쩐 일로 왔소?"

" 요 앞 진상면 청암리 마을에 볼일이 좀 있어서 왔슈. 가끔 한 번씩 오는 곳이쥬"

 

"그럼 다음에 올 때는 사람 좀 많이 달고 나오소!"

" 알슈! 다음에 올 때는 청암리 사람들 죄다 달고 나오쥬 뭐"

 

그러고는 할매와 영감 그리고 나 셋이서 또 막걸리 한 병 따서 퍼 마시기 시작했다

이 사진은 마빡해임이 찍은 사진인데 내가 두어 장 서리해 왔다

마빡해임이 저작권법 위반이라고 뭐라 뭐라 하면, 나는 초상권 침해라고 맞받아야 되것제? 

 

여기도 진상면 섬거리 장터인데 옛날에는 이곳까지 장꾼들이 장사진을 쳤었고 

또 이곳은 왕년에 주막집으로도 유명했던 곳이라고 한다 

저기 저 빨랫줄에 걸린 생선 한 마리면 막걸리 서녀병은 충분히 먹을 수 있겠고만,,,

 

아따! 그 할매 근력도 엄청 좋구마! 

이번에는 마빡이 해임하고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으니,,,

생선은 팔리거나 말거나 신경 쓸 것 없이 백주대낮부터 막걸리를 퍼마시고 있으니 

아무리 힘 팔팔 할매하고 해도 파장시간 가까워지면 남은 생선 흐물흐물 해지는 거 아잉가 물것네 

 

여기 어물전은 좀 전 막걸리 할매 옆에서 장사하고 있는 핢매인데 

저 할매도 40년 이상 머리에 짐을 이고 다니는 보부상을 했다나? 

그런데 자손들이 아무리 장사 그만두고 앞으로 좀 편히 살라고 심심 당부를 해도 소용이 없다고 한다.

40여 년 이상 하던 일인데, 또 그만 두면 죽을 날만 하루하루 손꼽아 기다리는 것보다는 

그래도 뭔가 이렇게 소일거리를 찾아서 한 다는 것이 건강한 삶이 아닐까? 

 

만약 이런 일을 하고 있는 노인들을 자신의 체면이 손상된다는 이유로 20층 아파트에

가만히 모셔놓고 있으면 이 노인들은 그때부터는 이미 산 목숨이 아니라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다

아무리 아파트에서 잘 모신다고 해도 이 노인들에게는 감옥이나 마찬 가지고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죽을 때까 갇혀 살아야 하는 무기수로 전락하고 만다

그러니까 부모들이 하던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한다면, 하실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자식 된 도리로서 그 어떤 효도 보다 더 큰 효도가 아닐까? 

 

이제 비단장수와 마빡해임은 진상 섬거리 장터에서 막걸리 몇 사람 퍼마시고 

청암리 텃밭 도서관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기차를 타고 여기서 왼쪽으로 약 10여 분 정도 가면 하동읍이고 

오른쪽으로 약 20여 분 정도 가면 광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