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군 고덕면이 고향이라는 녹동 아저씨
고흥에 내려가 있는 녹동 아저씨가 간혹 아산 집에 오는 날이면 슬그머니 예산 고덕시장으로 향한다
"어디 가는 거여?"
"자동차 바퀴 굴러가는 대로,,,"
이렇게 말하고 가다 보니 어느새 예산 고덕 장터,,,
고덕 장터는 녹동 아저씨에게는 고향이지만 비단왕에게는 추억이 많은 장터이다
마을이 온통 질퍽였던 갯벌 마을, 고덕,,,
그때는 왜 그리 그 시장에 마음이 끌렸던지 도사의 주문에 걸려든 강시처럼
그 시장을 시적시적 다니곤 했다
아주 전형적인 시골 장터,
가면 많이 팔지도 못하지만 삽교천 물줄기가 휘돌아 가는 마을이 왜 그리 맘에 끌렸는지,,,
하지만 녹동 아저씨에게는
검은 갯벌 질퍽이고 돌방게떼 넘나들던 곳
내 고향 오막살이가 황혼 빛에 물들어 간다
어머니는 방게장 담아 밥상 위에 올려놓고
광주리 머리에 이고 삽교장을 걸어가신다
그리워라~~ 그리워라~~~
검은 갯벌~~~ 질퍽이던 그곳
아아아아~~
저 멀리서 어머니가 날 기다리신다
쌀은 없어도 살 수 있지만 장화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었다는 예산 고덕 갯벌길,,,
그곳 오막살이서 광주리 머리에 이고 삽교장을 오가며 4남매를 키우셨다는 어머니는
어느 날 갑자기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시고 그것이 늘 마음 한편에 응어리진 녹동 아저씨는
너도 나도 모르는 사이 고덕 장터로 슬그머니 향하는 버릇이 생겼다
삽교는 고덕 옆 동네
이날도 고덕에서 삽교로 들어와 보니 오잉? 삽교역은 어디갔노?
내가 잘 못 왔나?
앞에 청기와로 된 삽교역이 분명 있어야 할 텐데 도대체 어디로 갔지?
아무리 두리번거리며 앞뒤 좌우 둘러봐도 여기가 맞는데 앞은 그냥 뻥~~ 뚫려 있다
앞에 역전 정육점이 있는 것으로 봐서 여기가 분명한데,,,?
그렇다면 삽교역은 하늘로 사라졌나? 땅으로 꺼졌나?
오호라!
역 앞에 공인중개사 사무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걸로 봐서
충남 도청 청사가 이리로 이전했고만 ,,
따라서 삽교역도 퇴출된 듯,,,
이곳은 삽교역에서 서산 가야산,, 그리고 덕숭산 수덕사로 가는 길목
예전에는 그랬지
인적 없는 수덕사에 ~~ 밤은 깊은데 ~~
흐느끼는 여승의 외로운 그림자 ~~
각설하고 2절
산 길 백리 수덕사에 밤은 깊은데 ~~~
덕숭산 수덕사가 산길 백 리라니?
백리면 40Km ,, 예산 읍내서 덕숭산 수덕사까지 30Km도 채 안 되는데 산 길 백 리?
여기 삽교역에서 수덕사까지는 15Km도 안 되는 거리에 있다
이곳은 산길이 아니라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드넓은 내포평야,, 들판길이다
그런데도 산길 백 리라고 한다
아마 당시의 사람들은 네비가 없던 시절이었으니 작은 산 하나만 봐도 백 리라고 했었나 보다
1930년,
덕숭산 수덕사로 출가하기 위해 가방을 든 웬 여인 하나가 삽교역에서 내렸어
그리곤 산길 백 리?
아니 아니,,, 들판길 30리를 걸어 수덕사로 갔다지?
당시 수덕사에는 만공 스님이 조실로 있었고 수덕사 능인선원에서 후학을 지도하고 있었어
만공 스님은 경허의 큰 제자로 덕숭산 수덕사로,,
두 번째 제자 한암 스님은 오대산 월정사로 ,,,
세 번째 제자 수월 스님은 어디로 갔는지 잘 모르겠지만
늘 스승 경허의 주변을 맴돌던 사람들이었지
삽교역에서 내려 비장한 각오로 들판길을 따라 수덕사로 올라간 김일엽은
같은 일본 유학파 학생과 불 같은 사랑 끝에 사랑의 불씨가 푹 꺼졌어
그리고는 기진맥진,,,
산에 올라가 중이 되겠다는 결심을 한 거지
원래는 독실한 기독교 집안이지만 나이가 들면서 기독교에 대한 회의도 점점 커져만 갔다지?
가세도 기울어 어머니는 일을 나가야 했고 어린 동생들도 보살펴야 했고 ,,
평양에서 목사의 딸로 태어난 김일엽은 이게 다 기독교 때문이야~~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던 거지
일엽이 출가 수행자가 되던 해는 1933년 38세 되던 해,,,
요즘 38세라면 새 출발을 해도 될 나이지만 당시 38세는 할머니 소리를 듣던 나이였어
여하튼 늦은 나이에 출가했던 거지
휘황한 경성 거리에서 저만큼 덕숭산에 떨어져 나가 있으면
눈으로 보이던 것
귀로 듣던 것
입으로 말하던 것
죄다 푹 꺼진 채로 재 한 무덤
이걸 간파한 만공스님도 결국 일엽을 출가 제자로 받아 주게 되었어
그 후 또 삽교역에서 내린 사람 하나 더 있었지
그는 다름 아닌 한국 미술의 선구자로 불리던 이응로 화백
수덕사 일주문 옆 수덕여관을 구입해서 미술 활동을 했다는 ,,,
그 후에는 삽교역에서 내렸던 또 하나의 여성이 있었어
바로 김일엽의 절친한 친구 나혜석
당시 나혜석도 열렬한 사랑 끝에 결혼,
후에; 이혼당하고 아이들마저 못 보게 하였다지?
그래서 나혜석도 후배화가 이응로가 운영하는 수덕여관에 5년 간 머물며 머리를 깎고자 했지만
만공스님으로부터 중이 될 제목이 아니다 하여 단호히 거절당했어
당시 김일엽과 나혜석은 1896년 생 동갑이었지
이때 일엽스님은 아들이 하나 있었고 나혜석은 아이가 둘이었다고 하더군
일엽스님이 절에 머무는 동안 일엽의 아들이 찾아왔으나 일엽은 끝내 아들을 만나지 않았다는 거야
그때 일엽의 아들을 위로해 준 여인은 다름 아닌 수덕여관에 머물던 나혜석이었다고 하더군
하지만 나혜석은 5년간 생활하던 수덕여관을 떠나
여기저기 떠돌다가 무연고자 병동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소문이 돌았지
그리고 일엽스님의 아들은 10여 년 전 다시 수덕사를 찾았어
그 아들도 중이 되어 있었지
"일당"이란 법명을 가진,,,
이렇게 삽교역(수덕사 역)은 당시 사연 많은 당대의 사람들이 오갔던 역이었어
지금 현재 삽교역은 완전히 철거되어 흔적조차 없는 거야
장항선 역사였던 삽교역은 위치를 다른 곳으로 옮겨 화물만 취급하는 화물전용 역사가 되었다는데,,,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찾아본 결과 삽교역(수덕사역)은 화물 역사 옆으로 이전했더군
여기서 삽교역(수덕사역) 인물 현대사 이야기를 계속하자니
녹동 아저씨의 입장으로 봤을 땐 부르조아들의 배 부른 말장난에 불과 ,,
밥이나 먹고자 삽교 곱창 거리를 찾았지
그런데 앗! 이게 웬일?
오늘이 삽교 장날인 줄 알고 왔는데 아니라는 구만
이날은 18일, 고덕 장날이기도 한데 옆 동네 삽교도 장날?
비단왕이 날짜를 잘 못 본거야
헐~~~ 완전 낭패!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예산역으로 지나가다 보니 오잉? 이건 또 뭐야?
예산 역전 장이 서고 있었어
햐~~~ 고덕 장날하고 예산 역전 장날이 같은 날이라니?
꿩 대신 닭이라고 예산 역전장에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어
인구도 그다지 많지 않은 예산 읍내에 큰 장이 두 개씩이나 있었어
하나는 예산 상설시장 장날이고 또 하나는 역전장,,,
둘 다 규모가 상당 큰 장터지
예산 오일장 역전 장날 계란빵, 어묵 장수
옳지! 저기서 어묵이나 먹고 갈거나?
길을 가다가 이런 곳에서 주전부리하고 가는 것도 재미가 솔솔 하지
오고 가는 현찰 속에 밝아지는 우리 사회 ,, 예산 오일장 역전 장날
여기서 녹동 아저씨는 어묵 두 개
그리고 비단왕은 어묵 세 개를 먹었지
따끈하고 시원한 어묵 국물과 함께 ,,,
예산 읍내 장날은 끝자리가 0일, 5일
예산 역전 장은 끝자리가 3일, 8일,,
그러고 보니 예산은 장이 이틀 만에 한 번씩 서는 꼴이다
예산 오일장 역전장은 소소한 먹거리가 참 많은 편이다
이렇게 포장마차 먹거리가 도로 끝에서 끝까지 길게 늘어서 있으니,,,
이날 예산 오일장 역정 장날에 나온 수산물 중 가장 많이 나온 것은 꽃게였다
작년 가을 ,, 꽃게가 너무 많이 잡혀 처치곤란이라고 했을 정도 ,,
여기서도 살아 있는 암꽃게가 1만 원에 다섯 마리라고 했던가?
여하튼 내 기억에는 그렇다
도로 한복판에서 장이 서는 예산 오일장 역전 장날
예전에는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다 시킨다 해서
꼴뚜기는 늘 생선 축에도 못 들었다
그런데 요즘은 귀하디 귀한 몸이 되었으니 ,,,
고흥 녹동 시장에서는 일만 원어치는 안 팔 때도 있다
그러고 보니 꽁치 참 오랜만에 보네
식당에 들어가면 기본 반찬으로 꼬박 나오던 꽁치 구이
구경한 지 10년은 되는 것 같다
요건 생태
요즘 국내에 유통되는 명태는 거의 다 러시아산
하지만 국내에는 러시아산 생태가 없다
그렇다면 요 생태의 정체는?
예산 역전시장에서 곰치 구경하기는 이번이 처음
곰치는 물곰, 또는 물메기라고도 불리는데 원래는 동해, 삼척 등지에서 많이 잡혔던 생선이다
그런데 요즘은 충남 서해에도 자주 출몰한다
곰치가 많이 잡힐 때는 태안 안흥항이 부산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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