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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풍경, 07~17년 이야기

책 한권 들고 떠난 묵호여행! 묵호항 수산시장 산오징어, 묵호 중앙시장 어시장

by 비단왕 2024. 4. 27.

어느 날 갑자기 삭제시켰던 포스팅을 다시 살려봤네요 

이 포스팅은 어느 카페에서 스크랩해 갔는데요

스크랩 날짜를 보니 2015년 9월 18이었습니다 

내가 작성했던 글 다시 가져오려니 그것도 쉽지 않더군요 

그 카페서 재 스크랩을 금지시켰기 때문이죠 

그래서 글을 쓰고 등록하는 순간 그건 이미 내 것이 아닙니다 

대부분 글을 가져간 사람들이 오른쪽 마우스 터치를 금지시키기 때문이죠 

자! 그러면 2010년 중반경에 썼던 글을 다시 써보겠습니다 

 

2000년 대 초,,, 어느 서점에서 '묵호를 아는가"라는 소설책 한 권을 산 적이 있었습니다 

그 책은 강릉 출신의 소설가 심상대씨가 쓴 책이었는데 묵호의 80년대 서민들의 자화상을

아주 리얼하고도 적나라하게 서술한 책이었습니다 

 

당시 두어차례 보고서 책꽂이의 한쪽 구석에 꼽아 놓았는데

비 오는 날 책꽂이 정리를 하면서 그 책을 또 한 번 우연히 접하게 되었습니다  

 

묵호를 아는가?

소설 제목이면서도 심상대 씨가 묻고 있는 말이기도 했었습니다 

 

묵호항 수산시장 앞, 묵호 중앙시장

 

90년대 중 후반 무렵은 비단왕도 묵호시장을 수없이 들락 거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심상대씨가 묻고 있는 '묵호를 아는가'에 대한 대답을

정확하게 할 정도로 나는 묵호를 알고 있지는 못했다

 

당시 묵호... 하면 삼척시 북평과 명주군 묵호가 합쳐서 하나의 큰 도시가 형성되었다는 것과

또 때를 맞추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뱃사람들이 묵호항을 중심으로 모여들어

오징어 배를 탔다는거... 대충 이런 정도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심상대씨가 말하는 '묵호를 아는가'라는 소설은 단순히 80년대가 저물어 가던 해에

묵호에서 살았던 서민들의 생활상을 신문, 잡지처럼 통속하게 서술한 것이 아니고 

바다를 운명적으로 받아들이고 살았던 젊은이들의 상처와 고뇌하는 모습을 아주 리얼하게 그려냈다  

이제 나는 그 책에서 이야기한 묵호시장과 묵호항을 다시 한번 찾아갔다

 

동해역 - 강원도 동해시

 

동해역은 묵호와 북평이 하나로 묽여 동해시가 되기 전까지는 삼척시 북평역이었다

이제 북평역에서 동해역으로 이름이 바뀐 지도 어언 25년 세월의 동해역...

 

역이나 항구의 하역장마다 시멘트분진과 석탄분진이 풀풀 날렸던 동해는 이제 대규모 어시장이 들어서 

수산물을 싼 가격에 사려고 몰려드는 사람들로 매일같이 북적이고 있었다

 

어시장이 자리 잡고 있는 묵호역은 이곳 동해역에서 약 3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묵호역에서 하차하면 거리가 많이 짧아진다

 

영동선 무궁화호 열차는 동해역에서 묵호역을 지나 옥계역까지는

바닷길을 따라 달리다가 옥계역에서 잠시 넓은 들판길로 접어든다.

그리고 다시 정동진역에서 에메랄드빛 푸른 동해바다와 만나 바닷길을 따라 강릉역까지 간다

 

동해역을 출발하여 묵호역으로 향하면서 바라 본 동해시의 어촌마을

 

동해역을 벗어나자 철길은 또 어느덧 어촌마을과 바닷길을 끼고 달리고 있었다

바다가 한눈에내려다 보이는 묵호의 어촌마을은 산비탈마다 작은 텃밭들이 있어

그물을 손질하던 사람들이 텃밭을 일구기도 한다

 

영동선 무궁화호 열차에서 바라본 묵호항과 묵호시내

 

 강릉행 무궁화호 기차가 묵호역으로 서서히 진입하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쌍용양회 건물과 묵호항이었다.

쌍용양회는 묵호역에서부터 묵호항까지 길게 이어져 있는데

사진 정중앙에 둥그렇게 솟아오른 건물이 쌍용양회 건물이다

 

묵호역으로 서서히 진입하고 있는 강릉행 무궁화호 열차

 

 묵호항은 한때 동해안 제1의 무역항으로 불려지기도 했었다.

석탄산업이 한창 호황을 누리고 있을 80년에 말에서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묵호항은 무역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었다

 

때문에 묵호는 전국에서 많은 뱃사람들이 몰려들기도 했었다

남자들은 오징어잡이 배를 타기도 하고 항구에서 석탄과 시멘트를 나르기도 했다

 그리고 여자들은 어시장에서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오징어의 배를 갈랐다

묵호항은 그렇게 밤늦은 시간까지 사람들의 웅성거림으로 흥청 거렸다

 이제 떠날 수 있는 사람들은 서둘러 묵호를 떠났고 남아 있는 사람들 일부는

아직도 항구의 가파른 산 언덕 양철 지붕, 슬레이트지붕의 집에서 올망졸망 모여 살고 있다

 

저 항구 산꼭대기 마을 등대 앞에는 이런 시비가 세워져 있었다

 

바람 앞에 내어준 삶

아비와 남편 삼킨 바람은

 

다시 묵호 언덕으로 불어와

꾸들 꾸들 오징어, 명태를 말리다

남은 이들을 살려 낸다

 

그들에게 바람은

삶이며 죽음이며

 

더 나은 삶을 꿈꾸는

간절한 바람이다

 

- 이상 묵호 등대 '바람의 언덕'이라는 시비에 쓰여 있는 글 

 

지금도 저 항구의 산꼭대기 마을에는 남편과 아들을 바다에 잃어버리고

억척스러운 생명력으로 바다와 더불어 홀로 살아가는 할머니들도 있다 

 

강릉행 무궁화호 기차에서 내려다 본 묵호시내 골목풍경

 

 소설가 심상대 씨는 80~90년대의 묵호를 가리켜 '술과 바람의 도시' 

또는 '한잔의 소주와도 같은 바다'라고 했다 

이는 묵호 앞바다를 고향으로 둔 젊은이들이 그 소주 같은 바다를 떠나

인간의 바다인 대도시로 갔다가 상처만 받고 돌아온 데서 비롯된 말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그 상처받은 영혼들은 귀향을 해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고향에 발 붙여 머물지 못한다

그들이 찾는 해답은 고향 묵호의 소주 같은 바다에는 이미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온갖 욕망과 애욕과 이기심이 들끊는 인간의 바다인 다른 대도시에서도 발을 붙이지 못하고

또 고향에 돌아와서도 발을 붙이지 못하는 영혼들...

그 정체성을 잃고 고뇌하는 영혼들을 리얼하고 적나라하게 그려 놓은 책이

바로 심상대 씨의 소설 '묵호를 아는가'였다

 

묵호역으로 들어서면서 바라 본 묵호항 방파제

 

 심상대 씨는 자신의 소설 '묵호를 아는가'에서

항구에서 방황하는 젊은 영혼들에게 다독거리며 이렇게 말한다

  

"애야! 떠나거라! 어서 떠나거라! 애야! 바다에는 아무것도 없단다. 자아 어서 인간의 바다로 떠나거라. 

인간의 바다에는 먼가 가 있다. 그러니 애야! 삶 들끓는 인간의 바다로 어서 떠나라"

 

바다에는 아무것도 없다며 항구에서 방황하는 젊은 영혼들에게 다독 거리며 알려 주었건만

그 영혼은 다시 '인간의 바다'를 찾으려 고향인 묵호로 돌아온다

하지만 고향에서도 발을 붙이지 못하고 방황은 계속된다

 

소설가 심상대 씨의 말과 같이 묵호 앞바다는 참 맑았다

온통 진한 쪽빛 색깔을 띠고 있었다

그리고 25도짜리 소주처럼 독했다

바람이 불면 파도가 무섭게 일렁이고 이방인 아닌 이방인을 향해 세차게 달려든다

 

그러나 바다는 고뇌하는 영혼들을 또 한 번 들뜨게 만든다. 

한 쪽빛 색깔을 띠고 있는 항구는 먼바다로 출항한 남정네를 기다리는

끈끈한 아낙의 모습, 바로 그것이었다

상처받은 영혼을 다독이며 언제까지나 품속 깊숙이 품어줄 것만 같은....

 

그런 환영 때문에 인간의 바다로 나갔던 사람들이 간혹 고향 바다로 돌아오기도 한다

하지만 항구는 언제까지나 그들을 따뜻하게 품어 주지는 않는다. 

물결이 잔잔할 때는 품에 안고 다독여 주기도 하지만 

파도가 한 번 거세게 일면 모든 것을 순식간에 집어삼켜 버리기도 한다

 

묵호역

 

 동해역을 출발하면서 줄곧 차창밖으로 펼쳐지는 바다만 바라보고 있는 사이 기차는 어느덧 묵호역에 도착했다. 

묵호역에서 묵호항 어시장까지는 천천히 걸어서 가도 15분 정도면 충분히 갈 수 있다

나는 이제 심상대 씨 소설의 주 무대인 묵호항, 어시장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묵호항 수산물시장 앞 건어물 거리

 

 묵호역에서 약 12~3분 정도 걸어오니 묵호 어시장 앞 어물전 거리가 보였다.

많이 낯익은 모습들이다

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나는 이 시장 바닥을 누비고 돌아다닌 적이 있었다

항구 앞  묵호시장 거리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것 없이 그 모습 그대로였다

 

묵호 어시장 앞 - 강원도 동해시 묵호동

 

 묵호항으로 들어가기 전 시장 입구에서 잠시 서성이고 있는데 시장 골목 쪽에서는

오징어가 바닷바람에 잘 마르고 있었고 항구 쪽에서는 생선 비린 내가 솔솔 풍겨왔다

 

묵호항 오징어잡이 어선들

 

 묵호 중앙시장 앞에서 4층짜리 수협건물을 타고 들어오니

묵호항에는 수많은 오징어 배가 항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오징어잡이 배로 치자면 당연 강릉의 주문진항을 떠올리곤 하는데

묵호항에도 오징어 배가 주문진만큼이나 많았다

 

따라서 묵호항은 주문진항과 함께 동해에서 가장 많은 오징어잡이 배들이 들락거리는 항구다  

지금 현재도 묵호항엔 오징어배가 쉴 새 없이 들락 거리고 있으며

밤에는 오징어잡이 배의 불빛이 밤바다를 현란하게 수놓기도 한다

 

묵호항 오징어잡이 배

 

소설가 심상대 씨는 자신의 소설 '묵호를 아는가'에서 묵호항을 이렇게 표현했다

 

"예전의 묵호는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흥청 거렸다. 산 꼭대기까지 판잣집이 다닥다닥 이어졌고

아랫도리를 드러낸 아이들은 오징어 다리를 물고 뛰어다녔다. 그리고 밤이면 오징어배의 불빛으로

묵호 앞바다는 유월의 꽃처럼 현란했다. 그때가 참다운 묵호였다 "

 

"묵호는 술과 바람의 도시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독한 술로 몸을 적시고 방파제 끝에 웅크리고 앉아

눈물 그렁그렁한 눈으로 먼 수평선을 바라보며 토악질을 하고, 그리고는 다른 곳으로 떠나갔다

부두의 적탄장에서 날아오는 탄가루처럼 휘날려 어떤 이는 바다로, 어떤 이는 멀고 낯선 고장으로,

그리고 어떤 이는 욕설을 퍼부으며 멀리 무덤 속으로... 이하 생략...."

 

"한잔의 소주와 바다가 있는 곳, 묵호 바다와 소주가 뒤섞이고, 아니 바다의 소금기와 소주의 취가가

마구 뒤섞여 싸우고 울부짖으면서도 기어이 살아가게 하는 곳, 묵호... 이하 생략..."

 

작가의 이야기 대로라면 묵호는 술과 바람의 도시였다.

고단한 하루 일과가 끝나면 남정네들은 소주를 마시고

방파제 끝에 웅크리고 앉아 눈물 그렁 거리며 토악질이나 해 대는....

 

80년대 명주군 묵호읍과 삼척 북평읍이 합쳐 동해시로 승격되고

동해 중심 무역항으로 자리 잡았을 때의 묵호는 전국에서 몰려드는 사람들로 늘 북적거렸다.

항구의 산 꼭대기까지 판잣집이 게딱지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었으며

마을 골목골목엔 오징어 말리는 비릿한 냄새가 솔솔 풍겨오곤 했었다

 

지금도 묵호항 앞의 묵호시장 가파른 산등성이 마을 언덕에 올라가 보면

집집마다 오징어를 빨랫줄에 널어놓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묵호항 - 동해시 묵호동

 

묵호 수산시장에서 어물을 흥정하고 있는 사람들

 

 여름 한낮의 항구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고 그 와중에서도 사람들은 북적거렸다

어시장의 수족관들 마다 오징어들은 지척으로 널려 있었으며

여기저기서 오징어를 사라는 상인들의 외침소리가 항구를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큰 아이스박스를 들고 돌아다는 여행객들은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어시장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고

얼음덩이를 실은 손수레는 여행객들 사이를 헤집고 돌아다녔다

 

묵호항 수족관 속의 오징어와 광어, 우럭, 놀래미

 

묵호항 수족관의 오징어

 

묵호항 부둣가 오징어 수족관 

 

심상대 씨는 자신의 소설 '묵호를 아는가'에서 묵호항 오징어를 이렇게 표현했다

 

"묵호에 살았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상한 오징어와 조미 공장에서 흘러나온 오징어를 먹어야 했다.

독하게도 물고기를 먹어대던 시절이었다. 어느 집 빨랫줄에나 한 축이 넘거나 두 축에서 조금 빠지는 오징어가

만국기처럼 널려 있었고, 집집마다 피워 올린 꽁치 비늘 타는 냄새가 묵호의 하늘을 뒤덮었다"

 

묵호는 지금도 어시장 수산물 코너의 수족관들마다 오징어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그냥 시장을 걸어가고만 있어도 오징어가 물을 쭉쭉 쏘아댄다.

마른오징어, 반건조 오징어, 오징어 물회, 그리고 동네 골목마다 빨랫줄에 널린 오징어...

묵호항에서는 하루종일 오징어만 쳐다보고 있어도 배가 절로 불렀다 

 

부둣가에서 고기를 손질하는 아낙들

 

주문한 고기가 손질이 끝날 때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 묵호항 어시장

 

흥정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 묵호항 어시장

 

여기서부터는 최근에 촬영한 동해시 묵호항 사진들입니다 

 

동해시 묵호항 주차장

 

석탄산업의 호황과 함께 어느 날 갑자기 큰 도시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그 젊은 영혼들도 같이 격동을 겪어야만 했었던 묵호! 

그 묵호는 이제 더 이상 작가가 이야기하는 '소주와도 같은 바다'는 이미 존재하고 있지 않았다 

 

새로이 말끔하게 정비된 묵호항 수산시장 

 

새로이 말끔하게 정비된 묵호항 수산시장

 

강원도 첩첩산중 영월 동강 산꼭대기 출신 촌아저씨 

미국 뉴욕에서 20년 정도 살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강원도 감자바우 짝궁뎅이 출신이라 그런지 한국에 와서도 당분간 강원도 산하만 누비고 다녔다 

 

새로이 말끔하게 정비된 묵호항 수산시장

 

동해시 묵호 중앙시장 

 

동해시 묵호 중앙시장

 

조금 전 묵호항 수산시장에서 사 온 산오징어 회와 광어 우럭을 들고 

묵호 중앙시장 안에 있는 경동식당으로 들어간다 

 

동해시 묵호 중앙시장 경동 식당

 

동해시 묵호 중앙시장 경동 식당, 메뉴표

 

동해시 북평 아저씨와 영월 동강 촌아저씨

 

묵호 중앙시장 경동 식당 찬 

 

묵호항 중앙시장에서 사 온 산오징어 회 

 

묵호 중앙시장 경동 식당 물회 

 

묵호 중앙시장 경동식당 오징어회와 물회 

 

묵호항 수산시장

 

한잔의 소주와도 같았다는 묵호항 ,,

그 묵호항은 더 이상 소주와도 같은 바다는 이미 존재하고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