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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태백선 무궁화호 겨울기차 여행-제천역, 쌍룡역, 연당역, 청령포, 영월역, 연하역

by 비단왕 2024. 2. 29.

충북선의 종착역 제천역

조치원역을 출발한 충북선 무궁화호 기차가 약 1시간 40여 분 만에 제천역에 도착 

제천역은 충북선의 종착역,,

승차하신 승객 여러분들께선 모두 하차하시기 바랍니다 

원주, 청량리 가실 승객들은 봉양역에서 

그리고 영주, 안동, 영천, 경주, 울산, 부산으로 가실 승객들과 

태백, 동해, 강릉 방면으로 가실 승개들은 바로 이곳에서 기차를 갈아타십시오? 

 

조치원역에서 제천역까지 약 130Km에 달하는 충북선은 일제강점기 1920년대에 청주까지만 개통되었고 

그 후 약 8년 후, 1928년에 충주까지 개통되어 단선으로 운영되다가 

80년대에 들어와 비로소 전 구간이 복선화 되었다 

 

제천역 앞 역전 시장

제천장은 바로 이곳 역전 시장을 중심으로 상가와 주택가 골목 끝까지 장이 길게 늘어서는데

장날인 3, 8일만 되면 이곳은 장꾼들과 장구경을 나온 사람들로 하루종일 북적인다 

 

파란 바탕에 빨강 장미가 그려져 있는 몸빼옷 장수를 비롯하여

신발장수, 꽁치 고등어장수, 강아지 고양이 장수, 닭장수, 고무줄 장수, 좀약장수, 쥐약장수,

비암장수는 없고, 시골스런 머리핀 장수와 머리댕기 장수 등등..... 별의별 장수들이

장 구경을 나온 사람들과 한데 어우러져 한바탕 장을 펼치기도 한다

 

그리고 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대장간에서 두드려 만든 부엌칼과 낫, 도끼, 괭이, 쇠스랑 등은 물론

겨울철 방 안에서 불씨를 담아놓던 화로와 절구, 맷돌, 무쇠가마솥, 호롱불, 숯다리미, 인두 등등...

별의별 희귀한 물건들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제천은 단양, 괴산과 함께 올갱이 해장국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이곳 역전시장 주변에도 올갱이 해장국집들이 군데군데 자리잡고 있는데

올갱이 해장국에 막걸리 한통 곁들여 마시면 움추러 들었던 혈관이 확 풀리면서 

겐세라~ 세라~ 세라~ 비로소 이승과 저승을 쉽사리 드나들 수 있게 된다

 

제천 역전 시장 올갱이 해장국

충북지방의 올갱이 해장국은 아욱국처럼 구수하게 끓이는 것이 특징이다

우선 올갱이를 삶아서 색깔을 내면 맛은 씁쓸하기만 한데

이 씁쓸한 물에 고추장을 조금 풀어 다시 한번 팔팔 끓인다 

그리고 아욱이나 부추(갱생도에선 정구지라고도 함) 등을 넣고 다시 잠깐 끓인 뒤  마지막에 올갱이를 집어넣는다.

이렇게 완성된 제천의 올갱이국은 올갱이의 구수한 맛과 함께

시원스러운 부추의 맛이 한데 어우러져 입안에 살살 녹아든다  

 

술 취한 다음날 이것보다 좋은 것이 없다는 제천 올갱이 해장국...

셋이 먹다 두 사람 행방불명 돼도 모른다는 제천 올갱이 해장국...

 

제천역에서 기차시간을 기다리는 승객들이 계시다면 꼭 한 그릇씩 권장하고 싶다

뉘리끼리한 마껄리 한 통과 함께 곁들여 드신다면 당신은 이곳에서 단돈 5천 원에 

비로소 이승과 저승을 쉽사리 왕복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받을 수 있을 것이다

 

2012년 1월 14일 토요일 오전 10시;제천역

설 명절이 코앞으로 바짝 다가온 1월의 두 번째 주말.....

조치원역에서 오전 7시 28분에 출발하는 대전발 제천행 충북선 무궁화호 기차를 타고

1시간 30분 정도 달려오니 제천역이었다

 

충북선 무궁화호 기차를 타고 무작정 강원도 방향으로 여행을 떠났던지도 근 2년...

동안 이불 팔아먹는데 정신을 일도 하다 보니 정신은 황폐해지고 

육신은 맛이 살짝 간 낙지처럼 흐믈흐믈....

 

도대체 산다는 것이 뭔지 아직도 헷갈리고 있는 요즘

죽은 사람들은 죽은 사람들에게 맞긴다 치더라도

산 사람들은 새벽부터 고층 빌딩 사이로 히끄므리하게 빛나는 폐병 걸린 샛별 보기 운동이나

일당 10만 원짜리 고지를 탈환하기 위한 10만 고지 돌파운동을 해야만 한다

 

그리고 어린아이들은 어린아이들 대로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허리띠 존나(존나...라는 뜻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잘은 모르지만) 여하튼 요즘 얼라들 말대로 치자면

허리띠 존나 졸라매고 무작정 아르바이트 현장으로 돌격 앞으로 해야만 하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면

이런 무작정 여행은 면목이 없는 여행은 분명한 것이다

 

요즘은 블로그에다가 여행사진이라든지 디지털 피아노 연주 동영상,

기타 연주 동영상을 몇 편을 올려 보았는데

이걸 시청하고 계신 분들은 아마 여러 가지 느낌이 교차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자알 한다... 조오타... 이 시대의 진정한 낭만가객이네... 이렇게 말을 할 것이고

또 어떤 사람들은 저거... 한량이네... 밥만 축내는 21세기 최악의 한량...

 

하지만 나는 요즘 그런 한량의 축에도 끼지 못한다

요즘 얼라들 말대로 치자면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1톤 트럭에 이불 싣고 존나...존나게 시장 바닥을 싸돌아 다녀야 한다

 

그리고 밤늦은 시간이나 이른 아침 시간에 짬짬이 일렉기타나 일렉피아노를 두드리곤 한다

이를테면 악기 연주하는 시간이나 여행사진 올리는 시간이

내 휴식 시간의 전부를 차지한다고 보면 이해가 쉬울 듯싶다

 

하여튼 이날 우리도 면목없는 무작정 강원도 여행을 시작했다

무작정 강원도 여행에 참여한 사람들은

부산에 사는 이 아무개(봉달이)와 선 아무개다

 

이 아무개(봉달이)와 선 아무개는 아들 딸을 둔 어엿한 가장으로서

자기들만 머꼬 살겠다고 부산에서 슬그머니 줄행랑을 쳐 제천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럼 나는 머냐고...?

나는 머... 솔직히 말하자면 아주 오랜만에 낮술이나 한 번 거나하게 퍼 마시고

이장 그장 요장 저장을 환장하게 싸돌아 다니며

이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인 갈지자 걸음을 걸어 보려고 하는 중...

 

2012년 1월 14일 토요일 오전 10시,제천역

조치원역에서 제천역까지 오는 1시간 30분 동안의 여정...

그 사이에 있는 충북선 간이역들을 이번에는 한 장도 카메라에 담지 못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좌석들이 승객들로 꽉 차 있었기 때문이었다

2년 전 평일날 충북선을 탔을 땐 열차 객실들이 텅 비어 있었는데

주말이라 그런지 좌석에는 대부분 여행객들로 보이는 승객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제천역 앞 역전시장 식당에서 올갱이 해장국에 마껄리 한통 퍼 마시다보니 기차시간이 다 되어 간다 

해서 다시 강릉행 기차를 타고 출발 ~

 

제천역을 출발, 강릉으로 향하는 무궁화호 기차

올갱이 해장국에 마껄리 한통 마시고 주의해야 할점 !
열차 객실에서 절대로 트림을 해서는 안 된다
트림을 하게되면 옆 사람에게 지대한 민폐가 되므로
꼭 트림을 하고 싶다면 객실 밖으로 나가야 한다
 
아니...제천발 강릉행 무궁화호 기차는 평일엔 이렇게 자리가 널널하니
지정된 좌석이 아니라도 승객들이 없는 좌석을 골라잡으면 된다
 

제천역을 출발하여 입석리역으로 향하는 태백선 무궁화호 기차

충북선 주말 기차는 여행객들이 좌석을 거의 차지했지만 제천발 정선행 기차는 좌석이 널널했다

올갱이 해장국도 한 그릇 먹었겠다 소주도 한 병 마셨겠다

이렇게 몽롱한 눈으로 내다보는 기차 창밖 풍경들도 꿈속의 풍경처럼 몽롱해 보인다

 

너른 들판을 가로질러 입석리역으로 향하는 태백선 무궁화호 기차
입석리역
입석리역을 무정차로 통과하는 태백선 무궁화호 기차

기차가 입석리역에 오기 전에 장락역과 송학역이 있었지만

소주 한 병 마시고 이승과 저승을 왕복 달리기 하는 사이 그 풍경들을 놓쳐 버렸다

입석리역을 무정차로 통과하는 태백선 무궁화호 기차

덩치는 상당히 큰 역인데 이곳을 몇 번 지났지만 저 역에서 기차가 서는 장면은 한 번도 보지 못했음

입석리 마을을 지나고 있는 태백선 무궁화호 기차
아세아 시멘트 공장 앞을 지나고 있는 제천발 아우라지행 무궁화호 기차

 

쌍룡역을 지나고 있는 아우라지행 무궁화호 기차

쌍룡역 플렛홈 부근에는 아세아 시멘트공장과 쌍룡양회가 있다
해서 쌍룡역에는 언제나 저렇게 시멘트를 운반하는 화물 열차들이 늘 들어서 있다는 것...
 
요즘 시멘트값 억쑤로 올랐다고 하던데
레미콘 기사들은 치솟는 기름값 때문에 예전보다 더 허리가 휜다나...
 
말이야 바른 말이지 나도 1톤 화물 트럭을 몰고 다니지만 
베라먹게도​ 유류세 내려 줄 생각은 눈꼽만큼도 안 한다
 
하기야 세금 받아먹는 놈들이야 요즘 신났지 머 ~
기름값이 오르면 오를수록 부가가치세도 팍팍 올라 갈 것이고
유류세에 붙는 별의 별 기상천외한 세금도 팍팍 올라 갈 것이고
기름 쓰는 놈들이야 죽든지 살든지 내 알바는 아니고
그저 그 돈으로 4대강 삽질만 해댔지 ?
 
비러머글....
그러면서 머라고 하더라 ?
4대 정유사들보고 기름값 비싸게 받아 묵는거 아니냐고 ?
정유사들 기름가격 실태를 조사해야 겠다고 ? 
 
정유사들이 기름 가격엔 이상이 없다고 조목조목 자료를 내 놓으니
꽁지 내리고 어물쩡 구렁이 담 넘듯 넘어갔지 ?
 
비러머글 넘들 ~
기름값에 세금을 반절 이상 붙이다니...
다 필요없고 유류세나 내려라 !
퍼뜩 ~  
 

쌍룡역을 지나 연당역으로 달리는 기차서 내려다본 한적한 농가풍경

정말 요즘은 말이지 

1톤 트럭 팔아서 백토마 한 마리 사고 싶다니까

놈들이 이렇게 가렴주구 하게 세금을 받아쳐 무그니 나도 이젠 할 수 없어

1톤 트럭 팔아서 백토마 한 마리 사는 거야

그리고 백토마 뒤에 마차를 매다는 거지 

거기에 비단 싣고 이장, 저장 싸돌아 다니는 수 밖에는.....

 

쌍룡역을 지나 연당역으로 달리는 기차서 내려다본 호젓한 농가풍경
연당역

쌍룡역을 출발한 기차가 10여분 만에 연당역에 도착,

태백선 무궁화호 기차는 연당역을 무정차로 통과했다

 

연당역을 무정차로 통과하는 아우라지행 무궁화호 기차
연당역을 지나 영월역으로 향하는 태백선 무궁화호 기차
연당역을 지나 영월역으로 향하는 태백선 무궁화호 기차

불과 3년여까지만 해도 영월이나 청령포로 가려면 단종이 영월읍내로 유배되어 갈 때 넘었다는

상당히 높은 소나기재라는 고개를 넘어야 했었다

 

하지만 요즘은 4차선 자동차 전용도로가 개통되고 청령포로 들어가는 길도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터널이 뚫려 저 터널만 지나면 청령포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청령포 앞을 지나고 있는 태백선 무궁화호 기차
살짝눈 내린 청령포

평창과 원주 방향에서 흘러와 영월의 깊숙한 골짜기를 숨 가쁘게 돌아온 서강의 물줄기는

이곳 청령포를 휘돌아 가면서 잠시 가뿐 숨을 고른다

 

뒤로는 육육 봉이 절벽처럼 우뚝 솟아오른 이 육지 속의 섬은 자연이 빚어낸 절묘한 작품이지만

단종이 세상과 완전히 차단된 체 유배생활을 했었던 형벌의 현장이기도 했었다

 

상왕에서 노산군(魯山君)으로 지위가 격하된 단종이 이곳에 당도한 것은

1457년 6월, 여름이 한창 시작될 무렵이었고 그 당시 열일곱의 나이였다

단종은 영월땅에서 4개월의 유배생활을 하다가 최후를 맞이했는데 

이곳 청령포에서는 약 2개월 동안 머물고 있었다고 한다

 

영월 청령포로 유배를 당한 지 2개월째 되던 1457년 8월,

억수같이 쏟아지는 장맛비로 인하여 청령포 일대가 물에 잠기자

영월 관풍헌으로 옮겨져 유배생활을 계속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단종이 4개월 동안의 영월 유배생활 중 2개월은 청령포,

나머지 2개월은 영월 읍내의 관풍헌에서 지내다 사사되었다 

 

영월 읍내로 들어서는 태백선 무궁화호 기차

앞에 보이는 강은 영월 서쪽에 있다고 해서 서강으로 불려지는데

평창과 원주방향에서 흘러와 영월 청령포를 지나게 된다.

청령포를 지난 서강은 영월읍에서 동강과 만나 남한강이라는 큰 강줄기를 이루게 되며 

남한강은 영월에서 단양, 충주, 여주, 양평, 팔당을 지나 서울로 흘러든다

 

영월 읍내로 들어서는 태백선 무궁화호 기차

정면에 보이는 우뚝 솟은 산은 봉래산인데 산 정상에는 별마로 천문대가 있으며 

또 성삼문의 시조의 본향이기도 하다 

단종을 복위시키려는 계획을 세우다 사전에 발각돼 실패로 돌아간 성삼문이 처형장으로 끌려가며 남긴 시조...

 

이 몸이 죽어가서 무엇이 될꼬 하니 /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 되었다가 /

백설이 만건곤 할제 독야청청하리라...

 

이 시조는 단종이 영월 청령포에서 유배생활 할 때 

성삼문이 수레에 태워져 형장으로 가고 있는 도중 읊었던 시조라 한다

 

영월역앞에 우뚝솟은 봉래산
영월역 승강장

영월역에선 많은 승객들이 내렸다

이제 기차 좌석은 거의 텅 빈 상태...

이럴 땐 소주를 훌쩍훌짝 마시며 가야 제맛인데

아쉽게도 먹다 남은 소주마저 없다

 

영월역
약물내기 휴게소앞을 지나는 태백선 무궁화호 기차
영월역에서 연하역으로 향하는 태백선 무궁화호 기차
영월역에서 연하역으로 향하는 태백선 무궁화호 기차
연하역

영월에서 태백선 철도를 따라가다 보면 오랜 세월의 풍파에 빛이 바래고 달아져도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연하역이 첩첩산 골짜기에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기차는 이곳을 무정차로 통과하지만 시간은 연하역에 들어서면 자동으로 멈추어 선다

 

연하역을 무정차로 통과하는 태백선 무궁화호 기차

기차가 연하역을 무정차로 통과할 때 차창으로 뒤돌아보니 역사는 어느 사이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그리곤 저 빈 들녘에서 불어오는 바람만이 휑한 역사에 세월을 몰고 왔다

저 태백선 기차처럼 멀어져 가고 있었다  

 

연하역에서 석항역으로 향하는 태백선 무궁화호 기차

그럼 오늘은 제천역에서 시작하여 연하역에서 마무리를 하면서

다음 여행기에는 석항역에서 민둥산역(증산역)까지로 진행을 할까 합니다

 

그런데 석항역을 지나 예미역을 지날 때쯤 기차 창밖에는 귀신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있더군요

히쭉히쭉 웃으며 끈질기게 따라오는 귀신의 모습....

입이 꽤 큰 것으로 봐서 몽달귀신은 아닐 것 같고...

여하튼 기차 창밖에서 따라오던 그 봉달 귀신의 모습을 다음호에 공개를 해 볼까 합니다