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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풍경, 07~17년 이야기

대천항 수산시장, 대천해수욕장 펜션서 만난 꽁지머리와 대머리 영감

by 비단왕 2024. 5. 9.

아산 외암 민속마을 주차장 - 2008년 4월 촬영

 

오늘은 비단와이 사람들의 뒷모습을 촬영한 사진들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똑같은 사람이 같은 장소 같은 곳에 있어도 앞모습과 뒷모습은 전혀 다르게 보입니다

 

그 예를 들어 저 위에 앉아 있는 사람의 얼굴 표정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그냥 언듯 보기만 해도 무엇인가 잔뜩 꾸며내고 있는 듯한 표정을 볼 수 있을 겁니다

멋지게 보이려고 허세 좀 부리고 있는 듯한 표정....

쓸쓸하지도 않고 외롭지도 않고 걱정 근심도 없는듯한 통속적인 표정.....

 

아산 외암 민속마을 주차장 - 2008년 4월 촬영

 

하지만 저 섶다리 개울가에 쪼그려 앉아 있는 뒷모습을 보십시오 

저 뒷모습만 봐도 지금 현재 저 사람의 현재 상태가 어떤지 한눈에 보이는 것 같지 않나요? 

 

앞모습의 가면 뒤에 숨어있는 얼굴을 꿰뚫어 보긴 힘들어도 

뒷모습만 보면 저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진면목이 보이는 듯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비단왕이 사람들의 앞모습에 감추어진 참모습 들을 여기에 올려봅니다

 

평택시 송탄동 국제시장 난전

 

6월 12일 오후, 평택 송탄 미군부대 앞 로데오거리에서 이불난전을 펼치고 있는

붉은 전갈이라는 별명을 가진 친구네 가게에 들렀더니

그날은 이른 저녁부터 가게문을 닫고 있었습니다  

 

평시 같았으면 밤 10시나 되어야 셧터문을 내리는데 이날은 일찌감치 문을 닫기에,

뭔 일이 있냐고 물었더니 다짜고짜 삼단매트 공장을 하고 있는 꽁지머리와 함께

대천해수욕장에 가자고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하여 붉은 전갈, 꽁지머리, 비단왕, 이렇게 셋이 붉은 전갈의 차에 올라타고

서해고속도를 따라 엉겁결에 이곳 대천해수욕장까지 오고 말았습니다

 

대천항 수산시장에 들러 일단 간단하게 먹거리 해산물들을 조금 샀죠 

그리고 대천 해수욕장 펜션으로 갔습니다 

 

대천해수욕장 팬션

 

그날 대천해수욕장에 도착하니 이렇게 멋진 펜션 두 개를 붉은 전갈의 누이가 잡아 놓았는데

그곳에는 전갈의 누이와 매형, 전갈의 어머니, 그리고 송탄 신장동 육교아래서 이불장사를 하고 있는

영감님 부부가 먼저 와서 계셨었죠 

일명 깐깐한 대머리영감님 

 

그러니까 붉은 전갈의 어머니께서 갑자기 대천해수욕장에 가고 싶다고 하기에

이렇게 한바탕 난리법석을 떨었던 것이었습니다

 

평택 송탄 국제시장 이불난전에서 담요를 들고 서 있는 붉은 전갈  

 붉은 전갈은 가게문을 열자마자 소주 한 병 마시고 장사를 시작하기 때문에

얼굴색이 아침부터 늘 붉은색채를 띠고 있죠.

그때 목청을 높이면서 " 골라야 ~ 골라야 ~ 막 골라 ~ 자아 ~ 싸다 싸 ~ 신경질 나게 싼 거 ~ 막 골라 ~"

하면서 소리를 질러 대면 그 모습이 꼭 독이 오른 붉은 전갈의 모습과 흡사합니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붉은 전갈이었죠

 

얼마 전 "미군부대 앞 오빠로 통하는 이불난전 아저씨"라는 제목의 글을

비단왕의 블로그에 올린 적이 있었는데요 

붉은 전갈이 찾아와서 대뜸 이런 댓글을 달아 놓고 갔더군요 

 

  •  
  • 김기영 김기영 jamjarett@hanmail.net Y
  • 2008.05.27 16:20
  • |
  • 답글
  • |
  • 삭제

나붉은전갈 안헐려 하양독수리로 바꺼줘잉.......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따라서 한 번 붉은 전갈도 영원한 붉은 전갈...
그나저나 인터넷 tv 팟에 떠 부렸으니 얼골 팔려서 워쩐다? 

 

******************************************************

 

붉은 전갈이 외국인 아가씨에게 물건 파는 모습을 2분짜리 동영상으로 만들어 봤는데요 

너무 오래돼서 그런지 사라져 버렸네요 

그래서 문자로 대신해 보겠습니다 

 

필리핀 아가씨 1 : 아저씨! 왜  나 찍어요?

붉은 전갈 : 예뻐서...

 

필리핀 아가씨 1 : 안 돼요오 ~

붉은 전갈 : S.B.S 여!

 

필리핀 아가씨 2 : S.B.S 야?

비단왕 : S.B.S가 아니라 S.B.C 여!

 

필리핀 아가씨 2 : 하하하... 언제 나와요?

비단왕 : 에스 비 씨는 잘 안 나오는데...

 

필리핀 아가씨 1, 2 : 하하하하,,,

 

그런 붉은 전갈도 어머니가 어디 가고 싶다고 하면 아무리 바빠도 불평 한마디 않고

따라나서는 요즘 보기 드문 효자중의 효자입니다

 

대천 해수욕장 팬션

 

 전날밤 저곳에서 새벽 2시까지 고스톱을 쳤었죠.

붉은 전갈의 어머니와 영감님 부부는 건넌방으로 건너가시고 대머리영감님, 꽁지머리, 붉은 전갈,

전갈형님, 비단왕, 이렇게 다섯이 박 터지게 피박을 싸워가며 고스톱을 치고 있었습니다

 

이불파는 대머리 영감님 - 강릉 단오제 때

 

 대머리영감님은 올해 연세가 팔순을 넘기셨지만 아직 힘은 젊은 사람 못지않죠.

그리고 꽁지머리는 머리를 길러 가지고 뒤로 묽고 다니는데

지금 송탄에서 삼단 매트 공장을 하고 있습니다

 

대머리영감님은 아직도 힘은 장사인 데다 성질마저 무척 급하기 때문에

패를 들고 조금만 장고를 해도 날벼락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꽁지머리는 아주 느긋해서 실실 웃기만 하는 성격이고요 

 

이렇게 각자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패를 돌리며 화투판을 벌이고 있었으니

고스톱판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어 버렸죠

 

 

평상시에는 화기애애하고 우애가 좋은 동지들이지만 일단 화투판에만 뛰어들면 적으로 간주 

눈에 불똥이 튀면서 서로가 적이 되는 겁니다.

그리고 어떻게든 적들의 호주머니를 많이 털어 와야만 정신건강이 아주 좋아지고

또 경제생활도 윤택해지는 거죠 

 

패가 돌아가고 비단왕이 어떻게 올방구로 고돌이를 한 것 같은데

비단왕은 고돌이를 했다는 사실도 모르고 계속 돌아가려고 했었죠.

근데 성질이 무척 급한 대머리영감님이 천둥처럼 소리를 질렀습니

 

"고 할겨? 워떡할겨?"

"뭔 말씸이십네까?"

 

"하... 참... 이거 답답해서 원... 지금 고돌이 났잖어!"

"고래요오? 그럼 끝까지 돌아야죠.

제 사전에 스톱은 없습니다!

화투장이 없어질 때까지 고우~!"  

 

그리고는 패가 한 번 돌아갔는데 대머리 영감께서 

따닥따닥 ~ 화투장을 내려치더니 뭔가 났다고 하더군요. 

뭐가 났냐고 물어봤더니 쿠사가 났다나요.

그래서 완전히 꽁지머리 피박까지 비단왕이 죄다 물어 줬죠

 

나는 고스톱을 잘 치지는 못하지만 짝을 맞춰 주워 오는 것 하고,

중간에 "스톱"이라는 상황 없이 화투장이 없어질 때까지 밀어붙이는 불도저 스타일입니다.

왜냐하면 내는 내 화투패를 보기에 바빠 옆사람 패를 볼 여유가 없기 때문이죠

 

그러다 재수 좋으면 똥 세장 들고 흔들고 쓰리고에 피박, 광박에다

청단, 홍단, 고돌이까지 하여 적들의 주머니를 완전히 털어 버리는 겁니다. 

하지만 저 날은 막무가내로 "고우~" 하다가 완전히 처참하게 절단난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판부터는 꽁지머리가 끗발을 올리는가 싶더니 계속 긁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비단왕은 치는 둥 마는 둥 뒤로 물러가고 꽁지머리와 대머리 영감,

그리고 붉은 전갈의 혈투가 밤새도록 이어지고 있었죠  

 

꽁지머리와 대머리영감, 그리고 붉은전갈의 한판승부

 

 1라운드가 끝나고 다시 제2라운드가 시작되었는데 

2라운드부터는 붉은 전갈의 형님께서도 참전하더군요

 

게임 초반부터는 붉은 전갈이 청단, 홍단, 광 등을 팔아 불로소득을 올리고 있을 때

대머리 영감님과 꽁지머리는 부지런히 껍데기만 주워서 어렵게 3점 소득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붉은 전갈, 꽁지머리도 물러설 수 없는 한판승부인지라 똥 세장 흔들고 피박 씌우기 전법으로 맞섰지만

이미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대머리영감님에게 판돈이 슬슬 흘러들기 시작하고 있었죠

 

우리가 산과 바다로 여행을 다니면서 먹고살만해지기 시작했던 1990년대부터

전국의 피서지나 유원지, 또는 초상집, 잔칫집 등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고스톱은

지금 현재에 이르러 사람들의 짭짤한 소득원이 되고 있습니다

 

일쾅, 삼쾅, 팔쾅, 비광을 비롯한 오광과 홍단, 청단, 고돌이,

쿠사같은 화투장으로 무장하여 세 장 흔들고 적진에 깊숙이 뛰어들죠.

그리고는 고돌이 쓰리고에 피박으로 적들의 호주머니를 털어낸 다음

신의 기분을 흡족하게 하고 또한 짭짤한 부수입도 얻습니다

 

화투장에는 다섯 가지의 광인 오쾅이 있으며 청단, 홍단, 고돌이 쿠사도 있지만

좀 더 무서운 것은 쓰리고에 피박 당하면 순식간에 패가망신을 당하는 경우도 있죠

 그런데 고스톱을 치는 사람들이 마음을 비우면 끗발이 좋아진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나 국회, 법원, 기타 공공 기관,

그리고 천주교, 기독교, 불교의 지도자들은 그 말을 절대로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진정 자신들이 마음을 비웠다면 주머니까지 다 비워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런데도 저 사람들은 고스톱을 치면서 마음을 비워야 끗발이 좋아진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있었지만 남의 주머니를 털어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는데 혈안이 되었네요 

 

새벽 2시까지 혈전을 벌인 끝에 결국은 꽁지머리의 승리로 고스톱은 끝나고 말았습니다.

꽁지머리가 2만 원 수입을 올리고 대머리영감님은 5천 원 잃었죠.

그리고 내는 1만 5천 원을 털렸습니다 

붉은 전갈은 본전치기,,

 그리고는 각자 베개 하나씩 들고 잠자리에 들었죠 

 

대천 해수욕장 펜션

 

 다음날 아침 가장 먼저 잠자리에 들었던 붉은 전갈과 전갈의 어머니가 일어나 마주 앉았습니다

저 어머니가 갑자기 대천해수욕장에 가고 싶다고 하셔서 온 가족과 꽁지머리,

그리고 비단왕까지 엉겁결에 이곳까지 따라오게 된 거죠

 

이판사판 공사판 같은 고스톱판은 깨끗이 치워져 있었고

붉은 전갈과 전갈의 어머니는 토마토를 잘라서 설탕에 발라먹고 있네요 

 

대천 해수욕장 펜션

 

 전갈의 누이는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고 어제 끗발을 날렸던 꽁지머리는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느긋하게 신문을 뒤적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대머리영감님 하고 바닷가 백사장으로 향했죠.

백사장에서 또 한 판 부터 보려고 그러는지,,,

 

대천 해수욕장 펜션

 

펜션에서 내려다본 대천해수욕장

 

대천 해수욕장

 

대천 해수욕장

 

바다를 바라보며 나란히 앉아 있는 꽁지머리와 대머리영감님

 나는 백사장에서 또 한 판 박 터지게 고스톱판을 벌이고 있는 줄 알고 따라왔더니만

왜 저러고 앉아 있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습니다.

꽁지머리나 대머리영감님, 둘 다 저러고 앉아 있을 타입이 전혀 아닌데,,,

 

꽁지머리는 물건 값이 3십5만 5천100원이라면 100원짜리까지 다 받아 가는 아주 지독한 사람이고

저기 대머리 영감님은 성질이 워낙 급해 가지고 한 자리에 진뜩하게 앉아 있는 스타일도 아닐뿐더러

욱 하는 성격 때문에 벼락 치는 소리도 가끔 잘하는 영감님이시죠

 그런 사람들이 저렇게 나란히 앉아서 먼바다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니 

갑자기 내가 뭘 잘못 봤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가만 보니 뭔가 지난날을 반성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었습니다 

 꽁지머리는 내가 그동안 사람들에게 너무 야박하게 굴었나...? 이런 생각을 하며 앉아 있는 것 같았고

대머리 영감님은 내 급한 성미 때문에 나한테 욕먹은 사람들도 많은데 앞으로는 그러지 말아야지...

이제 내 나이 80을 넘었는데,,, 하면서 반성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거 있죠? 

 

꽁지머리와 대머리영감님의 앞모습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인간 본래의 외롭고 고독한 모습을 보여 주는 것 같아 마음 한 구석이 짠해지기도 하네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고독한 곳이 청와대라고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거대한 기업들을 돌리는 재벌들이라고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저들은 마치 고심하는 전 전두환 대통령과

모 재벌의 뒷모습을 보는 듯하기도 하네요 

 

아무리 많은 재산과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혼자 있을 때 돌아 앉으면 저런 뒷모습이 되겠죠?

 하지만 저 사람들 본인은 아마 죽을 때까지 자신의 뒷모습은 볼 수가 없을 겁니다.

저런 모습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은 제삼자 들이겠죠. 

왠지 저런 뒷모습을 보면 저 사람들의 앞모습에 가려져 있는 

고독했던 과거를 어깨너머로 살짝 들여다보는 것 같습니다 

 

허세로 치장한 앞모습에서 보다는 아무런 표정도 없는 뒷모습에서 쓸쓸함은 더 잘 보이죠 

현재 나의 뒷모습은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 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