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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풍경, 07~17년 이야기

앗! 이게 누구야? 아산 외암민속마을에서 만난 비단장수 왕서방, 혼자서도 잘 노네

by 비단왕 2024. 5. 8.

아산시 송악면 외암민속마을 - 2008연 4월 촬영

 

아산시 송악면 외암민속마을 주차장 - 2008년 4월 촬영

 

이곳은 비단왕이 천안에서 아산 시장을 거쳐 예산이나 홍성으로 갈 때나 

아니면 홍성이나 예산에서 아산 시장을 거쳐 천안으로 갈 때 잠시 쉬었다 가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오늘같이 이렇게 날이 화창한 날은 개울가 풀밭에 거적때기 하나 펴고 한숨 자고 가는 장소이기도 하죠 

 

아산시 송악면 외암민속마을 주차장 - 2008년 4월 촬영

 

이날 아산 시민들께서는 가게문까지 닫아놓고 이충무공 행사가 벌어지는 현충사 곡교천으로

우르르 몰려들 가셨기 때문에 이곳 외암마을은 오늘 저 비단장수 왕서방이 접수를 해버렸네요 

저 비단장수 왕서방, 아산 시장에서 장사는 허탕을 쳤지만

이곳을 외암마을을 접수했으니 그리 손해 본 것은 아니겠죠? 

 

아산시 송악면 외암민속마을 주차장

 

저 왕서방도 나와 같이 이장, 저장, 그장, 요장을 환장하게 싸돌아 다니며 

이불장사하고 있는 왕서방인데 오늘 공교롭게도 이곳에서 나와 정통으로 박치기해 버렸습니다 

전장에서 패하고 적군들에게 쫓겨온 패잔병들끼리 

이 아산의 변방에서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네요 

 

풀포기 파릇한 외암마을

 

신발도 보아하니 꼬질꼬질 ,, 대여섯 달 세탁도 안 하고 신고 다닌 것 같습니다 

저렇게 벗어서 콧구멍에다 들이대면 지독한 발꼬락 냄새에 졸도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저 천안 비단장수 왕서방 꼬질꼬질한 신발먼지 털더만

또 저렇게 궁상맞게 쭈그려 앉아 버렸습니다 

보아하니 갯여울에 철퍼덕 주저앉아 무슨 생각을 골똘히 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이제 냄새나는 자라 툭툭 털고 일어나 어서 장사나 나가지 왜 저러고 있는지 당최 알 수가 없네요 

 

당신은 무신일로 그리 합네까? 

온종일 개여울에 퍼질러 앉아서 

파릇한 풀포기가 돋아 나오는데 

저 사람 앉은자리는 풀도 안 나겠네 

지독한 발 냄새 때문에,,,

 

이번에는 잔디밭에 철푸억 주저앉아 있는 것을 보니 금방 장사 나갈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아 보입니다 

부지런히 돌아다녀서 한 푼이라도 더 벌어가지고 집에 들어가야

집에서도 대접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저 비단장수 왕서방, 오늘은 좀 걱정이 되네요 

 

어라? 저 솨람, 신발 속에 들어간 흙먼지를 털고 벌떡 일어나 장사 나갈 줄 알았는데요 

또 저렇게 근 대자로 누워 퍼질러 버리고 말았습니다 

온양 시내에 이충무공 행사인지 뭔지

그것 때문에 사람들이 가게 문 닫아놓고 모조리 현충사로 놀러 갔다고 하니

저 솨람도 저기 개울가에 거적때기 하나 펴놓고 완벽하게 자리 잡았네요 

저런 줄도 모르고 집에서 기다리는 사람은 걱정을 하겠죠 

"아이고 이 사람,,, 지금쯤 밖에서 돈 한 푼 더 벌겠다고 얼마나 고생을 할까?" 

내가 오늘은 이 사람 몸보신 좀 시켜 줘야겠는데 무엇을 사다 먹이면 좋을까?" 

그리고는 장바구니 들고 봄보신 거리 사러 시장으로 갔는지도 모르죠 

 

쯧쯧,,, 저 솨람 이제 완전히 퍼드러져 잠들어 버렸네요 

저렇게 장사 나와서 온종일 퍼드러지게 자고 밤에 집에 들어가서 

공갈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당신 오늘 얼마나 팔았어?" 

"을! 오늘 하루 종일 쌔가 빠지게 돌아댕겼는디 글씨, 완전히 꽁치 부렸지 뭐여?" 

 

그런데 장사 나와서 저렇게 하루종일 퍼드러져 주무시고 계신 이 사진을 

저 솨람 집에 보여주면 저 솨람은 초전에 박살 나겠죠? 

 

어이 이 솨람! 

자네 장사 나와서 거적때기 깔고 하루 온종일 퍼드러져 잠자고 있는 거 다 봤으니까 

집에 가서 밤늦은 시간까지 쎄가 빠지게 장사 다녔다고 공갈 칠 생각 말더라고 

 

어럽쇼 

그 소리 한마디 했더니 이번에는 아예 머리를 냇가 쪽으로 푹 들이박고 주무시고 있네요 

 

화창한 봄날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봄꽃들도 봄바람에 고요히 흘러가고 있고 

저 비단왕도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듯 그렇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조용히 앉아서 바라보면 이 세상 마무것도 흘러가는 것이 없는데요 

공연히 저 비단왕과 나만이 전장에서 패하고 온 패잔병처럼 주절거리며 흘러가고 있네요 

 

발꼬락 냄새가 봄바람에 지독하더라~~~

오늘도 꽃잎을 입에 물고 백토마 세워진 개울가에서 

많이 팔면 같이 웃고~~ 꽁을 치면 같이 울던 ~~

왕서방 그 맹세에 보옴날은 가아 안다~~~

 

앞으로 벌러덩 누웠다가 뒤로 누웠다고 모로 누웠다가 팔베개 하고 누웠다가

하면서 뒤척이더니 다시 일어나 멍하니 하늘을 치다 보고 있네요 

눕는 자세에 따라 산과 하늘의 모습들이 달라 보인다나요? 

 

그러더니 벌떡 일어나 이번에는 거꾸로 서서 마을을 바라보고 있네요 

이런 모습을 누가 본다면 십중팔구 미친 사람이라고 하겠죠? 

하지만 외암마을 주차장에는 저 비단왕과 나, 

이렇게 단 둘 밖에 없으니 그래도 조금은 다행인 것 같습니다 

 

미친 사람처럼 왜 그렇게 거꾸로 서 있냐고 물었더니 

물어볼 것 없이 나 보고도 그렇게 한번 해 보라고 하네요 

그래서 나도 따라서 저 비단왕처럼 한번 해 보았습니다 

저 비단왕처럼 요상한 자세로 말이죠 

아! 그런데 저렇게 거꾸로 서서 보니까 하늘은 금세 잔잔한 호수가 되고 

마을은 잔잔한 호수 속에 잠긴 커다란 그림자가 되어 버리는 거 있죠 

마을의 원색적인 푸른 빛깔은 디지털카메라 망원렌즈를 끌어당긴 것처럼 

가깝고도 선명하게 다가오는데 정말 황홀한 풍경이더군요 

 

좀 점잔치 못한 행동이지만 이런 호젓한 장소에서 저런 짓 하지 않으면 

어디서 또 저런 짓을 해보겠습니까? 

모두가 다 점잖만 빼는 세상,, 어디에서 말이죠 

 

여러분들도 저곳에 가실 기회가 된다면 한번 해보세요 

잔잔한 물속에 잠긴 외암마을의 그림자가 얼마나 멋들어진 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